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는 세계 - 제6회 넥서스 작가상 대상 수상작 넥서스 작가상
이태희 지음 / &(앤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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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사람들에 관한 책을 읽은 적 있다. 찾아보니 약 10년 전 <인간 증발>이라는 제목으로 된 책이었는데, 매년 10만명의 사람들이 말 그대로 없어져, 증발되어버리는 일본의 사회현상에 대한 내용이었다. 실패와 관계 압박이 강한 분위기의 일본 사회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지워버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고, 갈수록 늘어나지만 이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때문에 어떠한 조치없이 방치되고 있는 문제를 독특하게도 프랑스인 저자가 파고든 책이었다. 자의로 자신의 삶 밖으로 나가버린다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그 수가 상당하다는 사실에 당시 꽤 놀라서 '내가 없는 세계'의 소개글을 보자마자 <인간 증발>이 떠올랐다. 

'내가 없는 세계' 안의 사람들 역시 세계의 밖으로 걸어 나간다. '걸어나가다'(13)라고 되어 있지만, 갑자기 사라진, 증발되어버린 현상인지 알 수 없다. 그저 어느날 갑자기 모든 것을 두고 사라져버린다.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통에 국가에서는 걸어나간 사람들을 신고할 수 있는 사이트도 구비해두었다. 주로 혼자 있을때 '걸어나가기' 때문에 숙박업소의 1인 숙박을 금지하는 권고를 내린다. 왜, 어디로 가는지, 돌아오긴 하는지, 돌아온다면 얼마나 지나야 돌아오는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걸어나가다' 현상은 사람을 불안하게도, 반대로 평온하게도 만든다. 

" "그렇게 생각하면 혼자 있어도 괜찮은 거 아니에요? 걸어나가지 않기를 선택하면 그만인데......"
"그러게요. 내심은 기회가 오면 걸어나가고 싶은가 봐요." 39" 

민정이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며 읽는다. 오래 사귄 남자친구 경현과 권태로운 헤어짐을 앞두고 있고, 3년 정도 같이 동거하던 가족같은 은서언니가 있고, 담배를 끊은지도 3년,  꽃가루 알레르기, 약간의 우울 증세와 적당히 예민하고 무던하다. 하지만 나와는 절대 맞지 않는 면이 침대에 외출했던 그대로 눕는 사람이라는 점(24)이었다. 경현과 6주년 기념 데이트가 있던 날, 민정에게서 은서와 경현이 '걸어나갔다'. 언젠가 잃게 될 것을 예감했지만, 걸어나가는 방식으로 사라지리라 예상하지 못했던 상실 앞에서 민정은 조금씩 이들의 걸어나감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은서가 사라지던 날 샀던 책이면서 유일하게 은서와 함께 사라진 물건인 [걷거나 가라앉기], 우연히 찾아 들어가게 된 레코드 가게, 843번의 익숙함 같은 것들이 경현의 사라짐과도 조금씩 아주 오랜 시간을 두고 겹쳐들어간다. 어쩌면 이렇게 조용히 걸어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은서와 경현이 같은 날 사라진 이유가 사실은 뻔하고 추잡한 남녀 사이의 이야기였다면 그래서 차라리 폭발시키고 복수하고 다 정리해버리는 과정이 있었다면 오히려 나았을까. 결국은 이렇게 되려고 이 모든 것들을 쌓아왔던 걸까 생각하면 조금 섭섭함이 남는다. 

걸어나간 수많은 사람들은 대체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검색창을 열어 [걷거나 가라앉기]를 입력해보고 없구나 안심한다. 누군가 걸어나가 사라질 걱정은 없겠구나. 아니, 그런데 아주 오래전부터 정말 자신의 삶에서부터 '걸어나간'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그렇다면 이 '증발'은 겹겹이 쌓인 '증발'의 신호가 될까? 어쩌면 일상적인 안녕을 나눈 뒤로 더는 서로 만나지도, 연락하지도 않고 영영 다시 닿을 일 없이 기억 속에 접어둔 수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전부 걸어나갔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없는 세계'가 남기는 진짜 레몬보다 더 레몬같은 레몬 사탕의 묘한 단맛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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