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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2월
평점 :
스티븐 킹을 좋아한다. 그의 글보다 그의 글로 비롯하여 만들어진 영화들을 먼저 좋아하게 됐지만, 그의 글을 읽었을 때, 그와 마찬가지로
그의 글도 좋아하게 되었다. 이번 그의 신작을 사탕을 깨물어먹기 아쉬워서 마냥 녹여먹듯이 천천히 아껴가며 읽었다. 한장 한장 페이지가 줄어드는게
그리 아쉽다면 아직 못 읽어본 다른 글들도 부지런히 찾아 읽으면 좋을텐데, 그건 또 마음처럼 안되고, 우선 손에 들어온 이 책들을 아껴가며
읽는데에 만족했던 2013년 1월의 전반기였다. 그동안 책 읽기를 게을리한 것은 아닌데, 읽은 책의 권수가 적었던 이유는, 이 책을 공들여
읽은 탓도 있다.
처음엔 미국의 역사와 더불어 진행된다는 책의 내용만 어렵풋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보증수표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의 글에 대한 반의가
있었다. '아, 이거 재미없거나 내용 따라가기 어려운 거 아니야' 하고. 그런데 읽다보면 반신이 확신으로 변하면서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것만이 궁금해 못견디게 되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2권을 늦게 주문하는 바람에 기다리는 시간동안 페이지를 나눠가면서 조금씩 읽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장면 하나하나가 길고 복잡한 설명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바로 눈 앞에서 다시 구성되어 보여지는 것처럼 펼쳐진다는
것이다. 장면에 대한 상상이 용이하다. 더불어 상황에 대한 이해도 빠르게 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재미가 더하다.
책을 읽다보면 아무리해도 도통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을 보여주는 묘사를 가끔 만나는데, 그럼 흥미가 떨어지거나 내용이 꼬이게 되어 읽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런데 스티븐 킹의 글에서는 그런 막히는 부분'이 확실히 덜하다. 좋아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정성들여 읽어서 그런 걸수도
있겠지만...
2권에 이르러서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게 빠져든 과거 생활이 주가 된다.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좀체 변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과거에 맞서기 위해 주인공이 어떤 준비를 하는지, 또 주인공이 과거의 시간을 바꾸려고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게 될지 절정까지
독자의 관심과 흥분을 끌어모으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전개로 독자의 허를 찌르기도 한다. 말미에 이르면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만들기도 하면서 애잔한 느낌을 남긴다.
모험과 스릴, 로맨틱한 사랑이야기까지 한번에 만날 수 있다. 두권의 짧지 않은 분량이 적게 느껴질만한 재미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