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마인드 - 세상을 리드하는 사람들의 숨겨진 한 가지
스탠 비첨 지음, 차백만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솔직한 심경으로, 책 제목을 보며 위화감을 느꼈다. 나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엘리트 마인드'를 읽어서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지? '세상을 리드하는 사람들'이 가진 요건을 내가 안다고 해서 이제와서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이런 책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마음이 먼저 들었다. 어쩌면 누군가는 자신만만한 마음으로 엘리트가 될 거니까 이 책을 읽어보겠다고 결심할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일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엘리트라는 단어가 가진 이미지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경쟁에서 살아남아 이른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 그들이 가진 비법이나 비밀을 하나 안다고 해서 이미 정해진 판도가 뒤집히는 일은 없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일상생활에 실천에 옮길만한 비법이나 비밀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진짜 본문에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운동선수들의 예에서 실제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읽다보니 자신이 개선해야 할 점이 분명히 보였다. 엘리트라는 단어만으로 보였던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반응, 그것부터 였다. 그 점을 느끼니 멀게만 느껴졌던 책의 내용도 좀 더 잘 읽히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엔 책의 제목이 좀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니 썩 괜찮았다. 내 자신의 변화가 그것부터 실제적으로 확 다가오니까.

 

 사실 운동선수들의 경우가 예로 들어진다고 해서 영 나와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 것만은 아니었다. 이 책에 몰입하게 된 예가 학창시절 반에 한두명쯤은 꼭 있을 법한 일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등학교 시절에 매우 특출해서 특기생으로 대학교에 진학하는 선수들이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그들은 유소년 리그와 고등학교 시절에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였다. 물론 고등학교 때 훈련도 하고 연습도 열심히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은 훈련을 소화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결국에는 경쟁자들과 같은 노력을 하고도 자신이 더 잘한다는 신념을 갖게 된다.

그러다가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동료 선수들 모두가 재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마디로 팀 내 최고의 선수였다가, 이제는 아예 시합에서 뛰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그들은 종종 후보 선수로 머물면서 1년 동안 선발 선수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대다수 선수가 이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가 학창시절 공부를 할 때도 저런 일이 생긴다. 공부를 그리 많이 하지 않았는데, 배로 열심히 하는 학생보다 초중등학교 성적이 잘 나온다. 그리고 고등학교로 진학하여 대입을 앞둔 진짜 공부를 하게 되는 시기가 된다. 평준화 된 지역의 학교들은 덜하겠지만, 만약 비평준화 지역에서 중학교 시절 공부를 딱히 하지 않아도 상위권 성적을 받았던 사람이 그 성적을 바탕으로 지역의 상위권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첫 중간고사를 보게되면 그 성적을 유지하는 상위권의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고, 전에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등수가 매겨진 성적표를 보고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바로 이 부분부터 이입하고 몰입되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재능의 저주'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이 상황에서 그동안 자신이 가졌던 신념이 잘못되었으며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변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금 이렇게 알게 된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책에서 들어진 예로 인상깊었던 또 하나는 경쟁에 관한 내용이었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경쟁자들에게 큰 존경심과 애정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자신에게서 최선을 끌어내려면 경쟁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경쟁자가 주는 긴장감과 갈등이야말로 위대한 선수들이 찾는 변화의 매개체다. 위대한 선수들이 경쟁하는 목적은 경쟁자를 누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쟁에서 오는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다.

 결론만 말하면, 경쟁자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경쟁하는 선수는 결코 최고가 될 수 없다. 결국 당신의 경쟁자는 당신 자신이다. 지금의 당신 모습과 미래에 당신이 될 수 있는 모습 간의 차이가 바로 성공을 만든다."

이 부분을 읽으며 김연아 선수를 떠올렸다. 그녀의 인터뷰 내용 중에 경쟁 상대로 지목되는 선수와 관련된 내용이 종종 질문으로 던져지는데 그럴때마다 그녀는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강조했다. LA선수권 대회를 앞 둔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내가 LA에 온 것은 아사다 마오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4분간 내가 가진 기술로 즐길 것이다." 라고 답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예전에 그녀의 이런 인터뷰 내용을 보며 내심 감탄했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남을 시기하거나 견제하는 경쟁이 아니라 가장 이기기 어렵다는 자기 자신을 관리하고 이기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그녀가 좋은 증거가 되어준다.

 

 마지막으로 "잘 풀리는 날에 당신의 모습은 당신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반대로 안 풀리는 날에 당신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가 진정한 시험이다. 나로서는 함께 일하는 선수가 안 풀리는 날에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안 풀리는 날의 모습을 통해 선수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합이 안 풀린다고 해서 특별히 더 자책하거나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는가? 입을 쭉 내밀고는 불평을 늘어놓지는 않는가? 변명하고 포기하는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먼저 성과가 안 좋을 때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이것은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정보다." 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단순히 엘리트, 자기 안의 잠재된 최대치를 끌어내어 최고에 도전하는 사람들만이 생각해야할 성공의 요건이 아니다. 이것은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가야 하는가에 대한 기본이다. 높을 곳에 있을때, 모든 일이 잘 될 때 보여줄 수 있는 여유와 관용, 이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낮은 곳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때도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성과가 좋지 않을때 쉽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두는 사람은 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성공하는 엘리트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반응을 보이는 자신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저자의 의도대로 책을 읽은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대목마다 나름의 생각을 곁들여가며 이런 생각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며 읽었다. 여전히 초일류의 승리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는 없다. 하지만 소소하게 목표를 세울 때는 확고하고 크게 가져야겠구나, 빠져나갈 변명거리 밖에 되지 않을 차선책을 생각해두지 말아야겠구나, 실패를 하더라도 그것이 수치스럽거나 나 자신을 실패자로 단정지어버릴 일이 아니란 것을 염두에 두고 도전해야겠구나, 몇 가지 책 속의 조언들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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