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 -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임종학 강의
모니카 렌츠 지음, 전진만 옮김 / 책세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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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해한 임종 과정은 세 단계로 나뉜다. 죽음의 문턱에 선 인간은 세 단계의 상태 변화를 거친다. 이과정은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진행된다. 나는 통과 이전(의식과 무의식의 내적 경계 전), 통과 순간(이 경계를 넘는 순간), 그리고 통과 이후(경계를 통과한 이후)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익숙하지 않다. 낯설 것도 아니지만, 그것을 주제로 올려놓고 이야기한다고 생각해보면 불편하거나, 금기시 되거나, 혹은 알 수 없어서 모호하다. '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를 앞에 두고 자연스레 책의 내용이 죽음을 마주하기 전에 생의 정리 단계에 대한 조언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를테면 주변에 친절하라던가, 용서를 구하거나 하라던가, 금전문제를 정리하라는 등의 내용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고 나니 내가 떠올린 것들은 엄밀히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마주하기 이전의 생의 영역에 있는 것들이었다. 실제로 죽음을 마주한다고 떠올리면서도 그 앞까지 도달하지 못한 단계에서 머물러버린 것이다. 어쩌면 무지이고, 혹은 회피하고 싶다는 무의식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종잡을 수가 없다.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은 죽음을 '소유'할 수도, '만들어'낼 수도, 준비할 수도 없다. 죽음은 개별적으로 일어나고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17년간 임종 준비를 해왔지만 늘 불안했다. 죽음을 긍정하고 인정하도록 하는 일이 나에게 얼마나 부당한 요구를 해올지를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두려워하지 말라." 성서 본문에 등장하는 천사가 여러 차례 말한다. 천사는 이승과 저승 두 세계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해주는 전령이자 경계에 서 있는 상징적 존재이다. 이 존재가 우리에게 "두려워 말라"고 외치면서 동시에 넌지시 일러준다. 우리가 어떤 영역과 관계되어 있다고, 그 영역에는 우리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고 말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죽음 그리고 죽음에 대한 경험을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죽음을 앞둔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죽음에 대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불안해지거나 공포를 느끼게 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 그런 근원적인 공포감에 대해서 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죽음의 과정에서 겪게되는 신체적, 정신적, 감각적 변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면은 있지만, 그 근원적인 공포나 두려움은 상쇄되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점은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고 수긍하고 인정하도록 도움이 되는 부분은 있었다. 이유는 다름아니라 저자 역시 17년간 임종 준비를 해왔어도 그것을 준비할 수도 종잡을 수도 없어 늘 불안했다는 고백 때문이었다. 때문에 때때로 죽음을 떠올리고 불안해하거나 하는 일이 과민한 불안 증세인 것이 아니라 좀 더 자연스러운 것이라 공감하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이나,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환자들의 행동 양상에 대해 알게 되는 점들이 많았다. 다만 일부 내용에서는 다소 종교적인 관점으로 죽음을 받아드리도록 서술된 면이 있어서 크게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죽음은 이별이다. 죽음은 삶의 단절이고 결코 좋은 것이 아니며 최종적이고 일회적이다. 임종 순간이 다가오면 사람은 절박함을 느낀다. 이는 가족 간의 화해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모든 것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죽음의 문턱을 넘는 과정에 맞춰진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한층 더 심한 강요와 압박, 인간관계의 충돌, 뒤끝이 찜찜한 관계 단절과 쉬고픈 욕구가 느닷없이 밀려온다."

 

 성인이 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변인의 죽음을 경험해보았을거라 생각된다. 특히 가족과 같은 가까운 인물의 죽음은 망자 뿐 아니라 남은 이들에게도 숙제를 남긴다. 죽음의 과정, 망자의 사후까지도 죽음을 함께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 이별의 과정에서 오는 절박함은 상호적인 것이고 때로는 길게 그 상흔을 남기기도 하는데 이 양자적인 면도 함께 깊이있게 다뤄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책을 읽고 난 뒤에 분명히 새로이 깨달은 것들이 있다. 그런데 애매하게도 이것을 어떤 식으로 삶 속에 녹여낼지는 막막하게 느껴진다. 누군가의 죽음을 앞두고 그의 상황을 이해하고 보살피는데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면서, 자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혼란과 두려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저 단순히 참고할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이미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삶의 자연스런 과정 중 하나인 죽음에 대해 우리의 삶을 준비하고 계획하듯이 한번쯤은 떠올려보고 주변의 죽음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모니카 렌츠의 '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는 진실로 죽음의 순간을 눈 앞에 둔 환자들을 직접 마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임종학 강의'를 담아놓았다. 이 책에 담긴 다년간에 걸친 임종의 실 사례들과 그에 비롯한 죽음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는 죽음과 죽음의 과정, 순간들을 한 발 더 다가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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