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미스터리

셜록 미스터리
J.M. 에르 지음, 최정수 옮김 / 단숨 / 2013년 10월

이 책을 눈 앞에 두고, 그저 셜록 홈즈에 대한 약간의 오마주였다면야 어느 정도 이해하며 볼 수 있었겠지만- 셜록 홈즈에 대한 절절한 애정의 산물이었다는 것이 뒷걸음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책표지를 눈앞에 두고 토로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난, 아르센 뤼팽 취향이에요! 하고. 많이 양보해서 에르큘 포와로나 혹은 미스 마플까지도 괜찮다. 거기다 아직도 초등학생인 코난에 고등학교만 수년째 다니는 김전일까지도 괜찮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난 셜록 홈즈는 그닥. 수많은 홈즈 매니아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누구에게 취향은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데 몰입이 좀 힘들었던 것은 둘째치고 '이런 건 기본이라네, 왓슨.' 하는 말도 참아주기 힘들기 이전에 무슨 맥락인지 모를 일이라 읽으면서 소외감 느끼는 이 기분은 뭘까 싶었다. 물론 홈즈에 대한 책을 조금이라도 읽거나, 저 유명한 영드 셜록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같이 어깨동무라도 하고 둥글게둥글게 뛸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이지 왜, 나는 뤼팽 취향이어야만 하는지 몰라도 그러하다. 진실로 누가 먼저 였는지를 떠나 뤼팽을 먼저 읽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읽으면서 좀 아쉽기도 했다. 왜 하필 뤼팽을 먼저 읽어서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현실과 허구의 경계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져들 홈즈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하고.

셜록 미스터리는 홈즈 매니아들을 위한 맞춤형 책이다. 인물들의 기록과 일기, 편지 등에 적힌 내용으로 고립된 공간에서 벌어진 기이한 죽음에 대한 추리를 해나간다. 사건의 배경은 이러하다. 이야기 속에서 셜록 홈즈는 실제 인물이고 그의 업적을 기리고 이어나갈 홈즈학과가 개설된다. 그 학과의 교수자리를 욕망하는 열명의 인물들이 그 자리에 있었고 그들은 각자가 가진 몇 일간의 기록을 남긴 채 죽어있었다. 그 뒤에 도착한 경찰과 소방관들은 레스트레이드 경감이라는 인물을 중심축으로 그들이 어떤 연유로 죽게 되었는지 살펴보기 시작한다. 일본식 추리물에 좀 익숙해져서 있었는지 깊은 원한이나 섬뜩한 반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인과는 생각보다 약하고 모호하게 표현된 것 같다. 거의 열린 결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셜록 홈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강력하게 추천하지만, 역시 셜록 홈즈가 가져다 줄 수 있는 만족감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저 그를 매개로 살짝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르센 뤼팽 취향의 독자 의견이니 책에 대한 좀 더 정확한 평은 셜록 홈즈를 사랑하는 셜로키언들의 리뷰를 참고하길 바란다. 그게 더 정확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셜록 홈즈라는 인물을 두고 우선적으로 느끼는 바가 다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