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가 바다를 건너면 - 국경을 넘나든 음식으로 보는 한중일 세계사 우리학교 사회 읽는 시간
남원상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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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지겹게 싸워댔다. 우리를 우리로 묶는게 어색할 정도로 싸웠고 싸운다. 역사부터, 언어, 운동 경기의 내용, 사람들의 외모, 냄새, 피부색, 유행의 시발점, 연애방식, 문화, 서로 너네한테 관심이 있니 없니 하는 문제로도 싸우고 있다. 그만큼 오래도록 많이 얽혀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라면이 라멘부터 시작했느니 면의 시작이 중국이니 하는 말들은 너무나도 유명해 이제는 시비를 붙여오는 일도 적고, 만두와 교자, 만터우, 딤섬 같은 음식들은 어느 나라를 가던 대체로 호불호없이 모두 맛있게 즐길 수 있을 정도다. 같은 뿌리를 둔 음식이 바다를 건너가게 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바다를 건너서라도 전해질만큼 '맛있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느낀 음식들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보니 어떤 음식이 '원조'인지를 두고 싸우던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각각 다르게 전부 다 맛있다며 다양하게 즐기는 방향으로 식문화의 폭이 넓어진 듯 하다. 

'돈가스가 바다를 건너면'의 출간 소식을 들은 날은 점심으로 중식을 주문해 먹었었다.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을 주문해 서비스로 군만두까지 챙겨 먹으면서 문득 이 음식들은 각각 어떤 이름과 맛으로 퍼져나갔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탕수육은 꿔바러우와 덴푸라로, 짬뽕은 차오마멘(초마면)과 나가사키식 짬뽕으로, 짜장면은 작장면과 모리오카 쟈쟈멘으로 굉장히 비슷하거나 같은 뿌리를 가졌다고 할 수 없을만큼 다르기도 했다. 특히나 짜장면은 한국에서 중화요리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음식이지만 한국음식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다른 맛과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 음식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왜 조금씩 달라지게 되었는지 알고 먹는다면 음식을 더 맛있고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서비스로 받은 군만두(만두 117) 역시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음식이라 더욱 기대되었다. 책도, 바삭하게 튀겨 낸 군만두의 맛도. 

책을 읽기 전에 메뉴를 살펴보며 이 음식에 대해 어떤 정보를 알고 있을까 점검해보았는데, 일본에 비해 중국은 어떤 음식이 영향을 받았을까 떠올려보면 잘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기도 했다. 대부분 음식이 중국에서 흘러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음식과 현재 모습이 더 비슷하게 남아있는 경우가 많거나 여행을 더 많이 다니며 교류한 빈도가 높은 탓인듯 했다. 제목에 있기도 한 '돈가스'의 경우에도 종종 난제가 되는 경양식 돈가스와 일식 돈가스 중 더 선호하는 것을 고르기처럼 익숙하게 금방 떠오르고 비슷한 맛과 모양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돈가스를 떠올려보면 뭐가 있을까, 바로 생각나지 않는다. 비슷한 것으로는 대만의 파이구판이 있고, 생김새로는 치킨을 넓게 펴 튀긴 지파이도 비슷해보인다. 양념치킨 역시 일본의 가라아게는 금방 떠오르는데 유린기, 지파이는 한 박자 늦게 그나마 이게 좀 비슷한 것 같아 보인다. 호떡이나 만두, 탄탄면 같은 음식 이야기를 통해 균형을 잃지 않고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한중일은 쌀밥을 먹는다는 것은 같지만 젓가락이 쇠인지 나무인지가 다르고, 밥그릇을 들고 먹는지 내려놓고 먹는지가 다르다. 음식을 먹을 때 소리를 내는지, 찬을 한데 두고 덜어먹는지 따로 받는지도 다 다르다.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점이 끈끈해 피곤하기도 하지만 재밌기도 한데, 잘 알아두어 언젠가 또 벌어질지도 모르는 인터넷 원조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지식의 바탕을 만들어두길 바란다. 생각해보니 과거 음식들의 교류는 주로 전쟁과 엮여 있었다. 슈니첼은 아편전쟁 후 중국에 전해졌고(70), 빵 안에 단팥을 넣은 단팥빵(113)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전해졌다. 몽골과의 전쟁(179) 이후로 소주, 설렁탕, 두부같은 음식이 들어와 현지화 됐다고 하니, 요즘처럼 평화롭게 여행을 하고, 인터넷에서 말다툼을 하며 서로 문화를 교류하게 된 것도 변화라면 변화일 것이다. 

음식은 과거에만 건너간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교류되고 있다. 요즘도 계속해서 그 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각국의 음식들이 알려져 점차 현지화 된 맛으로 입맛을 사로잡고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가장 크게는 열풍과도 같았던 탕후루, 이제 새로운 중식 강자로 자리잡은 마라탕과 양꼬치 같은 음식이 있다. 타피오카를 넣은 밀크티 같은 경우는 유명 브랜드의 지분을 한국에서 인수하는 일도 있었다. 한식 역시 명란이나 게장, 조미김 등이 일본으로 퍼져나갔고, 삼겹살 같은 한국식 고기구이, 심지어 두쫀쿠 같은 디저트의 유행은 한국에서의 열풍이 퍼져나가 원재료값의 폭등이라는 무서운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다만 이런 교류 과정에서 오히려 멀쩡한 명란을 멘타이코라며 일본어를 역으로 가져와 쓰는 가게들이 많아진 것은 아쉽다. 찹쌀떡이 버젓이 있는데도 모찌를 붙이는 것, 샌드위치를 굳이 산도라고 하는 것은 지겹다 못해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아마 이런 불편함 때문에 계속 시비가 사라지지 않고 붙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계사보다 음식 자체에 좀 더 집중해 읽기는 했지만, '돈가스가 바다를 건너면'을 읽다보니 이런 세계사라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든다. 선택과목으로 고르고 싶어진다. 요즘은 수학여행으로 외국도 간다던데 여행을 떠나기 전 이런 배경 지식을 쌓아두고 가면 더 좋지 않을까. 학교 도서관에 이런 책이 하나씩 있다면 음식 이야기를 읽는 겸 은근슬쩍 동아시아 세계사를 함께 접할 수 있으니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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