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들이 낳은 아이를 살해하고 유기하는 선택을 하게 된 어린 연인. 그리고 8살 난 여자아이가 온 몸이 묶인 채 살해당하는 사건. 귀가길 돈을 갈취하려는 목적의 강도에게 우발적인 살해를 당한 이혼녀.

 

 다른 두 직선이 마주하는 점을 어쩌면 인연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공허한 십자가' 안에서의 그 접점은 그다지 로맨틱한 면은 없었지만 그 악연도 결국은 인연이니. 바로 그 사람과 사람이 삶의 교차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읽으며 떠올랐다.

 

20여년 동안 일어난 세 번의 살인사건과 맞물리면서 사형제도에 대한 각 인물들의 입장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마치 독자에게 당신은 어디에 속하고 있느냐고 선택을 하라는 듯 종용하듯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있는 문제이니만큼 읽으면서 이 편에 휘둘렸다가 저편에 섰다가 자꾸만 생각을 바꾸게 되는데, 책을 덮을 때까지 끝내 뭐라 결정하기 힘든 문제였다. 게다가 한번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은 재범을 저지를만한 상황이 오면 또 다시 그러한 짓을 저지르기 쉽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나오는 점도 쉬운 내용을 쓴 것은 아니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에 천명이라는 프리뷰 독자 모집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북 제공이라는 말에 단념해야 했는데, 기쁘게도 책 한 권이 내 손에 들려지게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라니.

 

이 작가는 정말 독특하다. 대단한 것은 당연하고, 작가로서 이 정도 수준의 작품들을 이렇게 빠른 속도로 발표해나가는 역량은. 이런 소설들을 떠올리고, 구성을 하고 인물을 만들어나가는 일이 그렇게 쉬운가 마치 그날 그날의 일기 몇 편을 모아 발표하듯이 빠른 속도라니. 오히려 독자가 되어 그의 글을 차례로 읽어나가는 일이 더 숨가쁘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그러기엔 몰입도가 너무 높은 글을 쓰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번 작품도 수준급이었다. 잘 읽혀지면서도 그 안에 의식을 담아내고 주제를 생각해보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좋았다. 그 때문에 다소 무겁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의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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