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번역 - 쑨거의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 읽기와 쓰기 우리시대 고전읽기 질문 총서 4
윤여일 지음 / 현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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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이어달리기 같은 책이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주요인물들에 대해 알아보려고 시도해봤는데, 타케우치 요시미를 알기 위해서는 루쉰이 등장하고, 그들의 관계 뒤로 쑨거가 이어진다. 단 하나 제대로 건진 정보가 있다면 타케우치 요시미가 남성이라는 것. 반대로 그만큼 배경 지식이 없는 채로 책을 들었다는 뜻도 된다. 사상과 학문이라는 것이 원래 다 이렇게 이어지고 갈라지는 것인지. 독자를 시험하는 듯한 사실은 이래도 계속 다음장으로 읽기를 계속할 것이냐고 확인하는 듯한 내용이 계속되고 있는 책이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생각 이상으로 비워진 공간이 많은데 결국 마지막까지 가긴 했으니, 한보 나아가고 두보 밀려난 느낌이 든다.

 

 상대의 상대자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더 많은 시간과 공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어쩌면 그저 여기서 논의되는 타케우치 요시미의 사상에 대해서만 포커스를 잡고 읽는 것이 더 효율적이겠다. 책의 내용 안에서도 나온다. "사상의 번역이란 힘을 다해 상대에게 다가가려고 애쓰지만 동시에 상대와 동화될 수 없다는 자각을 품고, 상대에게 동일시하기보다 상대와 결별해 자신의 환경 속에서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노정이다." 라고. 책을 마주하고 되새기자, 결국 이 책을 읽으면서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은 자기화 된 결과물 외에는 없을 것이란 사실을. 자기화의 범주가 더 크고 넓어지기 위해선 배경지식이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말이다.

 

 타케우치 요시미, 루쉰과 쑨거가 일본과 중국의 문학가이자 비평가이기 때문에 사회문화적인 내용이 나오는 부분도 있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특히 전후 일본에 관한 내용이 나오거나 일본과 미국 사이의 관계에 대한 언급이 있는 부분은 불편하기도 했다. 전쟁에 대한 책임의식을 거론한 부분 등이 특히. 그 외에도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담론도 나오기 때문에 그런 사상이 담긴 부분들은 매우 흥미롭다. 근대에 이르러 서양과 동양의 구도를 두고 어떤 시선으로 세계의 흐름을 인식해야 하는지, 근대화의 과정에서 두 문화가 충돌하며 우와 열의 위치를 형성하는 상황에 대해 어느 위치에서 문제 인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는 6장의 내용은 특히 재미있었다. 다소 생소한 쩡짜의 방향이라는 표현에 공감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지식을 가지고, 어떤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는지 정말 궁금했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리뷰가 아쉬웠다. 나같은 겉핥기가 아니라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글을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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