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보면 보이는 미술사 - 시각적 문해력을 기르는 여정 창비청소년문고 48
류지이 지음 / 창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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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예술에 대해서 잘 몰라, 작품을 보는 눈이 없어. 라는 말을 하곤 했다.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해 온 사람들도 있으니, 별다른 재능없이 노력도 하지 않은 입장에서 예술에 대해 모른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었다. 그런데 '보다 보면 보이는 미술사'를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나는 보는 눈이 없었던 것 일까, 아니면 제대로 보지 않았던 것일까, 궁금함이 생겨났다. "시각적 문해력"이라는 말과 함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는 모든 것들을 읽어내고 받아들이고 있는 방식을 이야기할 때 갑자기 깨달았다. 평소 짧은 글을 하나 읽더라도  어떤 내용으로 흘러갈 것인지, 어떤 인물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파악하려고 한다. 글은 이미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읽어볼 수 있도록 적혀 있는데도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더 읽어내려 한 것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광고 한 편을 보더라도 그 광고가 상품의 어떤 면을 강조하는지,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하는지,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시각적 문해력은 우리에게 익숙한 활동인 것이다. 그런데 예술 작품을 감상하려 했을 때 이 자연스러움을 잘 활용하려 했을까? 잘 모른다는 핑계로, 뭘 봐야할지,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찾아내기 어렵다고 '읽어내려' 하지 않고 보는 척, 남들만큼 뭔가를 아는 척하고, 잘 모른다는 사실을 들키기 전에 자리를 떠버리지 않았던가? 작품 앞에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했을까, 작가가 자신의 실력을 어떻게 드려내려 했는지, 어떤 요소를 숨겨놓고 싶어했는지 보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보다 보면 보이는 미술사'가 매력적이었다. 저자는 미술과 건축 등 열 개의 주제를 따라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재료, 매체, 흐름, 맥락, 시대 같은 단서들을 활용해 이렇게 접근해보면 어떨까요, 저렇게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하고 자연스럽게 독자를 작품 앞으로 이끌어간다. 

책을 읽기 전, SNS를 하다가 세 개의 구멍이 뚫린 가리비의 사진(13)을 두고 당신은 이 조개껍데기를 어떻게 해석하는/느끼는지 묻는 질문과 마주했다. 그때는 당연히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일 것이라 생각했다. 속으로는 그저 구멍 난 가리비 껍데기일 뿐이라 할지언정, 가장 평범하고 틀리지 않을만한 답을 내놓으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굳이 '조개 가면'을 가면/얼굴의 형태로 의도하고 만든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에게는 사물에게도 얼굴의 형태를 찾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자동차의 정면을 보고 헤드라이트 부분을 눈이라고 여기거나, 우연한 구름의 모양, 의미없는 돌의 생김에서도 얼굴 표정을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우리가 짐작하기 어려운, 혹은 다른 의도로 생긴 구멍을 두고 가면이라고 부르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보다 보면 보이는 미술사'를 읽고 난 뒤에는 이처럼 자신의 시각적 문해력을 사용하려 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읽어보고 싶었던 것은 3장의 회화와 10장의 과정 미술과 퍼포먼스 내용이었다. 회화는 가장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그래서 더 전시회를 가는 등 적극적인 감상을 하는 것이 망설여지는 면이 있어서였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274)의 퍼포먼스*에 관심이 있었는데 마침 10장에서 소개되어 있어 좋았다. 하지만 더 마음이 가는 분야는 4장 스테인드글라스였다. 예술의 영역 안에서 관심을 두고 만나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스테인드글라스가 건축물, 특히 종교적인 건축물 안에서 활용되는 압도적인 분위기와 아름다움을 느끼고 나니 매력이 더 크게 느껴졌다. 빛을 투과하며 더욱 작품이 살아난다는 점도 좋았다. 5장 도자의 내용에서는 평소 궁금했던 "예술이란 무엇일까? 사물은 언제 미술 작품이 되는 걸까? 139" 질문에 대해 다가갈 수 있었다. 현대 미술을 두고 난해하다거나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 아닌가 의문을 가지기도 하는데 (<번역된 도자기> 이수경 2007(159), <샘> 마르셀 뒤샹 1917(139)) 그런 불만에 대한 답이 되어주었다. 

다양한 작품들을 담아 색감도 잘 살리고, 한 작품으로 한 면을 다 채우는 등 최대한 작품의 분위기를 표현해낼 수 있게 소개하고 있어서 좋았다. 다만 이상하게도 책을 읽다보면 이해가 쏙쏙 되는 것 같고, 재미있고, 쉽게 느껴지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심화문제를 내주는 교수님 앞에 앉아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솔직하자면 처음에 내준 퀴즈(24)는 풀 생각조차 접긴 했다. 교수님, 아니 작가님 저는 그냥 책을 들고 돌아다니는 침팬지에요. 왜 이런 느낌이 드나 했더니 실제로 카이스트에서 교양 과목을 강의하고 있는 이력 덕분이었나보다. 카이스트에 갈 수 없으니 대신 '보보미'를 찾아 읽어보자. 얼마나 이득인가! 하지만 청소년 독자들은 '보보미'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직접 가서 수강하도록 노력해보자. 예술 앞에 조심스럽게 돋아난 여리고 작은 관심을 어떻게 키우면 될지 흥미롭게 길을 터준 느낌이라 미술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책을 읽고 난 뒤에 마지막 장을 덮으며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 더 이어가고 싶어지게 만들어주는 힘이 되는 책이다.  


*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눈 코 입이 있는 실제 생물이 아님에도 무생물의 것에서 얼굴을 그려내는 현상
* Rest Energy 화살을 겨누고 있는 두 사람
Rhythm 0 관객을 상대로 인간의 본성을 시험한 퍼포먼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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