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셀러 - 소설 쓰는 여자와 소설 읽는 남자의 반짝이는 사랑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3
아리카와 히로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일본 로맨스 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작가의 책이라고 해서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로맨스 소설을 전혀 안 읽어본 것은 아닌데, 그런 달달하고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내용의 책이 갑자기 땡기는 시기에 확 몰아읽거나 할 때 외에는 잘 선택을 안하기 때문에, 그동안 로맨스 소설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는지 확인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책은 A면과 B면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마치 테이프로 음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권의 책이라 비슷한 흐름을 띄고 있지만 A와 B로 나뉘어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 카세트 테이프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A와 B의 내용이 비슷한데 다르게 이어지고 있어서 또 묘하게 현실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주는 부분이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 "다음은 어떡하지......." ...중략... 장난스레 양팔을 벌린 그를 보고 무심코 웃고 말았다. ...... 솔직히 양심에 찔렸다. 분명 그 이야기를 쓰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래, 재미있을지도. 한번 해볼까." "

"편집자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이윽고 조심스레 말을 고르듯이 물었다.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 사실인가요?" "어디까지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팔아서 역몽을 일으켜야 하니까."

꼽아놓은 부분들이 바로 이 소설과 현실의 구분을 모호하게 해주는 부분들인데 등장인물인 것 같으면서도 등장인물이 아닌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혹시, 하고 생각하게끔 만든다. 아마 이런 점이 작가를 로맨스 소설의 여왕으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 서점 대상 10위 권 안에 든 소설이니 꽤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 같다. 고전적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도 보는 이를 울게 만들만한 요소가 이처럼 충분히 담겨 있다면야.

이 책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글을 쓰는 사람과 글을 읽는 사람에 관한 사랑 이야기라는 점이다. 책에서도 나오는 표현인데, 글은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있다. 나는 읽는 사람 쪽인데, 읽는 사람은 쓰는 사람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다.는 점을 너무도 확실히 표현해놓은 대목이 많아서 그런 부분들은 매우 공감되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것도 그렇고.

지하철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읽기 시작했는데, 문체가 너무나 일본적인 느낌이 나고, 약간 과잉된 의식의 흐름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한 ... 특유의 느낌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손끝까지 저며오는 부끄러움과 민망함을 그대로 견뎌내야 했다. 어떤 느낌의 문체냐면, '어이, 이봐. 그 문체를 제대로 설명해 낼 수 있겠어? 무리아냐? 정말 할 수 있다고 믿는거냐?' 이런 느낌이다. '뭔가 설명해야겠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랄까, 이거 보기보다 쉽지 않다구?' 이런 느낌...? 일본어 번역물을 좀 봤다면 익숙한 문체일텐데, 설명은 어렵다. 생각보다. 어쨌든, 이런 문체가 주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을 견뎌낸다면, 혹은 그 민망함까지도 달달하게 받아들인다면 이 책이 매우 재미있을 것이다. 내용적으로는 연애물에 가슴 아픈 요소까지 더해져서 한 편 가볍게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로맨스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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