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 그릴스, 뜨거운 삶의 법칙
베어 그릴스 지음, 김미나 옮김 / 이지북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잘생긴 영국남자가 한껏 러프해진 모습으로 책장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생존왕이라 지칭되는 그 남자의 방송을 제대로 본 적은 없다. 그저 출퇴근 오가는 경기지역 버스 안의 버스 티브이 화면속에서 잠시잠깐 그가 하는 방송을 소개하는 화면에 언뜻 눈을 준 정도. 그래서 베어 그릴스의 책을 받았을때 마치- 출퇴근길에 몇번 마주쳐 얼굴이 익은 남자와 소개팅 자리에서 만난 기분이 이럴까 싶었다. "저기요, 저 전에 그 쪽 본 적 있어요." 하고 시작할 법한. 어찌됐든 내가 베어 그릴스에 대해 진짜로 알게 되는 것은 먼저 보았던 티브이 화면 속이 아니라 바로 이, 그의 책을 통해서이니.

 

 그가 했던 어떤 모험들보다 놀라웠던 사실은 살아남기 위해 혹은 방송의 극적인 효과를 위해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먹어치우는 이 남자가 이튼 스쿨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책의 중반부를 좀 넘어가면 명문 중의 명문이라는 귀족학교에서 점잖은 교복을 입고 찍은 단체 사진이 나오는데 티없이 순둥해보이는 얼굴의 그 학생이 자연과 대결하는 상남자의 모습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다니. 말마따라 집안 덕을 좀 누리며 살아도 되었을텐데. 가끔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도 있나보다' 싶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베어 그릴스는 '세상에는 그렇지 않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싶게 만드는 라이포그래피를 만들며 사는 사람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에 대해 종이위에 쓰여진 글씨로만 그 상황이나 분위기를 가늠해야 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실제로 본다면 더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가 쓴 책을 읽으면 그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책을 보면 방송에서 알려진 베어 그릴스가 아니라, 진짜 베어 그릴스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그가 엄연히 그 둘이 다르다는 것을 구분지어 놓았듯이 진짜 그가 어땠고, 어떤 생각을 하며 지냈는지 알게 된 것처럼 방송에서 보여지는 베어 그릴스는 또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그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무엇이든 먹을 대상으로 삼는 기이한 남자인가, 그가 하는 방송에서처럼 누구도 쉽게 해내지 못할 자연에서의 생존을 유연하고 과감하게 시도하여 성공해내는 거친 남자인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카우트연맹의 최연소 스카우트 단장으로 임명된 일을 참으로 명예로운 가치로 기뻐하는 자신만의 가치관이 확고한 사람으로 봐야 하는가. 그는 방송에서의 자신과 그렇지 않은 자신을 구분한다 했지만, 그가 보여주는 모습의 비중 차이만 있을뿐 결국 다 그 안에서 나오는 것들이라 정말 대단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자극이 되는, 괜찮은 사람의 멋진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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