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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연인 1 - 제1회 퍼플로맨스 최우수상 수상작
임이슬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6월
평점 :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찾아오는 시기가 있다.
로맨스가 필요한 때.
평소에 로맨스 장르를 그다지 찾거나 따져보는 편이 아니라 그런지, 어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급 로맨스 물이 땡기는 때가 온다. 일년에 한두차례 정도? 그렇지 않아도 바로 그 시기가 얼마전에 찾아와서 괜찮은 로맨스 물이나 하이틴물을 찾고 있던 때였다. 영화로 보려고 했는데 그 전에 '유성의 연인'이 손 안에 떨어졌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아주 적당한 타이밍에 내 앞에 떨어지셨소. 하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틀은 참신하게 잡으려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이미 대부분의 이야기 설정이나 인물 설정은 나올만큼 나왔고, 장르 특성상 애독하는 독자들은 볼만큼 봤다. 매니아 층을 거느린 장르 물들이 무서운 것이 독자도 작가만큼 노련해진다는 점이다. 클리셰에 정통한 독자들이 있고 조금이라도 기시감이 들면 바로 캐치할 수 있는 노련함이 있다는 것. 그런데 '유성의 연인' 역시 그가 표방하고자 했던 참신함의 방향이 누구나가 떠올릴 법한 기본적임에 머물렀다는 것이 아쉬웠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야 하는 마음에서 솟아났을 법한 전래동화 구조의 재해석에 딱 이것만큼은 차별화 된다는 특징이 느껴지지 못했다. 거기에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래 세계에 대한 한정적인 설정이 아쉽기도 했다. 말도 다르고 시간도 공간도 다른 별에서 온 존재의 이름이 순수 우리말로 용을 뜻하는 미르라니. 머나먼 미래의 지구에서 시간 이동을 해왔다고 하는 것이 더 나았을텐데...!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흐름 속에 나온 인물들과 그 이야기에도 골고루 힘을 쓰려고 노력한 점이 느껴졌는데 일정부분 이상 주된 인물들의 감정선이나 에피소드를 잘 살려놓고 곁가지로 흘러나가야 하는데 너무 고루 살피다보니 내용의 말미에 이르러서 두 주인공의 감정이 흘러가는 방향이나 아픔이 독자의 것인 것마냥 전해지는 몰입이 부족했던 것 같다. 로맨스의 핵심인데. 엇갈리려하는 주인공들의 사랑에 같이 안타까워하게 되는 것이... 두 사람이 나누는 일상을 보여줘야지 하고 나열하는 소소한 사건들은 있는데 천천히 빠져드는 감정의 흐름과 그로인해 갖게 되는 갈등에 대해서 느껴지게 하기 보다 읽어가게 하는 이입과 몰입의 부족이 아쉬웠다.
로맨스가 필요한 시기에 느끼고자 하는 것들이 오그라든다고 표현할 정도의 달달함 - 서로 다 알면서도 모른척 썸을 주고 받는 남녀 커플의 수작을 엄마미소 지으면서 지켜보는 것과 위기가 왔을 때 마치 내 일마냥 같이 슬퍼하며 눈물 쏙 뺄 수 있는 절절함인데. 그 점이 부재했다는 것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