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정리인은 보았다! - 개정판
요시다 타이치.김석중 지음 / 황금부엉이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유품정리인에 대한 다큐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이제 유품정리를 사업으로 하여 생전에 자신의 뒷처리를 미리 예약해두는 일이 그렇게 낯설기만한 일이 아니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유품정리를 하는 직업이 따로 전문적으로 있다는 사실은 그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어 내심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 '유품정리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현대사회의 발전, 혹은 냉랭한 뒷모습?

 

굉장히 심각하고 음울한 어조, 혹은 너무나도 견디기 어려운 내용이 담겨져 있지 않을까 염려하며 책을 들었는데 생각보다는 평이한 내용이었다. 좀 더 특화된, 그리고 특유의 서비스 정신이 있는 직업군의 담당 사례별 사건 정리 내용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경찰의 수사일지를 정리해놓은 글을 보거나, 법조인 혹은 의사의 회고록 등을 보는 것 같은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긴장했던 것보다는 평범한 내용에 한시름 놓으면서도 약간은 미진한 느낌을 받았다.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았다. 책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아직 우리 나라는 고독사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때때로 세상을 떠난지 한참 뒤에 발견되는 노인분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방송에 나오기도 하지만, 잠깐 관심을 가질 뿐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로 앞으로 더욱 개선하고 방지해야 할 사안으로 여기는 의식이 대중화되지는 않은 것 같다. 분명 앞으로는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 분명함에도 말이다.

 

철저히 개인화되고, 이제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대한 의미가 점점 더 옅어져가고 있는 시점에서 혼자가 된 사람이 불의로 혹은 명이 다하여 죽음을 맞게 되었을 때 관심을 가지고 안위를 확인해줄 이웃이나 가족이 거의 없는 시대이다. 주택이던 아파트이던 옆집에 사는 사람이 누군인지 관심을 가지는 것은 기본이 아니라 오지랖이고 참견일 뿐인 시대에 살고 있으니. 책 속에서 죽은지 오랜 시간이 경과한 뒤에 발견되는 시신들 대부분이 고독사였다. 일본의 고독사문제? 아니, 바로 우리의 문제이다.

 

아쉬웠던 점은 중간중간 사진과 짧은 글귀가 들어가는 간지가 있는데, 그 간지의 내용이나 들어갈만한 위치가 적재적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왜 갑자기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지? 하고 의문이 들 정도로 동떨어진 부분에 넣어놓은 것들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양이를 많이 키웠던 고인의 이야기에 해당하는 간지가 지나치게 앞부분, 전혀 상관없는 부분에 끼어들어 있어서 읽다가 흐름이 끊기고 한참 뒤에 고양이를 많이 키웠던 고인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에야 이 부분에 있었어야 했었구나. 하고 파악할 수 있었다.

 

또 하나는 각 부분별 제목과 부제가 달려 있는데 그중 하나에서 오자를 발견했던 것. 본문 내용이 아니라 오히려 더 부각되는 부분의 오자를 고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그외에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어서 관심있게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책을 읽고 난 뒤에는 고독사나 점점 더 사람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책인 것 같아 더욱 의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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