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업무 방식 - 구글 애플 페이스북 어떻게 자유로운 업무 스타일로 운영하는가
아마노 마사하루 지음, 홍성민 옮김 / 이지북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직장을 다니다 보면 3.6.9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은 3년 6년 9년에 한번씩 위기가 찾아온다는 것이지만 요즘은 이직율이 전에 비해 높아지다 보니 3개월 6개월 9개월에 한번씩 찾아오는 위기를 369가 왔다고 칭한다. 그만큼 사회초년생들에게 새 직장에서의 첫 1년 동안의 적응기가 험난하다는 것일 수도 있고, 전에 비해 직업과 직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음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직업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난 뒤로 지금까지 약 2번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하나는- 이를테면 '아버지세대'를 기점으로 살짝 위였던 지금은 거의 퇴직 후인 세대겠다. 한 직장에 몸담고 정년이 될 때까지 그 직장에 충성하는 직장인들이 있었던 시기, 그리고 '아버지세대'. 경제 위기를 기점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사회에서 정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중장년의 나이로 퇴직하고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세대. 우리는 보통 어린 시절 한 직장에서 20년이고 30년이고 근속하는 직업군을 바라보고 '아, 일이라는 것은 저렇구나.'하고 자라왔다가 청소년기 즈음 그 개념이 흔들리는 것을 목격하고 성장하여 청년이 되어 자신이 일을 찾을 즈음에는 장기 근속이라는 것의 의미를 잃고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리저리 분주히 이동하는 것이 미덕이 된 직장 유목민 세대인 것이다. 그리하여 전에는 년수로 찾아오던 퇴사/이직 욕구가 이제는 개월 단위로 찾아오는 것이리라. 이 책으로 일하고 싶어도 일하기 참 어려워진 한국 사회를 등지고 더 넓은 세계를 바라봐보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들이 어떤 곳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읽어낸 책이 직업과 업무 방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 시작이 이리 장황했다. 물론 읽으면서 그동안 나는 '일'이란 것을 어떻게 생각했나 떠올리기도 하고 여러 생각을 하긴 했지만 대부분은 '이건 우리와 맞지 않아'하는 부정이 많았다. 무려 "세계 1위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업무 방식"에 대한 내용이니 나같은 평사원은 그저 읽으면서 '걔네는 그렇구나. 이런 부분이 다르구나.' 하는 정도지 '그래, 이걸 내 직업의식에 적용해봐야겠어!'하는 긍정적인 적용이나 공감은 그닥 되지 않는다. 물론 많이 나오는 고정적인 멘트가 [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환경이 마음 편하죠. 그래서 자신을 바꾸고 싶어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첫걸음을 떼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돼요.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했으니까 누구나 할 수 있어요. -p.33] 같은 말이긴 하지만, 여긴 한국 사회입니다. 라는 말로 모든 것이 상쇄되는 느낌이다. 이 책이 어떤 긍정적인 실천으로 이어지려면 직급이 어느 정도 있는 선에서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적게는 한 사무실의 업무 방식을 바꿔보자고 제안할 수 있는 정도의 직급, 많게는 직접 자신의 회사 인재를 오로지 능력 중심으로 뽑고 횡적으로 유지할 능력이 될만한 직급. 그리고 자신에게 익숙한 환경을 바꿀 시도를 할만한 깨어있는 생각도 가지고 직급도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점도 있다.

 

 좋은 환경이나, 빠른 업무 처리, 명확한 표현으로 확실히 선을 그어두는 의사결정, 긴밀한 시장과 기업의 상호 반응, 국가를 초월한 다민족 글로벌 사회의 형성, 효율적인 인턴제도 -무급으로 업무 숙달을 위해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최근 열정페이라는 말로 비꼬아지는 일을 실리콘밸리의 신입 채용 효율화라는 장점으로 보는 부분은 어떤 특수성이 더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됐다. - 능력제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갈 수 있는 횡적 사회, 전문성에 따른 분업화, 개인과 개인이 연결되어 기꺼이 서로의 멘토가 되어 주는 열린 구조 등등은 참 매력적이다. 하지만 매력적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철저한 자본주의적 개인 평가가 냉정하게 여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위계가 분명하고 관료적이지만 그만큼의 책임을 위에서 분담하려는 성향이 있는 한국 사회의 업무 분위기에서, 개인의 발전이 없다면 도태 외의 길은 없어 보이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미국 스타일과의 차이를 느껴보면 각각의 장단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막연히 그렇게 되면 좋겠다.. 하고 회사생활 하다보면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을 확인함과 동시에 부담과 압박이 그만큼 개인에게 주어지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 실패해도 그만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고 싶을 때 하자, p.52] 라고 말하는 평범한 근로자들이 그곳에 있다. 그들은 자신이 도전하지 않았다면 남들과 다름없이 평범히 일하고 살았을 것이라 한다. 실패도 있지만 도전하다보면 그 안에서 성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너무나 일리있는 말이다. 마치, '당신은 어린 시절에 한번 크게 아팠던 적이 있지?' 하고 묻는 말처럼.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떠올려볼 말이 있습니다. [ 승자 한 명당 패자는 열 명인데 솔직히 너는 후자일 것 같다. ]는 모 인터넷 사이트의 현실적인 명언이 있지 않은가. 물론 실패를 감수하고 도전한 자만이 성공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런데 그 실패로 감수해야 할 리스크들이 모두에 공평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열 명 쪽에 있을 수도 있는데 나는 한 명이 될 것이야, 하는 믿음을 감수하기에는 이 책은 너무나 한 명 들의 이야기만 있다. 한 명들은 그 나름의 준비와 운도 있었을테니까 혹시나 이 책을 읽고 감명받아 이런 자유로운 업무 방식과 높은 급여를 동경하며 도전할 것이라면 그늘 쪽의 이야기도 찾아보고 중심을 잡아보시길. 이 책에 나와있는 실감 나는 사례들은 하나같이 너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리스크는 있다. 하지만 그 리스크를 감수하고 도전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를 반복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비자에 관한 참고 내용 등등도 일본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서 소개하고 있으니 이 책이 당신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은 접자. 약간의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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