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충 사육 준수 사항 안전가옥 오리지널 48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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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발..."
입안에서 무언가 터졌다. 혀에서, 식도에서, 폐에서, 간에서, 온갖 내장과 창자가 뒤꼬이듯이 울부짖는 감정이었다. 도망칠 수 없다. 나는 여기서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오직 그 말만이 몸속의 피처럼 맴돌았다. 241" 

최근 개봉한 영화 <호프>에 너무나 많은 씨발이 나온 것마저 화제였다. 대체 그 욕설에는 무엇이 담겨있길래 한국인들은 모든 상황에 '씨발'을 쓰는 것일까. '빵충 사육 준수 사항'에서도 터져나오는 진실된 그 '씨발'이 있다. 갓 뜯은 루꼴라의 신선함 뒤로 담백 고소함이 가득한데다 깔끔한 뒷맛을 자랑하는 부드럽고 폭식한 빵충이야기에 대체 왠 씨발의 등장인가. 숫자 이야기로 환산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난 26년 국제도서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꼽히는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의 비밀과 인기비결이 궁금해서 기대를 안고 읽어보았다. 아니 근데 진짜 이 책 꼭 한 번 읽어봐야만 해! 빵충 맛을 봐야만 해! 그래서 반드시 영화로 나와야만 해! 

창업은 들어봤는데 창농은 생소하다. 

정한. 정한은 익숙하지만 거리를 두고 싶어지는 인물이다. 서른쯤 됐으면 뭐라도 됐어야지 하기엔 요즘은 서른도 어리다 생각하기에, 그저 뭐가 안됐다는 것 만으로 정한에게서 거리를 두고 싶어지는게 아니다. 정한과 타바콬 사이에 쌓아온 서사를 보면 뭐가 되기 위해 끝까지 가려고 해본 적 없다는 것, 지지부진한 관계들을 유지한채 끌고만 갔다는 것, 그 와중에 대마는 열심히도 키우고 피웠다는 것, 아직 서른이면서도 내가 옛날엔 잘 나갔는데 한다는 것이 초면부터 질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대마 재배도 재능의 영역이었을까, 전여친이 남긴 마지막 배려인 취업지원센터를 통해 청년 농부가 되길 권유 받는 순간 역시 사람은 뭐든지 해봐야 경험이 되고 계기가 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정한아, 진짜 너 계속 이럴거니, 싶어질 때 쯤 드디어 창농의 꿈을 안은 정한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얼레벌레 땅을 사고 기적같이 대출이 나오고 그래, 뭐라도 하니까 일이 되긴 되는구나 싶어지는데 그냥 일이 잘 풀리면 니가 정한이가 아니지. 마을발전기금이니, 길을 막고 버티는 트랙터니, 응애는 없애고 꿀벌은 살려야하는, 밭을 침범하는 멧돼지 뿐 아니라 동네사람들도 쫓아내야 할 판인 실전 귀농의 현실감도 지나치게 생생한데, 기껏 키운 딸기의 판로조차 미리 마련해두지 않은 정한의 어설픔에 머리가 다 어질어질했다. 답없던 정한마저 "남자 혼자 귀농하면 3년도 못 가 빤스런한다는 말이 있던데 내가 딱 그 꼴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도망갈 곳이 하늘에 있다는 점이랄까. 63" 내가 진짜 망했구나 깨달았을때, 문득 의문이 든다. 그런데 대체 딸기가 어떻게 빵충이 되는거지? 
대출 받은 3억이 고스란히 갚을 길 없는 빚으로 남아 정한의 눈 앞에 절망이 들이밀어졌을때, 드디어 이장님의 품 안에서 '청년스마트팜 신개발유용곤충육성 분양지원사업(64)', 줄여서 빵충*이 등장한다. 갓구운 소금빵맛이 나는 빵충 설명을 읽다보면 벌레라고는 해도 먹어볼까? 솔깃해진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메뚜기도 튀겨 먹고, 번데기도 삶아먹는데다가 밀가루, 초콜릿 등 식품을 가공할 때 어쩔 수 없이 포함되는 경우를 고려하면 모르는 채로 먹게되는 벌레의 양도 상당하다고 하지 않나. 빵순이라서가 아니라, 그동안도 맛있어서 혹은 모르고도 곤충을 먹어왔다면 맛있어서 빵맛이 나는 곤충이라는 사실을 알고 먹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맛있겠다.
정한이는 빵충 덕분에 평화롭고 행복하고, 처음으로 인생을 만끽하게 됐다(91)고 하고, 읽는 독자는 그저 빵충 맛이 궁금해서 침을 삼키며 책을 읽다가도 문득 아, 정한이 인생이 이렇게 잘만 풀릴리가 없는데 싶어진다. 서른 중반에 이르러 월 천을 벌게 된 정한의 성공이 배아파서가 아니라 빵충을 절대, 절대 변태시켜 성충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13. 빵충 사육 준수 사항(74)"이 자꾸만 레드 레드 경고를 날리는 기분이 드는 탓이다. 나폴리탄 괴담과도 같은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은 대체 무엇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것일까? 정한이의 빵충 농사 성공시대 이대로 쭉 이어지는 게 맞을까? 두둥-

어른이 되어서 일을 시작하고 난 뒤로 가끔,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사람의 민낯을 볼 때마다 실망하고 충격받고 더불어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게 될 때가 있었다. '빵충 사육 준수 사항'에서도 항목을 어기게 되는 것은 부주의와 불운 때문일 것이라 예상했지, 욕망 때문에 고의적으로 어기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올 줄은 몰랐다. 암튼 사람이 문제고, 만악의 근원이다. 
소율 나는 이걸 견딜 수 없다. 293
경혜 저것만이 내 존재를 알아봐주었다고. 264
주원 성공이 눈앞에 있는데 여기서 도망치는 바보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298
언주 "나는 사냥꾼이여." 305
정수 애초에 남을 믿은 게 잘못이었다. 337
영돈 감히 세상이 자신에게 배신을 안겨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357
미주 "날 꺼내줘요." 167
정한 "나 정말 최악이네..." 308
인물들이 돈 앞에서 성공과 실패를 오가고, 욕망이 들끓게 되는 때에 이야기의 흐름도 한번의 변태를 겪게 된다. 그것이 완전하든 불완전하든, 의도적이든 자연스럽든, 어찌되었든 이 이야기는 재밌다. 김혜영 작가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반드시 만나보길 바란다. 나중에 '원작 소설' 찾아 읽으려면 바쁠테니 올 여름 미리 읽어두자.



*빵충이 metamorphoptera목 panisformidae과 라길래 찾아보려 노력해보니 변태목 빵개미과를 만들어낸 듯하다. 변태목 찾다 19금 제한 자꾸 걸려서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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