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사회 프로젝트 - 노동과 여성·청년이 만나면 세상이 바뀐다
조돈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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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평등 사회가 지속되는 것은 불평등체제의 피해자들이 지배 질서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11"

 이 문장을 읽고 우리는 왜 우리를 위한 사회 질서가 아닌 더 가진 자들이 세운 질서를 지키고 따르려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의 틀은 오래되었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개선되기도 하지만, 빠른 변화의 속도에 맞추거나 선제적으로 달라질 수는 없다. 오래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대응은 언제나 그보다 느리다. 개선이 반드시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법과 제도가 갈수록 권력과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익을 쫓아 교묘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꼬집어 규탄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을 보호하고 사회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복지 정책을 두고도 자신들에게 올 이익을 빼앗기는 것처럼 여기고 분노하거나, 복지 대상자들을 향해 상황을 극복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비난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반면 가진 자에게 더 큰 이익을 주는 각종 제도와 정책은 오히려 그만큼 보장되고 보호 받아야 하는 경제질서로 이해해주려 하고, 이를 형평성에 맞게 개선하려는 변화는 불합리하게 보며 달가워하지 않는다. 불평등 이데올로기의 제 2명제, "불평등이 있다 하더라도 불평등은 정당하다 11"의 그늘에 있는 셈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복지의 대상이 될 리 없다는 듯이 굴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혜택과 권력을 쥐고 있는 가진 자들 편을 들어주는 '불평등의 정당한 그늘'이 아닌 복지의 그늘이 필요한 쪽에 더 가깝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불평등체제의 피해자들이 수혜자의 입장에 서서 질서를 받아들이고 옹호하도록 만들었을까?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생각을 멈추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전부터 느끼던 이 묘한 위화감에 대한 답을 '평등사회 프로젝트'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읽었다. 
 
" 스웨덴은 1900년 당시 미국보다 더 불평등한 사회였다. 그러나 한 세기를 지나오면서 미국은 더 불평등한 사회가 되었으나, 스웨덴은 훨씬 더 평등한 사회로 바뀌었다. 같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도 어떤 시장경제 모델인가에 따라 불평등은 심화될 수도 있고 완화될 수도 있다. 214" 

코스트코는 되지만, 이케아는 안되는 한국 특성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일까? [1부 2장 불평등 대한민국의 미국 사랑 45]에 들어서면 한국인들의 '모순적 시민 인식: 불평등 불만과 미국 선호'에 대한 실태와 분석을 만날 수 있다. 책은 " 한국 사회는 불평등이 심각하고, 시민들은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높으며 평등한 복지국가에 대한 선호도가 높으나, 정작 발전 방향은 평등한 복지 선진국 스웨덴-스칸디나비아 모델이 아닌 불평등한 복지 후진국 미국식 모델을 따르는 모순을 가지고 있음 46-47"을 반복적으로 강조(53, 64, 90, 95, 207, 212)한다. 이 모순에는 미국을 우방국가로 긴밀히 협력해온 배경과 오랜기간 세계 패권국가 입지를 지켜온 지위에 대한 선망(50)이 반영되어 있다. 재미있게도 이 '선망'은 회원권을 구매한 일부인원이, 독점 계약을 맺은 결제 루트를 제한적으로 사용하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코스트코의 방식은 성공적으로 안착하였으나 합리와 실용을 내세운 이케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도 기본적 선호도와 친숙함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차이가 아닐까 싶었다.
정치적으로도 "국힘 계열 정치인은 물론 아스팔트 태극기 부대에서부터 국힘 정부의 대통령까지 모두 미국과 자유시장경제 모델을 방어하며 홍보한다. 64" 특히 이 보수층들의 미국 선호는 각종 보수시위현장에서 성조기가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으로도 드러나기도 한다. 물론 팍스 아메리카나의 몰락과 더불어 자본주의가 성공적인 모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선명해진 지금, AI와 기술 발달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498)에 대비해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 시키고 평등한 복지 제도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구상이 절실하다. 하지만 긴 시간 노동계급의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다져나간 스웨덴의 방식을 적용하기에는 구심점도, 시민 의식도 기반이 약하다. 게다가 스웨덴이 미국을 역전하는 평등 사회 모델이 세기를 거치며 안착되었다면, 이를 이처럼 장기간 관철하여 이끌어나가기엔 정권 변화에 따른 정책 불안정성이 크다는 점도 책의 내용과 현실적 문제 사이에서의 거리를 느끼게 만드는요소가 되었다. 노동자 계급형성과 정치세력화의 성공 정도에 의해 스웨덴 모델의 구축 가능성이 달라진다(226)고 보는데, 이어지는 3부에서 한국 노동계급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을 다룬다. 
"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마찬가지로 비호감도가 86%에 달한다. 20"
" 노동조합에 대한 필요성 80%이상 긍정, 적극적으로 인정하지만 양대 노총에 대한 호감도는 반대이다. 23년 2월 조사에서 비호감도가 86%로 극단적 수준이다. 241"
한국 사회에서 노총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 수준의 비호감도이다. 시민들은 노동조합이 이익집단 역할에 중점을 둔 기득권 세력으로 변질되었다고 간주한다. 한국은 고임금 일자리, 저임금 일자리로 노동시장이 양극화되어 정규직-비정규직 두개의 계급으로 분절되어 있다. 저임금 일자리의 비정규직, 여성,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지 못한다는 시선(247)과, 노총이 취약 계층 보호 활동보다 정치적 활동에 더욱 중점을 둔다는 인식(246)이 호감도를 하락 시켰다. 더불어 이들의 활동이 전반적인 이해 없이는 때로 시민 편의에 양해를 구해야하는 불편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도 아쉽지만 현실이다. 개인적으로는 노총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노총이 품고 있는 모든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반독재 민주화 투쟁으로 시작되어 박근혜, 윤석열 퇴진 투쟁까지 정치적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투쟁에 뜻을 두고, 철도, 보건의료, 가스 등 "민주노조 투쟁이 없으면, 사회서비스 공공성도 없다(357)"는 최소한의 저지선 기능을 하고 있다는 데에 의미를 둔다.  

앞선 부에서는 우리가 어떤 사회 모델을 따라야 하는지, 실행 주체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면, 4부에 이르러서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왜 우리 사회는 불평등체제를 개선하고 사회복지 확대를 위한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을까 살펴보게 된다. 한국인의 조세 부담 성향이 강하지 않은 편인데다가 지금도 '내가 낸 세금'을 운운하며 공공기관과 공무원을 상대로 돈낸값을 받아내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거의 두배에 달하는 유럽 국가 수준(2021년 기준. 414)으로 증세했을때 보일 태도마저 우려된다. 또한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하고 이에 대한 정부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지만 성평등 촉진과 실업자 생활 수준 제공에 있어서는 정부 책임을 가장 약하게 요구한다는(443) 특징이 있는데, 이는 도리어 성차별이 심각하다는 반증이 되고, 실업문제를 사회 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책임으로 보는 시선이 강하다는 뜻이 된다. 더불어 돌봄 서비스 제공 주체 중 특히 노인 돌봄에 '가족' 비중이 높다는 점(444)도 같은 뿌리를 둔다. '수저론'이 한차례 큰 유행을 탔던 것처럼 한국은 세대 간 자산 불평등 대물림 현상이 강한 상속 계급 사회임에도 부자 증세, 소득세 자산세를 통한 소득 불평등 완화 정책에 대한 찬성 의견이 반대보다 적다(510). 지배세력에 대한 불신과 평등사회 실현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탓에 수혜 집단(여성 466/청년 512)들이 오히려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에서 어느 정도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18장 응원봉도 촛불의 실패를 되풀이하는가?(537) 묻기에는 이미 응원봉의 불빛은 꺼지고 치열했던 응집력은 각자의 일상으로 흩어져버린지 오래다. 사람들은 다시 주식과 환율이 요동치고 부동산이 흔들릴 때마다 다음 정권은 경제 위기를 극복해줄 선택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다며 실패의 구실을 쌓는다. 촛불과 응원봉을 들었던 절박함을 돈의 논리 앞에서 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나 대통령의 자택 매각 소식과 더불어 고액의 근저당으로 인한 논란이 생겨난 상황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부동산 정책과 비교하여 다소 씁쓸하게 여겨지는 상황이다. 이래서야 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약속에 대한 믿음은 줄어들고, 최선이 아니라 차악의 선택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불신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책을 통해 사회의 구조적으로 문제와 시민의식 수준을 직시하고 불평등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얻을 수 있었지만 '평등사회 프로젝트'가 우리 공통의 목표점인 것인지, 착수 가능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인지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더욱 크게 느껴져 현실적인 아쉬움이 남았다. 분량이 적지 않지만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혹은 왜 세상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같은 궁금증을 품고 있다면 '평등사회 프로젝트'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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