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츠하늘소의 파랑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이동희 옮김 / 파이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생물학자인 저자 후쿠오카 신이치가 자신이 어쩌다 생물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그 시작을 알리는 글과 다름없다. 그는 베이츠하늘소라는 곤충이 가진 등껍질의 선명한 파랑, 누구도 인위적으로 표현해 낼 수 없을 것 같은 그 파랑색에 이끌려 곤충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생물학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 나는 이 책이 파브르의 곤충기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책이 아닐까 하고 미리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데, 이런 식의 지레 짐작이 늘 그렇듯 생각과는 또 다른 느낌의 내용의 책이었다. 곤충에 온통 얽매어있는 내용이 아니라 곤충은 하나의 작은 매개에 불과하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후쿠오카 박사의 간단한 에세이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저자가 생물학자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수집문화, 무엇에 몰두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 문화가 썩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그런 풍조를 두고 오타쿠라 칭하면서 기분 나쁘거나 음침한 느낌의 사람들을 묘사하거나 지칭하는 데에 쓰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꽤 얌전하면서 내밀한 자신만의 취미를 깊게 개발, 발전시키는 면모도 보인다. 저자는 그들만의 분위기라는 등의 표현으로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칭하기도 한다. 특히 많이 예로 드는 것이 철도 매니아나 곤충, 책 매니아. 책을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깊은 조예는 없어서 어느 한 편으로는 책에 그렇게까지 파고든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다.

 

책의 내용이 좀 특이한 것이 흐름이 평범하지 않고 중간중간 엉뚱하게 튄다는 느낌을 줄 때가 있다. 의식의 흐름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처럼 내용이 A에서 시작했다가 ㅎ으로 끝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부분이 있다. 어떤 부분이 이렇다고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 왜 이런 내용이 이어지는 거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같은 철자 계열이지만 A와 ㄱ은 나름 확실한 차이가 있는 법인데, 그 둘을 묘하게 연결시켜서 같은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베이츠하늘소의 파랑에서 기대하는 내용과 콜라겐 흡수의 진실이나 메밀국수를 시키는 것과 우동을 시키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이득이냐는 좀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비록 읽다가 가장 흥미를 느낀 부분들 중 하나이지만.

 

"검은 점 두 개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열해 있으면, 우리는 거기서 우선 '눈'을 연상한다. 나란히 배열된 검은 점들을 연결한 중앙에는 숨을 죽이고 조용히 호흡하는 코, 그 아래에는 침으로 촉촉해진 입술을 떠올린다. 이 모든 것이 그리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들은 분명 거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점은 선과, 선은 점과 서로 굳게 결합해 형상을 만든다. 인간이 지닌 '인간의 얼굴'에 대한 이상할 정도의 집착은 이렇게 본능으로 자리 잡아갔다."

 

읽으면서 흥미롭게 느낀 부분이다. 인간의 얼굴에 대한 집착은 어떤 다큐에서는 자신의 얼굴을 이성에게 합성해놓은 사진과 다른 이성의 사진을 여러 장 섞어놓고 그 중 마음에 드는 이성을 고르라고 하면 틀림없이 자신의 얼굴을 바탕으로 한 이성의 합성 사진을 마음에 든다고 꼽는다는 실험을 본 적이 있다. 남녀 모두가 그랬다. 자신의 얼굴과 닮은 얼굴을 무의식적으로 더 마음에 들어한다는 것이다. 이것도 어떤 본능적인 선택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될 수도 있겠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문득 그 생각이 떠올랐다. 얼굴, 자신과 닮은 것에 대한 애착이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요즘 광고에도 나오듯이 아이들의 꿈이 온통 연예인인 점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요즘, 이 책을 읽고 과학자나 생물학자, 우주비행사, 고고학자 등 이런 다양한 분야에도 아이들의 관심이 옮겨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의 꿈이 베이츠하늘소의 파란색을 본 순간부터 시작되었다면, 요즘 우리 아이들이 보는 것은 텔레비전 속의 연예인이어서 그들의 화려함에 이끌려 연예인이 되는 꿈을 많이 꾸는 것이 아닐까? 좀 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자기만의 미래도 보이는 법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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