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라 - 유능한 창조자는 모방하고 위대한 창조자는 훔친다
이도준 지음 / 황소북스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훔치라고 영어로도 한글로도 써있고 그 밑에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가?'를 부제로 달고 있다. 자문자답이다. 이 책의 첫 인상은 어쩌면 이렇게나 공격적인가 하는 것이다. 훔쳐라, 빼앗아라, 행동하라, 죄책감이나 범죄의식을 갖지마라 하는 말이 표지 한 페이지 넘기기가 무섭게 쏟아진다. 더불어 해군보다는 해적이 되라는 문구가 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자연 떠오른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것을 빼앗길까 방어에 급급하기 보다는 남의 것을 어떻게 내게로 가져올 것인지 노력하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 느껴진다.

 

 책은 표지부터 그런 압박감을 전해주고 있다. 찰나의 기회를 위해 곧장 몸을 내던져야 할 것만 같은 긴박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 목표를 위해서는 '훔치라!'고 연신 말하고 있으니 이 책은 참 공격적이고 위험하게 느껴진다. 무엇을 훔치란 말인가? 훔치다는 동사가 합법적인 방법으로 쓰일 수 있단 말일까? 그럼 이 책이 위험한 적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 일전에 빌린 돈 갚지 말라는 내용의 책을 썼다 경찰 출동에 수갑 찬 저자도 있지 않은가! -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니

 

"이 책은 위대한 인물들의 생활과 일화 등을 통해 꿈을 만드는 방법, 질문력, 정리정돈, 자신감, 유머, 근검절약, 설득력, 창조력, 부지런함, 자기확신, 심플한 인생법 등 무형의 자산을 훔치라는 것이다."

 

하고 이내 도입부의 대상을 무형의 것으로 옮겨놓았다. 도전적이고 도발적인 책의 첫인상에서 말랑말랑하고 안정적인 자기 계발서의 속내를 드러내는 순간이다. 안도와 함께 아쉬움도 느껴진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부마다 4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그 안에서도 3부분으로 나뉘어 각 장의 내용을 담은 2부분, 우리가 훔쳐야 할 인생법을 가진 사람들의 일화를 담은 1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읽다가 지루해지지 않도록 완급 조절이 되어 있는 셈이다. 다소 패턴화되어 있는 것이 흠이지만 구성적으로는 체계적으로 조율되어 있는 느낌을 준다. 인물의 일화로는 생소한 일반인부터 유재석, 마릴린 먼로 같은 사람도 있고, 나폴레옹, 처칠, 샤넬같은 사람들도 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패션이나 디자인 위주의 상품일 경우도 이런 이미 전략이 요긴하게 쓰인다. 그 제품의 특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걸 사용하면 내가 어떻게 바뀌는가, 나에게 어떤 이미지를 줄 것인가가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책에서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특성이나 현상을 꼬집어 쉽게 이야기 해온다. 이미지와 관련되서는 커피를 예로 들어 모배우가 커피 브랜드의 선전을 꾸준히 해오는 얘기라던가 하는 쉬운 일화를 말한다. 스타벅스같은 대형 체인이 '여유를 즐기는 자신'이라는 고객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공간을 꾸미고 가격을 책정하는 것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여기서는 제공되는 이미지를 향유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라는 조언으로 쓰고 있지만.

 

" "어지러운 방은 당신의 인생이 어지럽다는 걸 말해준다. 너저분한 책상은 당신의 업무 성과가 너저분함을 말해준다. 부자의 책상 위엔 서류더미가 없다! 어떤 사람의 인생과 일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려면 그 사람의 책상이나 방을 보면 된다." -마스다 마츠히로 <부자가 되려면 책상을 치워라!> "

 

 이처럼 일상적인 조언도 있다.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최근들어서.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것은 살을 빼고 외모를 다듬는 것으로 한정되어선 안된다. 눈에 보이는 관리는 외모만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을 다듬는 것까지 해당된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확실히 우리는 어떤 일의 능률을 위해 주변부터 정리하려는 행동을 무의식중에 하고 있지 않은가, 예를들면 시험 기간에 책상정리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안정된 공간은 효율뿐 아니라 마음가짐까지도 반영하고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질문은 의외로 유혹적이다. 질문을 받고 거절할 사람은 많지 않다. 바삐 길을 가던 사람도 누군가가 몇 시인지 물어보면 금방 자기 시계나 핸드폰을 쳐다보며 시각을 알려준다. 우리는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이 사회생활의 기본조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려서부터 교육을 받아온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꼬집어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이 점이 특히 눈에 띄었다. 우리가 얼마나 질문과 도움이란 것에 의무화된 사명을 갖고 있냐면, 길을 걷다가 도를 아냐는 질문에 걸음을 멈칫하는 일까지도 왕왕 생기지 않는가. 질문이라는 것은 답을 구하는 쪽의 입장이 낮을지 몰라도 답하는 쪽보다 훨씬 능동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생각 외의 부분을 지적해서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일본 시인 이바라키 노리코는 <자신의 감수성 정도는 스스로 지켜라>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바삭바삭 말라가는 마음을 남 탓으로 돌리지 마라

스스로 물주기를 게을리 해놓고

점점 까다로워져가는 걸 친구 탓으로 돌리지 마라

유연함을 잃은 것 어느 쪽일까

뜻대로 되지 않아 짜증나는 걸 가족 탓이라고 하지 마라

무엇이든 서툴렀던 것은 나

초심이 사라져 가는 걸 생활 탓이라고 하지 마라

애당초 의지가 허약했을 뿐

안된 일을 모두 시대 탓으로 돌리지 마라

간신히 빛나는 존엄의 포기

자신의 감수성 정도는 스스로 지켜라

어리석은 사람들아"
 

 이 시는 평소의 생활을 경계하기에 알맞은 내용인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좋은 구절이나 일화를 예로 들어 내용이 서술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나름 유용한 면이 많은 책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생각보다 오자가 많다는 것이다. 2012년 4월에 있었던 레이디 가가의 콘서트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을 보니 지금 5월에 초판이 출간되어 꽤 바삐 진행이 되었을 거라 생각되는데, 그래도 대부분의 오자는 1번의 검토로 수정 가능한 것들이었을텐데 그 부분이 미흡했던 것이 아쉽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오자가 없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책을 다 읽었으니 하는 말인데 역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독서가 아니라 실천이다.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 느끼는 가장 큰 딜레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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