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도킹 스테이션 교유서가 시집 8
윤다미 지음 / 교유서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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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을 앞에 두고는 종종 꿈을 꾸곤한다. 꿈을 바라는 마음으로 시집을 대하기 때문이다. 시가 현실과 분리되어 있으리란 법은 없지만 시를 읽으며 현실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현실을 꿈에 이어붙였든, 꿈을 현실에 엮었든 '신세기 도킹 스테이션'은 꿈 같았다. 어느날 새벽 마그네슘을 먹고 이리저리 옮겨간 생생한 꿈의 조각이 씹혔다. 우리는 같은 꿈을 꾸며 어른이 되었던가. 과거의 나에게 연결해 현재의 나를 만들어낸 것들이, 숫자를 거꾸로 세어 바쁘게 되감더라도* 이미 낡은 내가 열셋에 죽었었을지도* 모른다고 예감하면서도, 턱시도 가면 없이도 언니들을 따라 카드를 모으고, 손톱에서 빛이 나는 마법소녀*가 되어 세상과 싸우게 되었음을, 곱씹는 시간이었다. 

 3분 미트볼과 용가리치킨, 토마토 소스로 꾸며낸 파스타 접시 사진을 두고 친구는 그래, 너가 좋아하게 생겼다고 했다. 바싹 구운 베이컨과 계란후라이를 욕심껏 올린 하울정식을 보여줬을 때도 같은 반응이었다. 비싸다는 이유로 식탁에서 멸종을 맞이한 용가리치킨*이 언젠가 다시 돌아오리라 믿는 것처럼 우리는 자라서 당근같은 것은 빼버린 카레를 만들고, 약국에 가서 텐텐을 한가득 사버리는, 어른이 되었다. 
 '신세기 도킹 스테이션'에서 하나둘 제외시킨 항목들을 골라낸다. 콜렉트콜 안내가 끝나자마자 외쳐야했던 한마디*, 부루마불 판 위에 세웠던 호텔*, 한쪽눈을 감고서 들여다보았던 만화경*같은 것들을 후숙이 잘 된 망고를 갈라 먹기 좋게 칼집을 내 건네는*, 퀴즈쇼 상금으로 적금을 넣겠다는*, 넷플릭스를 보는* 능숙함으로 바꿔 끼웠다. 이 교묘한 세계의 교체와 확장을 지우고 채우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낡고 낡은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헤아릴 숫자가 서른개도 채 되지 않아 그래도 아직은 사랑이니 나중을 말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였다. 셈을 하는 것보다 성숙은 더 가까이 있을지 모르나 자꾸만 시선이 좋아한다는 게 무엇인지, 터무니 없는 사이즈의 사랑을 감상하는 마음으로 향하는 것을 보니 더욱 그렇다. 그러니 너무 빨리 멀리 가 있지 않기를, 조금 천천히 22세기를 꿈꾸기를 바라며 만남을 마무리했다. 

 시집을 읽는 일은 어떻게 해서든 익숙해지지 않고, 같은 극의 자석끼리 붙여놓은 것처럼 늘 일정한 거리감을 끼고 있는 기분이다. 가까워질 방법을 몰라 혼자서라도 좋아하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고양이라도 만난 양, 서로 닿지 않는 언어로 하고싶은 말을 늘어놓으면서, 그래도 너는 내가 싫지 않지, 어쩌면 우리 통했는지도 몰라, 착각같은 순간을 공유한다. 남겨둔 빈칸*을 암호처럼 채우면서 그런데 정말 우리 통했을지도 몰라, 기꺼운 마음으로 읽었다. 밥을 먹을 때면 짱구와 무한도전을 친구삼는 사람에게 가깝게 다가갈만한 시집이 아닐까 싶었다. 아직은 어설프게 남아있는 풋풋함이 매력적이었다. 


*169 시네마토그래피
*168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가기
*152 girlish
*15 신세기공룡생활지침서
*118 1541
*116 랜드마크
*81 Linked Contemporary Lovers
*108 망고를 아세요?
*130 루비 썸머의 실종 
*136 소녀...신세기
*98 노상관찰학의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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