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 제22회 스바루 소설 신인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1
아사이 료 지음, 이수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옆나라의 젊은 남자 작가에게 질투를 느낀다. 89년 생. 90년에 이리도 가깝게 태어난, 다듬은 눈썹이 보기 어색한, 이 작가는 벌써 몇편의 글을 써 세상에 낸 것인지. 게다가 그의 글이 가볍긴 하지만 재미있었기 때문에 한층 더 질투가 인다. 이런 글을 써낼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하는 마음이 든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에도 어떤 단계가 있다. 그 가장 깊은 단계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접 창작하는 것이라 한다. 책을 예로 들면, 책을 좋아해서 읽는 사람, 책을 좋아해서 읽고 모으는 사람, 책을 좋아해서 읽고 모으는 것을 넘어 자신이 직접 쓰는 사람에 이르는 그런 깊이의 단계. 마지막 단계는 좋아함을 넘어서서 재능이라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니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고 해서 그 일에 직접 참여하게 되는 단계까지 가는 일은 흔치 않겠지만. 어쨌든 제목 한번 길고 의아한,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를 만나보았다.

청춘물을 좋아하는데, 때로는 하이틴물 혹은 청소년 도서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미권의 작품은 하이틴이라 해야 어울리고, 우리나라 작품은 청소년 도서라고 해야 입에 붙고, 일본의 작품은 청춘물이라 느낌이 온다. 결국은 다 비슷한 시기의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뭔가 느낌이 좀 다르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달라서 그런가 혹은 하이틴-청춘물-청소년 도서 사이의 의미 개념이 정말 다른가 모르겠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청춘물. 고등학교 학생들이 그들만의 세계인 학교 안에서 생활하며 느끼는 일들을 담았다. 동아리 문화가 많이 발달한 일본의 학교 답게 주인공들은 각자 몸담고 있는 동아리가 있고 그 안에서 공부 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열정을 쏟을만한 대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있다보면 문득 딱 그 시기만의 고민이나 열정이 너무나 부러워진다. 그때 느낄 수 있는 허무나 고독감 등도 후엔 부끄러울지 몰라도 참 치열하다 싶다.

이야기는 여섯명의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이어진다. 마치 자기 앞에 놓인 시한폭탄을 들고 이야기를 쏟아낸 뒤에 다음 사람에게 휙 건네면 또 받아든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듯이. 어떤 식으로든 인물들끼리 연결은 되어 있지만 하나로 모일만한 구심점은 없고 그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사정에 대해 풀어낸다. 그리고 문제의 기리시마 학생은, 동아리를 그만둠으로써 이야기의 첫 시작을 알리는 사건을 만들어주긴 했으나 어쩐지 누구의 '친구'도 아닌, 이야기의 중심도 아닌, 붕 뜬 존재로 남겨져버린다. 정작 기리시마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은 없고,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조각조각 나타났다 사라지는 기리미사의 이야기를 모을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모든 인물들이 다 붕 떠버린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 무렵의 아이들이 다 그렇듯이.

마치 만화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심리묘사도, 상황에 대한 표현도 눈에 그려지듯 생생했다. 예쁘게 교복을 입는 법이나 외모, 눈에 띄는 스타일을 두고 철저히 위와 아래로 그룹을 나눠 그 흐름에 맞게 생활하는 고등학교 생활에 대해서 일본 특유의 문화가 강조되어 좀 답답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공감되는 면도 있었다. 사회생활도 맵고 쓰다면 그렇겠지만, 그 이상으로 냉랭하고 단호한 것이 학교생활이었던 것을 너무 금방 잊었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들기도 했다. 철저한 그룹 생활이 필수적 생존 요소로, 혼자 떨어져 행동하는 것은 곧 소외로 이어지는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금기라는 암묵적 룰이 받아들여지는 곳이 교실안이니까.

신선함이, 젊은 작가의 목소리가 듣고싶어진다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 읽으면서 좀 어색했던 것이 고무라는 표현을 그대로 가져와 쓴 것이다. 우리식의 표현으로 바꾸는 것이 좋았을까 그냥 두는 것이 좋았을까 모르겠다. 고무라는 표현을 그냥 이해하기에는 좀 생소하고 왜색이 짙은데 굳이 그 표현만 바꿀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해서 애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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