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회사에 다니나 - 영화로 읽는 직장생활 바이블
오시이 마모루 지음, 박상곤 옮김 / 현암사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참 기발했다. 센스가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이거 직상생활 '바이블'이 될 재목인가 싶어진다. 아니 대체, 한 달 기를 쓰고 회사 다녀서 월급 받고 나면 카드값이며 핸드폰 요금이며 빠져나가기 바쁜 텅 빈 통장을 안고 그래도 또 밥 벌이는 해야지 싶어 아등바등 출퇴근하는 소시민들이- 회사 다니는 것을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다니게 될 수 조차 있냐는 말이다. 말 그대로 주말에 영화나 한 편 보러 나가는 일도 때로는 사치인 마당에. 회사는 그냥 다니는 거고, 영화(映畫)나 영화(榮華)나 뭐가 되었든 보는 일은 회사와는 하등 상관이 없는 일로 알고 시작해야 하는 것이 요즘의 기본 상식인 것을.

 

 글을 읽겠다고 모셔운 분을 앞두고 면구하지만 좋아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였다. 얼마 전에 스튜디오 지브리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고 예견되며 개봉한 '추억의 마니'도 스크린에서 내리기 전에 보고 오려고 서둘러 다녀왔는데, 어쩌다보니 느낌이 상당히 다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책을 일게 되었다. 감독의 작품은 '공각기동대' 외에는 모르는데 책 속에 '천사의 알'이란 작품에 대한 언급이 있어 수년전에 동명의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나서 찾아봤더니 토가시 신 감독의 다른 작품이었다.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접점이 없어 아쉬웠다. 다만 어찌되었던 책 속에서 꼽아놓은 영화들이 상당히 많고 또 좋은 작품들이어서 그 리스트만은 믿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

 

 최근에 일본인 저자가 쓴 영업에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그 책도 저자가 어떻게 골드만삭스의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자신의 성공 비결을 밝히는 내용이었다. 이 책과 마찬가지로 어딘가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자신자만에 찬 강력한 어조로 되어 있어 읽는 동안 약간 불편한 반발심이 계속 이어졌다. 물론 이쪽은 영화의 내용을 함께 소개하면서 그것을 실제 사회 생활에 녹여내려는 노력이 더 기울어져 있어 내용이나 의미가 더 풍부했지만 특유의 강압적인 분위기가 비슷하게 느껴져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그만큼의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가고자 한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책에 대해 다소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있었다. 하지만 일요일 정오마다 해주는 '출발 비디오 여행'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사람으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들에 대해 읽을 때마다. 또 그 영화가 생소한 작품일수록 직접 찾아서 볼까 말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읽었던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다만 대부분의 영화가 지극히 남성적인 취향에 맞춰져 있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저자의 목록이니까 어쩔 수 없지!

 

 다만 우리가 즐겁게 읽고 끝장을 덮고 난 뒤에 상기해야 할 것은, 이것은 이미 자신을 성공의 길에 올려놓은 다른 사람이 걸어온 길이고 세상은 한 번 뚫린 위로 향하는 길에 뒤따르는 사람을 위한 성공의 자리는 마련해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자신만의 길을 걸어 위로 올라간 사람에게만 그 사람이 걸어온 길에 맞는 자리를 내어놓는다. 이미 누가 지나온 길은, 지금 시대나 당신의 상황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다른 사람의 것이다. 애초에 남을 따르는 사람을 두고 당신조차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자신을 그런 위치에 두지 말자. 그저 그의 삶이 이러했다면 난 다르게 살아보자, 나만의 자리를 찾아보자고 여기자. 그것이 훨씬 더 경제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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