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스트레스 119 - 6-12세, 마음의 병을 고치는 힐링육아
로랑스 루-푸이에 지음, 박은영 옮김 / 꿈꾸는사람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스무살을 넘기기 전까지. 아직 학생이었을때까지. 내가 아플 때면 어머니의 걱정은 내가 느끼는 아픔보다 컸다. 내가 때때로 두통을 느끼거나, 복통을 느낄 때 '오늘은 이상하게 머리가 아파요.' '갑자기 배가 아파요.'하고 말을 하면 어머니는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뭘 먹었었니' '오늘 뭘 했니' '무슨 일이 있었니' '어디가 어떻게 아픈거니'하고 여러가지를 계속해서 묻곤 하셨다. 아픈 이유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그런 질문들에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죠'하고 방으로 들어가 쉬거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간단한 약을 먹곤 했었다. 그리고 그런 아픔들은 말대로 좀 지나고 난 뒤에 금새 사라지고 말곤 했다. 그런데 어른이 된 뒤로, 더이상 학생이 아니었을때 어느날 지나가는 듯이 어머니가 말씀하셨었다. '너는 가끔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나 배가 아프곤 했지'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일이라 그때는 그냥 '나는 그런 문제로 아픈 기억이 없는데요.'하고 대답했었는데 후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머리가 아팠던 날은 낯선 일을 해야 했거나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했던 날, 배가 아팠던 날은 시험이나 중요한 일이 있어서 부담이 심했던 날이 주로 그랬다. 어머니 말씀으로도 그랬고.

 

이 책은, 그런 과거를 다시 떠올리게 만들어주었다. 아이가 느끼는 스트레스를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확인하고 알아주어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다. 붉은색 표지에 119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달아놓은 것도 그렇고, 어른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위기감이 드는 모습이다. 대상은 6-12세 어린이들이 겪을 수 있는 마음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육아에 대해서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 전 연령의 아이들을 훈육할 때 두루 필요한 지식이 담겨 있었다. 성장은 제각각이고, 고통에 대한 표현이 능숙하지 못한 아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미숙한 표현을 알아채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맨 뒷 편 표지 날개부분에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 있어서 살펴보는데 꽤 많은 항목이 자신에게서도 발견되어 좀 놀랐다. 어른이므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도 될지,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야 할지는 미지수이고.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느끼는 원인과 그 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점수로 환산한 표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전에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표를 봤었는데, 스트레스 받는 항목과 순위가 다소 비슷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있었다. 각 장들 사이에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될만한 활동이나 방법들을 팁으로 넣어둔 것도 좋았으나, 그런 팁들을 중간중간에 넣어두기보다는 맨 뒷편에 한꺼번에 찾아보기 좋도록 정리해두었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또 하나는 각 운동마다 아이들의 어떤 능력 함양에 도움이 되는지 표로 만들어 놓은 것이 있어서 부모님들이 본다면 자녀에게 도움이 될만한 활동을 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좋았다. 운동만이 아니라 바둑이나 독서 등의 실내활동에 대해서도 언급이 되어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정서에 딱 들어맞는 훈육법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알아두면 육아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 많았다. 사례별로 이야기처럼 예를 들어 설명해놓아 비슷한 사례의 이야기를 본다면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자신의 경우에 대입하여 이해하기 쉽도록 되어 있다. 요즘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데, 아이를 위해서 읽어보면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좋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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