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천재적인
베네딕트 웰스 지음, 염정용 옮김 / 단숨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거의 천재적인'이란 말은 저자 베네딕트 웰스에게 더 잘 어울리는 수식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으로 봤을 때 비꼬는 말처럼 될 수도 있겠지만, 젊은 나이에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고 그래도 "내 인생에 이 길 밖에 없다"고 정한 그 순간 마법처럼 작품이 뽑혀 이름난 작가로 단숨에 삶이 바뀌어버린 거의 천재적인 작가 베네딕트 웰스. 그의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그의 성공기가 부럽기도 하여 이 수식어를 그에게 붙였는지도 모르겠다. 질투와 시기는 조금 접어두고 책 이야기를 하자면, 연상되는 작품들이 많은데 또 그만의 특색은 가지고 있는 볼만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불우한 생활을 하고 있는 젊은 청년이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이 비슷한 느낌의 동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엄마 찾아 삼만리'였던가? '파랑새'라는 동화랑도 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니면 살짝 '은하철도 999'처럼 지나간 도시들마다의 구분이 되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 여정에 함께 하는 인물들을 떠올리면 살짝 '오즈의 마법사'같단 생각도 든다. 어쨌든, 그는 길을 떠났고 꽤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이 청년은 어리석게도 존재할지도 안할지도 모를 희망에 자신의 미래를 걸고 약간은 감상적이게도- 사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자신의 뿌리찾기에 도전한다.

 

여러 도시들이 나오는데, 그 중 '티후아나' 부분을 특히 관심있게 읽었다. 제대로 묘사 했는지 티후아나 부분에서는 도시에 대한 묘사를 집중적으로 보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이야기의 최종장에 이르러 절정에 치달은 부분이라 그런지 티후아나에 대한 짧은 스케치에 지나지 않아 좀 아쉬웠다. 여행기가 아니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티후아나의 주정뱅이 노동자로 전락하는 삶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묘사가 덜 됐던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덧붙이지만 티후아나는 그렇게까지 촌동네는 아니다. 부촌과 빈민촌이 적당히 어우러져 있긴 하지만.

 

비극이라면 비극일 수 있는 삶은 내가 물려받은 자에게서 내가 물려 내려주는 자에게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이라는 구조도 약간은 형식적이지만, 그래도 썩 잘 어울리는 구성으로 만들어냈고 짧고 간결한 문장이 살짝 거칠게 느껴지는 듯한 문체로 서술되는 것도 주인공의 상태와 잘 어울렸다. 위태로움이 그대로 배어나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독일 현대문학 작가들의 책을 많이 접해본 것이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독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의 글은 아니었다. 카프카나 니체 같은 사람들이 먼저 떠올라서 그런가 싶다. 약간은 가볍고, 그래서 이 소년의 무모한 여행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흥미로운 시선으로 따라붙는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그보다 어른인 사람의 입장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법한 결말로 흘러가는 점이 개인적으로 안타까워 애도를 표할 수 있을 정도의 애정을 가지고.

 

다음 책이나 이전 책을 당장에 찾아 읽고 싶을 정도의 강렬함이 없던 것이 아쉽다. 하지만 한두권 정도 더 읽는다면 평가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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