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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야기꾼들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평점 :
불온함이 물씬 느껴지는 제목이다. 시작해보아야 좋을 것 하나 없을 일을 사서 시작하는 무모한 자들이 나오는 외국의 공포 영화를 볼 때 떠오르는 못마땅함도 여겨졌다. 하지말라는 짓은 하지 말 것이며, 불안한 장소에서는 절대 혼자 행동하지 말 것이고, 애초에 흉가같은 곳은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몇 번의 여름 특집처럼 나오는 시리즈물로 다 깨달았을텐데도 이런 소재는 흔히 쓰인다. 이들도 그렇다. 흉가에 가게 된다. 정기적으로 모이는 비밀스런 모임 밤의 이야기꾼들이 한 날, 한 시에 모여 이야기를 풀어낸다. 자신들과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위해.
주인공이야 그저, 이 불경기와 취업난 속에서 자신을 면접까지 보게 해준 첫 회사의 일감을 삼아 선배를 따라 들어간 꼴이지만 애초에 본인이 보냈는지 어쨌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수상한 회사에서 오란다고 덥썩 가는 어리숙함을 보여준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지극히 일반적인 사고의 흐름으로 귀결되는 행동양식도 아니고. '월간 풍문'이라는 잡지를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는 잘 알겠지만, 그 와중에 그런 곳이 요즘같은 불황에도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싶은 염려는 지워지지 않았다. 환상으로 빠져들기에는 지나치게 이성적이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웃는 여자'라고 해서 빨간 마스크 괴담의 프리퀄같은 흐름으로 나오는 이야기였다. 너무나 많이 최근까지도 영화화 되기도 한 괴담이라, 흔한 이야기에 손을 댈 생각을 했을까 싶게 아쉬우면서도 또 인상적이었다. 따돌림이나 사이코패스의 초기 증상이라 해야 할까 싶은 동물 학대에 대한 요소들이 조합되어 나와서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았다. 책의 마무리도 그렇지만, 이 한 부분의 내용을 좀 잘 다듬으면 단편극이나 영화로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을만큼. 전체적으로는 기대 이상의 것들은 없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좀 늘어진다 싶을 정도로 주변살이 많이 붙어 있었다. 강렬함은 적었고.
마지막 마무리는 처음 시작이 흥미로웠던 것에 비해서는 평범하게 끝냈는데, 균형을 맞춘 것인지 아니면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비하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여름이 다 지나가는 시기에 시작된 이야기라지만 늦더위를 위한 오싹함 정도는 하나 준비해주는 책이 되었음 했는데 아쉬웠다. 다음 모임에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준비해서 만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