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미술사 - 누드로 엿보는 명화의 비밀
이케가미 히데히로 지음, 송태욱 옮김, 전한호 감수 / 현암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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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암사에서 새로 나온 신간 중 미술에 관련된 신간이 두 권이나 있었다. '잔혹미술사'와 '관능미술사'. 잔혹미술사와 관능미술사 중에 무엇을 볼까 고민해봤지만, 아무래도 좀 더 암시적인 의미를 많이 표현하고 있을 것 같은 관능미술사 쪽을 선택하는 것이 드문 미술관 방문에 약간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실리적인 속셈이 있었다. 미술과 문학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이런 헤아림이 바탕이 되다니. 어쩐지 부조화롭다. 애초에 두 권을 다 읽는다면 되겠지만 워낙에 게으르다보니까.

 

 1월엔 이래저래 미술관 찾을 기회가 있었는데, 일 때문에 혹은 추위!! 때문에 결국 한 차례 미술관 방문에 그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다녀온 곳은 지난 주말에 찾은 예술의 전당.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이 있었다. 사진전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일행과 공통으로 나눈 감상이 몇몇의 작품들은 마치 '그림같았다'는 것. 절묘한 순간을 경이로운 색감으로 담은 사진을 보고 때로 그림같다며 감탄하고, 정교한 그림을 볼 때면 마치 사진같다며 감탄하는 일이 문득 재미있었다. 그래서 문득 접어두었던 미술사 책을 다시 손에 들었다. 마치 그림같았던 사진들을 하나씩 지나오면서 이번에는 진짜 그림을 바라보고 싶었졌던 것.

 

 '비너스'부터 시작된 인체의 미학은 노골적인 성애의 장면을 드러낸 작품들 혹은 매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흐름을 보인다. 초반에는 본 적이 있는, 알만한 작품들도 종종 소개되어 반가웠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이런 작품들도 있었구나 싶을 생소한 작품들이 나온다. 어떤 부분은 종교적이고 해부학적인 묘사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지나치게 내밀하거나 그려내기에 부도덕한 느낌을 주는 것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하얗고 부드러운 살결을 매끄럽게 표현한 색감이나 보기만해도 안타까운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농염한 분위기의 그림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저 아름답다는 감동이 남는다.

 

 사실 관능이라는 혹은 포르노그래피라는 수식을 하기엔 좀 더 예술적이고 은유적인 표현들로 넘쳐나지만 작품들이 그려진 시대를 떠올리면 꽤나 파격적인 작품들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혹은 작품으로 그려질 수 있을 정도로 통용되던 코드를 지금의 눈으로 '과거의 파격'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고. 왜 그려졌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도 배경에 대한 설명을 따라읽다보면 납득이 되는 경우도 있고, 소네트와 같은 문학작품의 구절을 보면 노골적인 묘사에 놀랍기도 하다. 사랑과 성애라는 것이 너무나 보편적이고도 중요한 삶의 일부라 시대를 관통하는 공감이나 감흥이 곳곳에 묻어있어 감상하며 여러 생각이 들도록 만든다.

 

 흥미로운 책이었고 익숙하지 않은 주제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다른 한 권인 잔혹미술사의 내용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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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석 2016-03-08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