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담은 도시락
김수아 지음 / 꿈꾸는사람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자주, 음식을 만드는 것은 아니고 평소에 만드는 음식은 단순히 내가 먹을거리'에 그치는 정도가 많다. 남을 위해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연례행사로도 뜸할 정도로, 사실 남을 위한다'로 음식을 마련한다면 역시 내가 만드는 것보다 맛있다고 소문난 집을 찾아가서 사먹이는 것이 오히려 서로를 위한 윈윈전략이자 미덕이 아닐까 하는 편이다. 내가 먹는다고 하면 그럭저럭 평타로 먹을만하네.. 싶은 음식을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만드는 음식이 남과 관련이 되면 평소하던 것보다도 덜한 것 같은 결과물이 나오고, 부담스럽고 그랬다. 막해서 바로 먹는 음식도 그런데, 하물며 도시락이야 더 말할 것도 없이 힘든 관문이다. 왜냐, 도시락에 싸간 음식들은 시간이 지난 뒤에 먹기 때문이다. 음식의 온도 변화는 그 맛과 질감을 다르게 만든다. 시간이 지난 뒤에 먹는다'는 도시락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으면 더 큰 패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도시락싸기이다. 보온도시락을 사용하는 것도 괜찮지만 한계가 있지 않은가.

 

도시락, 있는 반찬에서 밥이랑 도시락 통에 담아 싸가면 그만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어느새 도시락은 싸가는 것이 아니라 사서 먹는 것으로 요새는 돈만 있으면 편의점이고 어디고 먹을 데가 천지인데 뭐하러 싸나 이렇게 생각했던 사람으로서 말하건데... 살다보면 직접 만든 도시락을, 그것도 먹던 반찬에 밥을 담아가선 안되는 도시락을 싸야만 하는 순간이 오는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나에게도 있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맞아 있는 재주 없는 솜씨 어디서 빌려다가서라도 어찌어찌 뭔가를 싸서 갔었는데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 도시락은, 누구와 실력을 겨룬 것도 아니었는데, 실패를 넘어선 패배작이었으며 깊은 상처를 남긴 비수로 변모하였다. 그리고나서도 한동안은 도시락은 싸가는 것이 아니라 가서 사먹고 해결하는 것!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생활하게 되었다. 그러나, 짧지 않은 인생 분명 도시락 싸기'가 인생에 끼어드는 시간은 또 온다. 그래서 이 책을 준비하게 되었다.

 

'자연을 담은 도시락' 대체적으로 정갈한 차림의 도시락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 있어 화려한 기교나 장식도 필요하지 않고 소박하면서도 기본기가 충실하다는 느낌이 들만한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저염, 저칼로리 식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건강식으로 생각될만한 음식들이 많이 눈에 띈다. 특이하게도 죽이나 비빔밥 등 도시락으로 싸간다는 것을 생각하기 어려운 음식들도 소개되어 있다. 도시락하면 김밥, 유부초밥, 주먹밥, 샌드위치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위주로 떠올리게 되는데 두릅밥이나 두부야채덮밥, 오트밀요거, 곤드레 비빔밥, 단호박, 들깨 등의 죽 등 다양한 식단을 소개한다. 총 5가지 파트로 나눠져서 뷰티 도시락, 균형 잡힌 도시락, 간단한 도시락, 반전 도시락, 매너 도시락 등 도시락을 쌀 때 염두에 두는 것들에 맞는 분류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각 요리마다 완성되어 세팅된 사진이 크게 담겨있고, 음식의 이름, 메인 재료가 가진 특징, 필요한 재료 소개, 만드는 법을 정확하고 명료하게 적은 설명, 도움이 될만한 팁, 그리고 요리 과정이 담긴 작은 사진과 소개로 구성되어 있다. 보고있으면 맛있어 보여서 도시락을 만들고 싶어지는 책이다. 영양과 건강 관리가 필요한 아이를 두고 있는 집이나, 자취를 하고 있는 학생, 사회 생활을 시작한 직장인 등 사먹는 음식을 줄이고 도시락을 싸서 생활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먹던 반찬으로 도시락 싸가는 일은 아주 가끔, 늦잠 잔 날에만 하고 이렇게 도시락을 싸가면 먹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또 솜씨없는데 도시락을 싸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보고 준비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메뉴들이 있기 때문에 하나쯤 특별한 날의 도시락으로 정해둬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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