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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화양연화 -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송정림 지음, 권아라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평점 :
이런 류의 책을 어떤 분류로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엔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들, 삶의 가장 행복한 순간들에 대한 에세이라고 해서 정말 저자의 삶에 대해 쓴 에세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마흔'예찬에 대한 통속적인 표현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점에 출간되는 책들 제목이 하나같이 20대에 해야할 일이나 삼십대 이것만은 꼭, 마흔 새로운 인생, 50대, 60대, 등 나이대별로 시작하는 내용들이 넘쳐났기 때문에 본문에서 마흔에 대해 특히 강조하며 이러저러하게 쓴 내용들이 그닥 새롭거나 특별한 울림으로 다가오지 않았었다. 몸짱, 얼짱은 될 수 없어도 맘짱은 될 수 있다던가, 사추기가 오는 때라던가 하는 표현만 해도 아직 인생 덜 산 독자의 눈으로 봐서 그런가 진부한 표현이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내 목차를 살펴보며 그래도 읽을만한 내용이 좀 있을 것 같단 기대도 됐다. 책에서 독자에게 소개하는 목록들이 단순히 책이면 책, 영화면 영화 같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과 그림, 풍경까지도 꼽고 있었다. 마흔의 이런 넓은 시선은 괜찮았다.
한 가지 주제마다 서너장정도 분량으로 내용을 소개하고 저자의 짧은 감상을 곁들이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읽기에도 편했다. 짧게 짧게 끊어읽다보니 읽는 속도도 금새 붙어 한권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하는 작품이나 관심이 있는 작품에 대해 소개하는 부분을 다시 읽어보거나 페이지를 넘기다 장면을 떠올리는 일에 시간이 조금 더 들 뿐이었다. 책을 읽다보니 워낙 명작으로 꼽히는 것들을 나열하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풍기는 작품들의 분위기에서 저자의 취향을 알 수 있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저자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알아간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같은 문체로 많은 작품을 소개하다 보니 감상을 표현하는데 비슷한 문구를 사용하는 것 같은 부분이 있어 풍부한 표현이 덜한 것 같아 아쉬운 감도 있었다.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삽입된 그림이었다. 그림이 워낙 특별하고 인상적이라 그림을 그린 사람이 누구였는지 따로 맨 뒷 페이지를 살펴보며 찾아보았는데, 권아라라는 작가였다. 표지 작업도 같은 작가가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사실 표지는 그닥 인상적이지 않고 또 내용이랑 어우러지는가도 잘 모르겠는데, 그 안에 그려진 삽화는 책장을 넘기다 잠깐 멈추고 들여다 볼 정도로 매력이 있었다. 15쪽에서 처음 본 파트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는 그림부터 시선을 잡아 끌었는데, 내용 중간에 있는 그림들 역시 독특한 분위기와 색감이 눈에 확 띄었다. 표지 그림도 그런 분위기로 했다면 좋았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