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소셜한가? - 소셜미디어가 바꾸는 인류의 풍경 SERI 연구에세이 109
유승호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소셜하지 못한 편인 나로서는 이 책을 대할 때, 대체 소셜한가의 소셜이란 무엇인가가 더욱 궁금했다. 당신은 소셜한가'라는 질문에서는 아니오'라는 대답이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에, 오히려 질문이 갖고 있는 의미가 더 궁금했다. 표지만 봐도, 사실 표지 속의 그림이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게 바로 좋아요 표시를 거꾸로 해놓은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거기다 좋아요" 표시만 존재한다는 사실도 이제서야 알았다. 좋아요가 있으면 싫어요도 있는 게 마치 짝꿍처럼 생각되는데 오직 좋거나, 혹은 어떤 표현도 할 수 없는 지극히 배려적인, 우호적이기만한 공간이 존재하고 있다는 건 또 몰랐다. 싫다고 말할 수 없는 공간이 곧 소셜한 세계인가?

 

 책은, 생각 외로 가벼워서 놀랐다. 얇고 가벼워서 소포를 받아들고는 이 안에 대체 뭐가 들었을까 생각했다. 책이 올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부피가 적었다. 보니 [연구에세이]라는 라벨을 달고 있었다. 어쩐지 다소 건조한 문체와 여기저기 달려있는 참고 문헌, 수없이 많이 차용된 실험과 이론의 예시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소셜 미디어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왜 사람들의 마음과 생활에 파고들게 되었는지 단도직입적이고 명료하게 적어나가고 있다. 읽다보면 공감이 되거나 혹은 새롭게 느껴지는 사례들이 많이 등장한다. 몇몇은 조금 끌어다 썼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없지 않지만, 인문 사회 과학적으로 이런 연구가 진행되고, 이런 실험들을 하고 있구나 생각해보면 사회의 흐름을 좀 실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 재미있었다. 예를들면 도시와 시골의 쓰러진 사람"실험이라던지.

 

 "밀그램의 실험을 보면 피험자가 권위자의 목적에 따라 행동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험자는 권위자에게 복종하기 위해 노력했고, 권위자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매우 신경을 썼다. 소셜미디어는 이런 상황과 유사한 면이 있다. 친구는 편안한 존재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정받고 싶은 가장 중요한 준거집단인 것이다."

 

 밀그램의 실험은 실험 대상을 두 부류로 나눠 한쪽은 질문과 전기 충격을 주는 쪽, 한쪽은 충격을 받는 쪽으로 해서 충격의 강도를 어떻게 올리느냐를 보는 실험이었는데 감시자가 충격의 크기를 올리도록 종용하자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지시에 따랐다는 내용이다. 그, 감옥에서의 감시자와 수감자 실험이 떠올랐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의외라고 생각할 정도로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잔인함에 대한 보고서였었는데. 여기서는 실험자들이 감시자의 존재를 매우 의식하고 있다는 측면에 집중해서 소셜미디어와 친구 집단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나의 일상이나 생각에 대해 즉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집단이 있고 그들과 공감대를 공유하는 한편 그것을 깨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친구 사이에 마치 칼과 방패처럼 서로 감시와 공감이 가능한 이유는 같은 정서와 생활을 공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성장기를 거쳤다는 것은 그만큼 같은 경험을 공유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그것은 공감대의 기본 틀이 된다. 더불어 발달 지표가 있듯이 마땅한 시기에 수행해야 할 것들에 대한 성취도도 상대방에 비추어 가늠해 볼 수 있다. 친구라는 감시자가 가진 힘은 의외로 크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그 집단에서 뒤쳐진 자로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어느 정도 작용하기 때문에 자발적인 비교와 증명이 이루어진다. 

 

 "웃음이 전염되듯, 행복감도 전염된다. 즉 내 주위 사람, 그중에서도 나의 친한 친구가 행복하기 때문에 내가 행복한 것이다. 심지어 비만도 감염된다. 내 친구가 비만하면 나도 비만하게 되며, 이 말은 거꾸로 나 때문에 내 친구도 비만하게 된다는 뜻이다. 나의 비만은 내 친구 때문이며, 내 친구의 비만도 나 때문이다."

 

 이건 다른 내용들과는 전혀 상관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충격적인 부분이라 뽑아놨다. 가족들의 모습에서 식습관의 영향때문에 체형이 다 비슷한 것은 이해하겠는데, 친구들 사이에서도 비만이 감염된다니. 비만도 식욕이라는 욕구의 충족 과잉에서 오는 산물이기 때문에 그 행복감이 전염되어 감염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적잖은 충격이다. 내가 살이 찐 것은 내 탓이 아니라 내가 사귄 어떤 뚱뚱한 친구의 탓이고, 그리고 내 마른 친구가 살이 찐 것은 내 탓이라는 건가. 친구를 가려서 사귀고 사귀다가 이제는 체형도 가려서 사귀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니. 세상을 삭막하게 만드는 건 지식이다.

 

 "소셜 미디어 덕분에 스타들처럼 보통 사람들도 스스로 적극적으로 자신을 노출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을 모은다. 그런 사람이 점점 많아져 무리가 되면 서로 팬의 팬이 된다. 서로 팬이 되어주면 '나도 스타'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사적인 것까지 내놓아야 한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노출함으로써 나와 유사한 사람을 끌어 모아야 한다. 이제 소셜미디어에서는 프라이버시가 존재할 수 없다. 나의 매력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나의 은밀한 이야기까지 노출시켜야 한다. 그것도 지속적으로 노출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의 호기심을 지속시킬 수 있다. 프라이버시를 주장하다간 고립되고 만다."

 

 나를 드러내어 남의 이목을 산다. 어찌보면 자기 자신을 파는 행위일지도 모르겠다. 얼핏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일인데, 어차피 남과 교류한다는 것은 남에게 자신을 보여준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반대로 타인에 대해 알지 못하면서 타인과 교류하고 싶은 생각이 드느냐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니까. 불특정 다수를 향해 나를 알린다는 것이 흉흉한 세상을 떠올려보면 꺼림칙할테지만, 아마 다들 그쯤은 감수하고 연결고리를 넓히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원하는 대상에게만 나를 알려봤자 닿지않는 소리없는 아우성일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대상은 남들이 원하는 대상이 되기 쉬우니까. 대신 나를 알려서 내가 남들이 원하는 대상이 되는 위치를 선점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을 공개하는 것이겠지. 그리고 자신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노출시켜봤자 그 파편들은 파편일 뿐 전체의 그림이 될 수 없다. 는 것이 그 행위를 더욱 촉진시키는지도 모르겠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지 않은데,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소한 것이라 직접적인 실행으로 옮겨지지는 않겠지만, 당분간은. 적어도 이 책을 읽으니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 구비해야 할 어떤 필수 조건이나 덕목처럼 여겨지기는 한다. 흥미로운 이론들이 많아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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