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열 갈래의 길
유예진 지음 / 현암사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주위의 누군가가 자신의 글을 내어보이며 자신있게 말했다. '좋은 텍스트는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기 위해 몇번이고 곱씹게 되는 것'이라고. 그러면서 내민 글이 엉망이라 정말로 몇번이나 곱씹게 되었는데,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떠올리면 그 말이 다시 생각난다. '좋은 텍스트는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기 위해 몇번이고 곱씹게 되는 것'이라던 말이. 이 책 역시 그 좋은 텍스트를 위한 안내서가 아닌가. 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이자 그의 작품에 더 다가설 수 있도록 만드는 돋움대.  

 

 사실 초반에는 읽기 좀 까다로운 책이라 생각되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사랑받는 작품이되는데 필요했던 것들에 관하여 라는 제목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익히 말하는 배경지식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서도 이 작품을 더 사랑하게 될 수 있는가의 여부가 달라지듯이 이 책은 우리가 감히 채우지 못했던 조각들의 전체를 끌어와 독자에게 선사한다. 자신이 가진 부족함 때문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더라도 그 작품 안에서 보여지는 것들에만 집중하는 편인데, 문장과 문장 사이에 어떤 의미가 들어있었는지 알게 되면서 신선했고, 참 많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그리워졌다. 지금 그 책을 손에 들고 있더라면 전에 읽었던 것과는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을텐데 하고.

 

 사실 좀 더 원작 내용에 기반을 두고 접근을 하는 내용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예 그 인물들의 작품에 대한 접근이 중심을 이루는 경우가 더 많아 읽기 어려웠었다. 어디까지나 예상과 다름에 있어서 생긴 문제였고 읽으면서 점점 시야가 넓어지는 독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나니 좀 더 수월해졌다. 재미있는 점은 실존하는 작가들 뿐 아니라 작품 속에 등장하는 허구적인물에 대한 파트까지 있다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로 점철된 삼월의 마지막 주였다. 지금 스크린에는 '온 더 로드'라는 영화가 상영중이다. '길 위에서'라는 작품을 영화화한 것이었는데, 청춘의 때를 담은 로드무비다. 그 영화 속의 주인공이 모든 길 위에서 늘 잊지않고 지니고 있던 책이 바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다. 중간에 어떤 구절을 낭독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어느 부분이었는지 적어두지 않아서 잊었지만, 여행의 맨 처음부터 끝까지 이들의 젊음과 함께 낡아가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참 기억에 많이 남았다. 마약과 섹스, 절도, 동성애 등으로 화면이 어지러운 순간 순간에도 주인공은 이 책을 놓지 않았는데, 그래서 이 책의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하나하나 다 인상적이었다. 영화 '온 더 로드' 역시 원작 소설의 작가가 자신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인물마다 그들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후일담들이 있었다. 보고나니 정말, 프루스트의 흐름에 따른 글쓰기 방법이나 인물의 등장 방법이 비슷하게 느껴져 손에 쥔 '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과 함께 마치 누군가 나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곁으로 인도하는 느낌이 들었다. 인상깊게 읽었다면 이 영화 역시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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