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
양국일.양국명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가장 흥미를 끌었던 부분은 '공저'라는 것이다. 애석하다.는 것은 차치하고, 어떻게 두 사람이 한 작품을 사이좋게 같이 쓸 수 있지 싶다. 만화야, 스토리와 그림 파트가 나뉘어져 있기도 하니까 흔한 일인데, 글을 쓴다는 것은... 한명이 아이디어를 내고 한명이 글을 쓸 수도 없고, - 그랬다간 누구의 안에서라도 내 것을 완벽하게 써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길 것이 자연하니까 - 부분을 나눠서 하자니 문체가 확연히 달라지거나, 굳이 나눠서 쓰더라도 마지막엔 둘 중 한명의 손으로 전체적인 흐름을 다듬기 위한 정리가 필요할텐데 어떻게 공저가 되었을까 하는 점이 제일 흥미로웠다. 전에 여러명이 하나의 글을 썼던 적이 있는데, A4지로 6-7장 정도 되는 분량이었으면서도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어 더 그랬다.

 

 악령의 내용은, 덮어놓고 좀 분위기를 강요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책에선지 읽어봤던 내용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한 세시간 딴짓하면서 아무리 떠올려보려고 해도 책 이름이 기억 안나서 답답하다. 결국 이렇게 늦은 시간이 되어 버렸네. 'KM문화예술고등학교' 라는 곳을 무대로 해놓고, 거긴 폐쇄적이어서 외부와 닿기도 어렵고 정말 이상하고 무서운 곳이라는 이미지를 너무 직접적으로 주입시키려는 흔적이 너무나 많아서 생생함이 부족했다. 글쎄, 아무리 진학률이 높은 곳이라도 아이들이 몇이나 '실종'이 되는 학교에 제대로 된 항의가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묘하다. 거기다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을 전도가 유망한 학생들이니, 더욱이.

 

 환상적인 것은 좋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되도록 '느껴져야' 좋은 것이지, 주입식으로 "여긴 환상적인 곳이야"라고 말하는 순간 너무나도 리얼한 눈으로 건조하게 환상이 덧붙여진 균열의 부분을 짚어내게 되는 것이다. 이니그마로 초대되는 태인의 모습들도 그런 균열로 가득찬 것처럼 보였다. 의외로 수지의 비중이 적었고, 유미의 외모 때문에 무조건 적으로 이니그마라는 서클의 방향으로 끌리게 되는 점도 너무 빨랐다. 게다가 전교 1등 석규라는 캐릭터도 1시간 2-30분 남짓의 러닝타임 공포영화에 주로 나올법한 급변하게 되는 광기 서린 인물의 전형처럼 느껴졌다. 신선함의 부재와 많은 인물들로 인한 잔가지로 전체 흐름이 부자연스럽게 빠른 진행으로 되었다는 점이 심히 아쉬웠다.

 

 게다가 엄마가 남겨준 만년필로 물리친 여우귀신이라니. 이런 흐름을 왜 두 사람이서 만들어냈을까. 애초에 대상 연령층이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졌다. 대상 연령층을 가늠해보기 위해 새삼 표지를 훑어보자니 내용 자체로 보면 제목에 매우 충실한 것이기도 한데...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다. 청소년 도서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속도감이나 인물의 감정선 등이 러프한 부분이 있다고 넘어가기엔 섬세하고 감명깊은 청소년 도서들이 버젓이 존재하기 때문에 찜찜하다. 아마 초등학생 정도면 읽으면서 진중한 무서움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