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고호관 감수 / 단숨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삼체를 읽는 동안은 정말 삼체만을 읽었다. 한 권을 읽을때 보통 다른 책과 함께 읽는 일을 많이 하진 않지만, 삼체를 읽는 동안은 그 내용에 많이 집중해서 읽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아마 잠시라도 주의가 흐트러지면 다신 삼체 안에 접속하지 못할 것 같단 느낌을 받아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SF로 구분지어지는 장르의 소설을, 정말로 처음 읽은 것은 아니지만 기억하기로 이렇게 긴 분량의 소설은 처음 읽었다. 그 전까지는 짧은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을 한두권 정도 읽어본 것이 전부다. 많이 즐기는 장르가 아니라 약간의 염려가 있어고 그리고 그 분량이 적지 않기도 해서 읽기 전에 부담도 좀 있었다. 또 하나는 중국소설이라는 점도 그랬다. 낯선 나라는 아니지만 중국의 현대문학은 개인적으로 좀 낯선 편이다. 많이 읽어보지도 않았고.

 

 이러저러한 몇가지 우려가 있었지만 읽으면서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이 책의 독특한 세계관과 책 안에서 설명되는 다양한 이론들을 성실하게 안내해줄 수 있는 리뷰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나로선 불가하고, 완벽한 이해와 체계적인 정립이 없이도 충분히 즐기면서 읽을 수 있다는 리뷰는 가능하다. 본 무대는 지구이고, 외계에 존재할 생명체를 향한 끊임없는 소통 시도 끝에 외계 문명인 삼체의 답신을 듣게 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비밀 기지에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우주로 신호를 보내고, 우주에서 온 신호를 받게 되는지에 대한 인물들의 설명은 애석하게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적당히 훑어보듯 넘어가며 읽었는데 이야기를 즐기는데 있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인과만을 분명히 인식하면 되니까.

 

 처음 시작부터 주인공 왕먀오가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사람들의 방문을 받으며 대체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왕먀오가 소설 안의 삼체라는 게임과 단체, 그리고 쓰창, 예원제라는 인물 등과 부딪히며 지구를 지키기 위한 국가 기밀 프로젝트의 진실에 점점 접근해간다는 설정으로 결국 어떤 진실을 목도하게 될까 독자의 흥미를 계속해서 유도하기 때문에 중후반부로 갈수록 몰입도가 높아진다. 꽤 재미있었기 때문에 과학이론설명 부분만 없었다면 더 빨리 책을 다 읽게 되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생각보다 괜찮았던 부분이 중국의 역사적인 부분을 반영한 '문화대혁명'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배경지식이 적다보니 중국 문학 작품을 읽을 때 관련 내용이 나올 때마다 잘 이해가 안되는 점이 늘 아쉬웠는데, '삼체' 안에서도 이 사건이 아주 중요한 배경이 되기 때문에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 우리가 분단문학 작품을 읽을 때 느끼는 것들을 다른 나라에서 어느 부분까지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으로써 느낄 수 있는 기본적인 배경지식과 감정까지 읽어내기 어렵듯이, '문화대혁명'에 대한 문학작품 속에서의 반영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현대문학 작품들에서 당시를 반영한 정서나 사건들이 많이 다뤄지고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인데, 그에 대한 이해나 배경지식을 갖고 있기 쉽지 않기 때문에 지극히 일반적인 독자로서는 그 점이 좀 아쉽다.

 

 작품 자체로는 생각 이상의 재미를 준다. 장르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신간 소식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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