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으로 다시 배낭을 꾸려라 - 파나마에서 알래스카까지 세상 밖으로 배낭을 꾸려라 2
칸델라리아 & 허먼 잽 지음, 강필운 옮김 / 작은씨앗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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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나긴 여행을 함께하게 되었다. 이들 부부가 두사람으로 시작해서 세사람이 되어 돌아오는 여행의 마지막에 합류하게 되어 즐거운 마음이었다. 무엇보다도 여행지가 미대륙을 남쪽부터 북쪽까지 아우르는 곳들이어서 더욱 좋았다. 특히 남미의 여러 지역들이 반가웠다. 동양인 한정일지도 모르지만 남미는 어쩐지 떠나고 싶은, 환상적인 여행지 중의 하나이다. 멀어서 생소한 것일 수도 있고 남미가 주는 강렬한 이미지 때문일수도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부부 덕분에 남미 지역에 대한 여행기를 비교적 친근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새로운 관광지를 살펴본다는 느낌보다는 친숙한 이웃, 새로 사귀게 된 친구를 만나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 뭐였어요?" 부인이 질문했다. "돈이 다 떨어진 것이 제일 좋았습니다." "진짜로요?" 대사가 놀라며 물었다. "네, 믿기시지 않겠지만 진짜로 그랬습니다. 전에 돈이 있을 때는 어떤 장소를 둘러보며 지나가는 관광객이었습니다. 이제는 그곳의 풍습과 함께 그 지역을 생생하게 경험합니다. 곤궁함 때문에 우리는 더욱더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게 되었고, 그들은 우리에게 문을 열어주면서 자기들의 전통과 문화와 음식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들 나라뿐만 아니라 자기들 삶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런 지속적인 배움을 통해 우리는 성장했고, 그리고 계속해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더 생겼습니다. 세상과 다른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 놓는 사람은 절대로 성장을 멈추지 않습니다." "

 

 사람들이 여행을 갈망하면서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돈'. 돈이 있어야 여행을 떠나고 돈이 없어서 여행을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 그런데 이 부부는 돈이 없다는 것이 여행에서 가장 좋은 점이라고 말한다. 패기가 넘친다. 그런데 그들의 변을 듣고나면 과연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가진 것 만으로 여행을 할 때 여행지를 둘러보고, 음식과 기념품을 소비하는 관광객의 입장에서 여행을 끝마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행지 안의 생활에 직접 발을 담궈보지는 못한다. 그들은 돈이 부족하다는 난점을 여행지에서의 삶을 자신의 생활로 만드는 계기로 삼았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그들의 곁을 나누어주었다. 사람이 가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새로운 가족의 사진을 찍으면서 우리는 그들의 일부분이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아기를 안아보라고 주면서 말했다. "이제는 삼촌 내외랑 같이 사진 찍어야지." 떠날 때는 여섯 명이었는데 돌아갈 때는 일곱 명이었다. 친구들처럼 왔다가 가족처럼 돌아갔다."

 

 부부 역시 여행 중에 아들 팜파를 얻었는데 그 전에 푸에르토 비에호라는 곳에서 만난 가족들의 집에서 묵을 때 그 집의 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을 함께 한 경험도 있다. 부부는 손님으로 가족의 집에 초대되었다가 새로운 아기의 탄생을 함께하며 삼촌 부부라는 호칭을 얻게 된다.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가족이 되는 놀라운 경험, 서로에게 잊지 못할 사람이 된다는 것,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사람에 대한 희망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하게 솟아오른다. 마치 함께 길을 가는 친구들이 늘어나듯 짧은 만남에도 마음과 삶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 여행이 가진 중독성있는 매력인 것 같다.

 

 " "우리는 길을 가다가 비를 맞으며 잠을 잤고, 추위에 떨었고,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 더미를 뒤졌어요. 그러나 우리를 도와주거나 따뜻하게 대헤 주는 사람들이 항상 있었어요. 우리가 도둑놈이거나 살인자일 수 있을 텐데도 문을 열어주고 잠잘 곳을 제공해 주고, 일자리와 도움을 주고...... 먹여 살릴 아이들이 여럿 있는 많은 어머니들은 자기들이 우리 어머니들이고 그리고 언젠가 자기 자식들도 도움이 필요할 때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우리에게 그렇게 잘 대해 주셨어요." "

 

 사실 남미의 나라들은 치안이 불안정하고, 북미의 나라들은 타국에 대해 친절하지 않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이들의 여행기를 보면, 우리가 듣고, 어렴풋이 알고 있는 다른 나라에 대한 소문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새삼 느낀다. 불안정한 치안, 불친절함은 물론 주의해야 할 사실 중 하나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내가 대접받길 원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는 사람들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 내가 대접받길 원하는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말은 멋진 말이다.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이 여행기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보여주고 있고 그 마음을 책을 통해 함께 느끼는 따뜻한 시간이었다.

 

 "첫 번째 질문은 국적이었다. 다시 말해 어떤 장소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가능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옷을 입느냐도 중요했다. 깔끔하게 차려입고 서양인처럼 생길수록 더 유리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인종차별이었다. 잘사는 나라 국민은 어떻게 차려입어도 입국할 수 있다."

 

 911테러 이후에 특히 미국의 입국심사 과정이 까다롭게 바뀌어서 타국인의 경우 속수무책으로 그들의 심사를 당해야만 하는데, 솔직히 이 부분에는 불만이 많다. 심사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당하는 수준으로 까다롭다. 그들이 타국에 나가는 것은 매우 쉬우면서 타국인이 그들의 나라로 들어가는 것은 배로 어렵게 만들어놓은건 자국의 안전을 위해서일수도 있겠지만 우월의식을 느끼려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들 부부도 미국과 캐나다를 입국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이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떤 만남을 통해, 어떤 목표를 향하는지, 서류나 그들의 겉모습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다. 그들을 바로 보지 않고 진정성을 오해한 채 입국을 거부하는 부분을 보면 꿈과 삶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물질적 지표를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직접 보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 "맛없는 아이스크림 5킬로그램하고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작은 컵에 들어 있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을 먹을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요."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나 사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합니다. 영원히 살 생각을 하지 말고 살면서 영원히 가져갈 수 있는 것을 찾아보세요. 시간을 때우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도 있고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살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당신이 사는 매일매일은 선물입니다. 그 시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사세요. 인생은 당신한테 삶만 주었고, 다른 것은 전부 당신이 직접 꺼내야만 합니다." "

 

 사람은 삶에 대한 욕심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을 오래 지속하는 것에 그 욕심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가능하면 더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삶을 오래 살고, 짧게 사는 것은 욕심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우리가 삶에 욕심을 부릴 곳이 있다면 그건 우리의 삶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그 욕심을 써야 한다.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갖기 위해 마음을 쓴다. 그런데 그 좋아하는 것을 갖는다는 것을 하기 위해 우리의 삶을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려는 마음까지는 쓰지 못한다. 삶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채우고 좋아하는 것을 가지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때 이들 부부는 이렇게 말한다. 얼마나 사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그리고 그 말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기에 그들의 말에는 힘이 실려 전해진다. 

 

 "저는 차는 팔 줄 알지만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돈이 있을 때는 돈이 저를 가졌습니다. 이제 돈이 없으니 제가 저를 가지고 있습니다."

 

 살면서 자신의 삶을 마음먹은대로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삶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주인을 이끈다. 그 순간순간을 즐기는 것이야 말로 그 삶의 끝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여행도 그들이 원하는 방향대로만 이끌어지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들의 계획 이상의 것으로 그들을 인도했다. 그들은 그 순간을 즐기며 살아갔고 결국 여행의 끝은 애초에 그들이 계획한 것처럼 아름답게 마무리 되었다. 그들이 마음먹은 그 이상의 빛으로 그들의 삶이 물들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의 여행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기 보다는 주인되게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된다. 그들의 낡은 자동차와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톡톡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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