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9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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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종일관 궁금했다.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걸까. 그걸 궁금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을까 생각해보는데, 아마 그건 아니었을 것 같다. 그것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거다.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녹아있는 작품이다 보니 아무래도 더 단단한 마음으로 하고 싶었던 얘기를 꺼내보자고 했을텐데, 글쎄. 꺼내기가 쉽지도 스스로에게도 전혀 가벼울 수도 없는 이야기라 모든 것을 좀 깊숙이 담아두고 드러내지 못했단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라도 쉬울까, 남겨진 사람의 심정을 드러내는 일이. 그런데도 아쉽다는 생각을 거두기는 힘들다. 기왕이면 더 생생하게 속을 열었더라면 공감이 많이 됐을 것 같다는 여지가 남았다.

 

 아빠와 둘이 사는 태산은 학교에서 늘 자신의 뒤에 산처럼 버티고 있을 것만 같았던 아빠의 부고를 듣는다. 황망한 정신으로 장례를 치른 태산에게 남은 것은 가게집인 쌀집과 도움이 될 듯 되지 않는 친구 기형, 좋은지 아닌지 모르겠는 효미, 조력자가 될지 아닐지 애매한 담임, 확실하게 돈을 노리고 들어앉은 오촌 아저씨, 믿을만 하지만 어쨌든 남일 수 밖에 없는 떡집 아줌마 아저씨, 아빠가 남긴 사진 한 장.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혼자 남겨진 태산은 슬픔을 다 풀 새도 없이 '해리 미용실을 찾아가라'는 말을 남겼을 뿐인 아빠의 흔적을 좇아 무작정 부산으로 떠나게 된다. 

 

 내용 자채는 끊임없이 그래서 해리 미용실과 태산이 사이에는 어떤 연결 고리가 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읽을 수록 그럴 수 밖에 없었던 태산의 상황 때문이었는지 캐릭터들이 정돈되어 있지 않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가장 안정적인 인물은 가장 혼란스러울 법한 태산이었고 다른 캐릭터들은 어떤 입장에 서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나 예쁘고 몸매도 좋다는 효미가 왜 자꾸 태산의 주위를 맴도는지에 대한 이유도 알 수 없고, 돈 한푼 없이 사진 하나만을 보고 태산의 뒤를 따라 부산으로 온 기형의 뻔뻔스러움은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비호감에 맞먹었다. 오촌이라는 아저씨도 한밤중에 용식을 습격해 쇠파이프로 머리를 내려쳤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극단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고아가 된 먼 친척 아이의 등을 쳐먹으려는 그저그런 인물이 아니라 좀 더 흉악한 범죄자에 가까운 인물인데 대낮에는 부동산에 내놓은 쌀집을 안 팔고 도배 다시 하겠단 꼬마애들의 말에 약올라하는 좀 어수룩한 사기꾼처럼 보이기도 하고. 떡집 아저씨 아줌마는 태산을 도와주려다가도 결국 우리는 남이니까... 하는 애매한 태도로 발을 뺀다. 미용실에서도 미용실 주인보다 더 들고 뛰는 건 손님으로 온 할머니다. 아무래도 이해가 안가는건 고등어 먹으면 알레르기 반응이 온다는 말을 못해서 억지로 할머니가 먹이는 고등어를 두 점이나 먹은 태산이의 우유부단함. 음식에 알레르기 있는 사람들은 보통 확실히 얘기하거나 절대 먹지 않으려 하는데 그걸 넣어준다고 먹었다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았다. 심하면 위험하기까지 한 부분인데 할머니 힘이 세서 먹게 되었다 그래서 알레르기 반응이 올라왔다는게 좀... 해리 미용실의 미용사도 지나치게 말도 없고 왜 태산이 해리 미용실을 찾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되어줄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자기 안의 사연에 파묻힌 사람일 뿐이었다. 좀 더 극적인 인물이 되었어도 좋았을 인물은 오히려 약하고 극단적일 필요가 있을까 싶은 인물들은 그러했다. 속이 시원한 인물이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이 인물은 왜 이러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왜 이런 행동을 하지 계속 의문스럽게 떠올리며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된다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노래 가사를 담아놓은 작가의 생각과 일견 다른 부분이 있어서 대립각처럼 읽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항공 사고로 잃은 친구에 대한 마음을 담아놓은 글이고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위로를 건네기 위한 글이었다면 좀 더 정리된 내용으로 다가갔으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런 말이 하고 싶었구나 하고 확 와닿을 수 있는. 인물들도 이런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구나 하고 납득할 수 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친구 앞에서 우리 아빠의 과보호가 숨이 막힌다는 말을 늘어놓는 무신경한 기형이가 유일한 친구가 아니라고 좀 더 상식적인 선에 위로가 될 수 있는 인물이 주위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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