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연애 블루스
한상운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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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맛이 깔끔한 아메리카노를 마신 것 같은 소설이다. 끝은 남는 것 없이 딱 떨어졌으나 산미와 단맛, 향이 제각각이었던가 아니면 너무 강렬했던가. 하나하나 요소만으로 따진다면 꽤 괜찮은 원두를 썼음에도 지나치게 읽는 이의 취향에 맞추려고 강하게 배전한 커피를 씁쓸하게 마신 기분이 드는, 아쉬운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한 잔의- 한 권의 책에서 느낄 수 있는 환기는 이 정도면 괜찮다. 전체적인 흐름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마지막도 산뜻하다. 다만 클라이막스에 가까워지는 동안 너무 많은 요소들이 제 색을 내며 튀어나와 살짝 지나쳤던 것만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재미도 흥미도 적절히 끄는 책이었다.

 

 처음 몇 부분을 읽어나가면서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 하나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이를테면 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각 호에 사는 사람들 각각의 이야기를 하나씩 읽어나가다 보면 그날 그 곳에서 있었던 일의 총합이 되는 흐름의. 그런데 문득 칠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진 남자의 이야기가 점점 길고 복잡해지면서 내 예상이 틀렸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자세를 잡고 흐름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내용들은 전부 하나로 이어져 모든 이야기의 총합이 되는 흐름은 맞았다. 하지만 그건 그렇게 단순한 어느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연애 블루스는, 연애라기 보다는 액션 블루스에 가까웠다. 그것도 만약 영화화된다면 일도 역은 마동석이 해야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쎈. 수정이란 인물의 정체와 목적, 이유를 파악하는 과정은 스릴러물에 가깝기도 했는데 내용을 읽는다기 보다는 화면을 보는 것에 더 가깝게 표현이 되어 있어서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었다.

 

 초중반까지는 작가라던지 출판업계에 관한 농담도 나올 정도로 흐름이 평이했다. 사람 묻어버리는 해결사에 대한 내용도 나오지만, 이런저런 사람들이 다닥이 붙어사는 곳에 다양한 직업군이 있는 것이니 그저 지나가는 요소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읽었었다. 그런데 마치 작은 실밥이라고 생각하고 휙 잡아당긴 실이 옷 어느 안쪽에서부터 단단히 연결되어 있던 것처럼 한 부분을 다 울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듯이 일이 점점 커진다. 쉽게 생각하고 실을 잡아당겼는데 순간 어, 하고 놀라 재정리하며 퍼즐을 맞춰 흐름을 따라잡았다.

 

 거기에 인물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에 대해 조금 생각이라도 해볼라 치면 그것도 애매했다. 그저 칠년동안 별 문제 없이 만나왔던 잘나디 잘난 스펙의 여친과 헤어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성욱이 그 길에 갑자기 수정을 보고 그 미모에 반해 그녀를 따라가게 된다는 일탈! 거기에 단지 조금 예쁘고 평범할 거라 생각했던 수정은 사실 느닷없이 길거리에서 머리채를 잡혀 끌려갈 위기에 처하게 될 사연있는 여자였다는 사실! 그런데 그 여자가 전까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영화관에 들어가서 영화 한 편이나 때리다 나왔다는 흐름! 아무리 방태수가 못난 사람이어도 만나는 여자랑 고용한 여자가 엄연히 다른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냈다는 무리수! 다소 난해한 전개가 소맷부리를 잡아채 무조건 따라오라고 독자로 하여금 다음장을 넘기길 종용하는 점이 난감했다. '왜'라는 부분에 대한 인물 내면에 대한 묘사가 더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았다.

 

 어느 정도 감상을 끝내고 나니 문득 처음에 나왔던 야구 장면이 떠오른다. 왜 굳이 그 팀의 경기를 끌어다 보여주었을까 하고. 성욱처럼 그 팀도 지금은 몇 년 째 늘어져 있지만 깨지고 일어나 역전 재기를... 아니다, 거기에까지 의미를 부여하진 말자. 감상은 이것으로 되었고 저자도 그 팀의 팬이라면... 그래, 그저 뭐 힘을 내서 작품에 매진하시는 말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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