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 - 위기의 순간을 사는 철학자들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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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광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책의 서브타이틀은 낯설지만, 저자의 이름은 분명 어디선가 만나본 적이 있었다. 무슨 책을 읽었더라 한참을 생각해보았는데, 자모에서 나오는 '하이브리드 총서' 시리즈에서 만나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책을 읽기에 앞서 표지에 적혀 있는 이름들을 하나씩 읽어보는데, 낯선 알파벳 배열에도 어떤 이름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지 알아볼 수 있을만한 인물들이었다. 그와 함께 이 책이 쉬운 책이 되진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의 짧은 도입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은 슬라보예 지젝, 자크 랑시에르, 지그문트 바우만, 가야트리 스피박, 피터 싱어, 사이먼 크리츨리, 그렉 램버트, 알베르토 토스칸, 제인스 바커 순으로 그들과 직접 인터뷰를 나눈 기록을 정리해 옮겨놓은 글이다. 이렇게 이름난 철학자들과 또 주목받고 있는 신진 학자들 모두를 두루 인터뷰할 수 있는 저자의 넓은 인맥이 부럽고 또 그를 통해 이런 대담을 간접 경험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 메시지는 '자기 스스로 만족하지 말라'였다. 만족을 허락하지 말라는 것인데, 끝까지 무엇인가를 요구하라는 것이었다.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이 시위가 끝난 뒤에 정상이라고 불리는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생각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우리는 지금 구체적인 요구에 대해 모른다. 그냥 사유를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 삶의 토대를 고민한다는 것은 어떤 사회를 우리가 원하는지, 어떤 자유를 우리가 원하는지, 어떤 정부를 우리가 원하는지, 어떤 행복을 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것이다. "

 

저자는 여러 철학자들과 다양한 주제를 매개로 이야기를 나눈다. 정치적인 문제, 문학과 디지터 미디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 등 여러 소재들이 나오고 그 소재들은 철학적 사유의 필요와 그 중요성에 대해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배경지식이 없다면 다소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일반 독자의 경우라면 적절히 취할 것은 취하고 놓을 것은 놓으며 읽는 것이 좋겠다. 이런 책을 읽을때면 무지에서 오는 염려도 있지만, 오독을 할까 드는 염려도 있어 늘 모든 것을 그릇되게 읽어내려 무리하지 않도록 한다.

 

'피터 싱어'라는 이름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보았는데, 다른 대담들 중에서 단연 흥미롭게 읽었다. 가야트리 스피박이 언급한 최근의 작업, 아프리카에 대한 내용도 많이 궁금하기도 하고 최근의 내 흥미와 맞는 부분이 있지만 싱어와의 대담에서 언급된 문제들과 시선이 많은 부분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더불어 그 문제들에 대한 의식과 책임이 어느 부분까지 영향을 미쳐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함께 하게 만들었다. 최근 읽은 책의 내용과 맞물리는 부분이 있어서 더욱 인상적이었고.

 

책의 좋은 점은 앞으로 나올 이야기를 준비하기 위한 도입부를 마련해놓았다는 것인데, 다른 무엇보다도 '철학과 아시아' 부분이 가장 관심가고 흥미로웠다. 지극히 서양적인 것, '백인 남성의 것'인 철학이 동양에 어떤 식으로 이동해 올 것인지, 그동안의 방법이 반영과 수용이었다면 변화하는 현대의 흐름에서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 그 양상에 대해 궁금해지게 된다. 그리고 자연 언급되는 중국과 일본의 철학자들 외에 한국의 철학은 어느 지점의 어느 시점에 선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또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저자와의 만남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어떤 배경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지 저자의 입으로 전해 들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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