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난도의 내일 - 내 일을 잡으려는 청춘들이 알아야 할 11가지 키워드
김난도.이재혁 지음 / 오우아 / 2013년 7월
평점 :
김난도 작가의 책을 몇 권 째 만나고 있다. 그 전의 책들에게서 나름의 속 시원함이나 공감대를 얻기고 하고, 때로는 힐링이라는 것에 좀 물리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힐링'도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세태 때문에 더 그렇게 느낀 것이겠지만, 위로는 결국 내 발을 한걸음 더 나가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똑같이 상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이야기하고 들어주며 다소의 위안은 얻을 수 있겠고 그 가치마저 부정하진 않지만 ‘그래, 나만 힘든 게 아니야. 다들 힘들고 어려울 거야’ 하고 깨닫는 일은 앞으로 나아갈 한 걸음을 떼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이 책을 보고 놀랐던 점은, 이 책이 마치 어른들을 위한 직업탐구/소개서와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에 일 문제로 아이들을 위한 초등학생용 직업소개서를 몇 권 본 적 있는데, 그 책 안에서 다뤄지는 내용이나 형식과 큰 차이가 없었다. 자신만의 직업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내용은 초등학생들 직업 포트폴리오 작성 때 봤던 바로 그 내용들이었다. 실망감과 함께 충격이 왔다. 우리들의 직업 의식이 결국 초등학생 때부터 크게 성장하거나 달라진 부분이 없었다는 뜻인 것만 같아서. 이런 상황이면 그 방향서 제시까지 챙겨서 도우려는 저자의 노력이 도리어 힘겹게만 느껴진다.
이제 작가를 놓아주어야 할 때도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통해 청춘들이 가진 아픔을 들여봐 주고 공감해주는 힐링 도서의 포문을 연 저자는 그 뒤로 책의 엄청난 성공을 뒷받침 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의 행보를 걸어온 듯 하다. 지난 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도 접해보았는데,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통해 위로 받은 청춘들뿐만 아니라 여전히 힘겹고 상처 많은 어른 아이들 역시 보듬으려 그 팔을 더 길고 넓게 뻗은 시도도 지켜보았다. 그리고 올해의 '내일'까지.
내용은 더욱더 막히는 부분이 없이 잘 읽히고 저자의 다양한 시도와 탐구가 잘 느껴지는데, 책에서 도우려 했던 방향성 제시는 결국, 그 모두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경험하여 한 권의 책을 묶어낼 수 있었던 저자 김난도의 내일이지, 당신의 내일이나 김철수 혹은 김영희 그 개인 각각의 내일은 아닌 것이다. 때문에 ‘위로만 해주면 단가요? 방향성을 제시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독자들의 투정은 자신이 가진 문제를 남에게 떠넘겨 해결하고 싶어하는 전가에 불과하게 여겨진다. 그런 투정에 부응하여 가급적이면 많은 길을 제시해주고 싶고 눈길을 돌리게 만들어주고 싶은 저자의 의도가 이런 결과를 불러온 것이고.
흥미로운 책이지만 시대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책이기도 해서 읽으면서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