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라는 역설 - 역동과 통제, 첨단과 소외가 공존하는 복합 중국 읽기
박민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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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하자면 중국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다. 없었다. 요즘에야 중국에 다녀온 사람들이 놀랍도록 달라진 중국의 발전이나 부유함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큰 금액을 제시해 어느 기업의 기술을 빼갔다던지, 세계 대학 순위가 달라지고 있으며 이공계열에 대한 투자를 무섭게 한다던지 하는 뉴스를 접하곤 하지만 전에는 그저 미감과 위생이 부족한 메이드 인 차이나의 나라일 뿐이었다. 하지만 인구도 면적도 비할 바 없는 규모의 중국이 긴 침묵을 깨고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는 격변기를 거치고 있다. 더이상 관심없이 있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예전에 듣고 미묘하다고 생각했던 말이 한국의 특징 중 하나가 일본은 꼭 이겨먹으려 들고 중국은 무시한다는 것이었는데, 어느 정도는 공감되는 분위기가 있어서였다. 실제로 친일적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정치, 경제, 문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문제될만큼 많고, 역사적으로도 지금까지도 중국을 무시할만한 입지가 아니었음에도 그런 심리가 있었지만 이제는 중국에 대해 파악해야 할 때다. 장기적인 집권과 통제가 가능한 사회에서 자원 집중과 정책 지원으로 짜여지고 있는 성장과 발전이 동아시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나아가 국제 질서에 어떤 변화를 줄지 두려운 마음으로 욕심많은 이웃의 행보를 주시하게 된다. 

전에 중국의 새로운 최첨단 감시망 천왕에 대한 기사를 보고 마치 디스토피아적 미래사회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 놀랐던 적이 있다. 중국으로 인해 손실되는 우리의 정치, 경제적 안보만 걱정했는데 중국이 대비하는 안보는 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대비(28)하는 전시 수준에 가깝다(총동원 체제25)는 내용은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내부를 조이는 감시와 고발로 솟아나오는 불만을 외부를 향하도록 돌려 결속을 강하게 만드는 소수민족 탄압과 홍콩, 대만(110)에 대한 압박, 서방 진영에 대한 경계가 다수의 중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내부적으로 혐오와 분열이 커지고 있다는 것에 비하면 성공적인 통제 수단으로 보였다. '중국이라는 역설'이 한때 돌았던 중국군 쿠데타설을 근거 없음(85)으로 시진핑 실각설을 환상(91)으로 일축하고 있다면 중국 내부에서 끓고있는 압박에 대한 반발, 자유를 경험한 젊은 세대의 조용한 저항(62)은 어떤 식으로 뻗어나가게 될지 궁금해졌다. 오히려 이 시진핑 실각설을 앞장서 내세운 국내 스피커들이 '중국 선거 개입설'로 대표되는 혐중 극우 세력과 연결(98)되어 있다는 점이 이 가짜 뉴스가 가진 문제점, 혐중 정서와 현실 회피를 통한 음모론 확대(103)를 드러냄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반대로 중국 내에서 한국의 상황, 지난 123내란과 계엄의 배경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점(246)이 놀라웠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당시 윤석열 정권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인지 낙관했고, 이에 동조하는 극우 세력에 대한 문제도 뿌리뽑지 못한 채 잠실과 강동으로 자리를 옮기며 음모론을 퍼뜨리고 혐오를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사회의 불안은 우리나라에서도 쉬었음 청년에 대한 인식과 논의가 있지만 중국의 청년 세대 현실 또한 만만치 않다는 기사* 역시 종종 보았다. 이미 청년 실업이 심각한 문제가 된 상황에서 AI기술과 로봇 기술의 상용화를 통해 생산 현장에서 노동자 자리의 대체(209)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로 인한 불안과 불만을 공포와 감시로 통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은 새로운 세계 패권 질서를 세우는 것으로 내부의 동요를 외부로 돌리고 구심점을 강화한다. 지난 홍콩 사태 이후로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베네수엘라 침공 등으로 붕괴된 국제 질서와 날선 분위기 아래 '중국도 대만을 침공할까?(164)'는 상황이 궁금했는데 책에서도 대만의 입지(149/180)가 희토류 수출 통제 전략(137)과 함께 미중이 서로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되는 것이 자주 등장해 앞으로 이 두 키워드를 관심있게 지켜보게 될 것 같다. 

처음 중국에 대해 '관심없음'이라 말했던만큼 가지고 있던 바탕이 부실했음에도 충분히 흥미를 가지고 읽어나갈 수 있었다. 낯선 용어들도 많고 중국 내 정세에 엮인 인물들도 접하게 되지만 파고든다기보다 큰 틀을 잡는다는 느낌으로 읽다보면 어렵지 않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전에 박노자의 <야만 시대의 귀환>*을 읽으며 팍스 아메리카나의 몰락과 세계 패권의 중심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음에 위기감을 느꼈는데 '중국이라는 역설'은 미중 사이의 우리를 고민하기 앞서, 중국이라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 함께 읽으면 더욱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입지를 제대로 다져야 하는 예민한 시기이다. 내부적으로는 탄핵이 반복되는 등 정치적인 불안정, 사회적 갈등의 심화 같은 문제들을 극복해나가고 일본, 호주, 중동 등 잠재적 위험을 품고 있는 지역끼리의 연대를 통해 대외적인 견제를 영리하게 해나가기 위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배울 수 있었다. 스스로 빠진 혐중과 무관심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중국 국영 비즈니스 뉴스 매체 이차이(Yicai)가 중국신고용연구센터의 데이터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유연 고용 노동자 수는 2025년 2억 8,000만 명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무려 3억 2,0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추정치가 적중한다면 올해 중국 도시 지역 고용의 40% 이상을 경제 근로자가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제조업과 화이트칼라 부문이 일제히 고용을 축소하면서 갈 곳 없는 청년들과 실직자들이 대거 임시직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온 결과다. 실제 국가통계국(NBS)에 따르면 학생을 제외한 16~24세 청년 실업 률은 16.3%, 25~29세 실업률은 7.4% 수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야만 시대의 귀환> 박노자. 한겨례출판.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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