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삐딱하게 - 못 말리는 임산부
와타야 리사 지음, 김진환 옮김 / &(앤드)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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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 둘이서 살아가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왠지 내 머릿속에는 노인이 된 우리 두 사람이 들판을 산책하는 광경이 떠올랐어. 만약 가족이 늘어나더라도 마지막엔 결국 둘만 남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더는 바랄게 없다는 기분이 들더라. 8" 

" 죽어! 우리 애는 태어나고 이 자식은 죽어버려! 234" 

이 두 감성이 한 사람의 안에 공존하고 있다면 믿어지시겠습니까. 

솔직하자면 구레타가 마음에 안들었다. 사사건건 원래의 유이는 안그랬는데 거칠어졌다, 달라졌다 하며 호들갑 떠는 태도도 그렇고 특히 유이가 임신 이후로 밥을 안해준다고 불평하는 것도 좋게 보이지 않았다. 테스트기 두 개를 머리에 꽂은 채 평소와 다른 기세를 보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내가 무서워서 잠을 설칠(33) 정도면 얼마나 심약한 남자란 말인가. 그런데 보라색 빡빡머리(35)가 된 유이가 등장했을땐 결국 나도 놀라버렸다. 당황스러울만해. 그 뒤로 생각해보니 갑자기 가까운 사람이 확 달라지면 놀라고 조금 무섭고 걱정되다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으면 화도 날 것 같아 조금씩 이해가 됐다. 좀 심하게 변하긴 했으니. 

'오늘부터 비딱하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구트현엑이 자동 번역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로 전해 온 놀란만한 소식들 때문이었다. 개중 일본의 임신 출산 관련 사회 분위기는 절망편에 가까웠다. 임신으로 인해 체중이 증가하는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난하거나 놀리기도 하고, 입덧이나 각종 검사와 출산 시 통증을 줄이는 처치가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모성애의 영역이다' 라고 생각해 산모의 고통을 줄여주는 도움을 고려하지 않거나, 우리가 드라마에서 종종 봐왔던 출산 시 큰소리를 내거나 힘주는 소리같은 것도 주변에 불안감을 준다는 이유로 제재를 한다고 한다. 여성의 몸과 임신, 출산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상황에서 작가가 어떤 발차기를 날려줄지 궁금했다. 

게다가 '못 말리는 임산부'라는 부제를 달고 막 나가는 임산부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기에 대체 어떨까, 저런 현실을 잘 비틀었을까 궁금했는데 임신 주체인 유이가 아닌 남편인 구레타의 시선으로 전개되고 있어서 제대로 잘 전달이 될까 싶었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왜 변하게 되었는지,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그때와 지금의 유이의 마음은 어떤지 종종 심약한 구레타 대신 붙잡고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구레타가 유이에게 성실히 당해주면서, 그러면서도 조금 더 열심히 그를 살펴보려 애쓰고, 미처 몰랐던 것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채워진다. 덕분에 첫 임신을 겪으면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로 나아가게 된 부부의 모습에 균형이 잡혔다. 

두 사람을 통해 자연스럽게 개인적인 일이 곧 사회적인 일임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인물의 여러 면모를 지켜보며 관계 안에서 어떻게 생각이 변화하는지 그것이 항상 같은 속도로 오는 것도, 모든 상황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기에 세상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복잡하고 늘 노력이 필요함을 생각하게 했다. 저출산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던 유이에게 무통 없이 자연분만을 고집하고 천 기저귀를 사용하는 것(48)을 자연스럽고 이상적으로 여기는 생각이 남아있는 면을 보기도 하고, 시위를 거북해하는 성향(78, 137)을 드러내며 유이를 부끄럽게 여기던 구레타가 유이를 이해하고 감싸주기 위해 다른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를 내는 순간을 보며 그 변화를 칭찬해주고 싶을 때도 있었다. 

제목이기도 한 '오늘부터'라는 소재를 가끔 일본 만화 같은데서 봤는데, 주로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새학기의 시작이나 연고가 적은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새로 만나게 될 사람들 앞에서 과거와 다르게 모습을 꾸미고 행동하는 설정이었다. '오늘부터 삐딱하게'의 경우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충격이 될만한 변화를 드러내고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가발을 쓰고 이전처럼 연기하는 어설픈 뻔뻔함이 보여 귀엽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나본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의 작가 와타야 리사의 나름 유쾌한 재미와 감동 그리고 세상을 향한 발차기까지 아끼없이 담은 신작, '오늘부터 삐딱하게' 제법 " 괜찮, 괜찮, 괜찮킹.(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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