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소년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이야기 ㅣ 창비청소년문고 47
최태현 지음 / 창비 / 2026년 6월
평점 :
" 좋은 토론을 위해서는 서로의 선의를 믿고 이야기를 해 나가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강화니 회복이니 하는 말들은 거창해 보이지만, 그 실천은 작은 곳에서 시작해요. 우리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든 자유롭게, 그리고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우리 마음을 그렇게 먹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실천으로 가는 길이에요. 127"
교육현장에서 멀어진지 많은 시간이 지났음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청소년 시절에 학교에서 배우며 체득했던 역사와 사회 문화의 정서가 요즘 일부 청소년들의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어느 한쪽만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맞는가 싶은 부채감, 의문이 든다. 아이들은 유튜브나 SNS 같은 매체에서 주장하는 왜곡된 역사관과 이념, 정서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자극적인 내용들에 너무 쉽고 가볍게 노출되고 있다. 독립 운동가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과 역사적 사건들의 진위와 의미조차 염두에 두지 않은 날조와 비방이 확대 재생산 되고 있는 문제적 상황이다. '청소년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비판적인 시각으로 콘텐츠를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심어주고 건강한 사고로 스스로의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읽어보았다.
'청소년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이야기'는 문답형식으로 되어 있다. 수빈, 지수, 민서 그리고 선생님이 서로 대화하며 민주주의에 대해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며 이야기를 나눈다. 진짜 인물들은 아니지만 수빈, 지수, 민서가 하는 질문들이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찌르기도 하고, 대신 궁금한 부분을 풀어주기도 하는데 이렇게 다양하고 깊이 있는 질문들이 나온다고? 싶어서 내가 너무 당연시하고 제대로 배워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구나 반성도 되었다. 어른도 이런 생각을 하며 책을 읽게 되니 청소년들이 공연히 박탈감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어른은 반성하며 읽어야겠지만.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잘못된 역사인식과 반사회적인 태도에 경도된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진실을 알려주고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을지 고민되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인물을 희화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갈등을 심화시키는 콘텐츠들이 많다. 접근을 무조건 막을 수도 없고, 제대로 반박하여 설득하지 않으면 쉽게 잘못을 짚어내기 어려울만큼 어긋난 논조의 주장을 강하게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청소년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이야기'를 읽어서 스스로도 배우고,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책을 읽으며 한 세대에게 있어 큰 상흔을 남기는 사건들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노년층에는 전쟁이었을 것이고 중장년층에는 민주화운동, 중년으로 접어드는 세대는 IMF와 백화점, 다리 붕괴 사고, 청년층에게는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코로나가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은 두 번의 탄핵과 코로나를 꼽게 되지 않을까. 책에서도 지난 탄핵 집회 때 반대 지지층이 성조기를 두르고 미국을 지지하는 현상을 예로 들어 설명해주었던 것처럼(76) 각자 경험한 시대와 사건들이 다르기 때문에 입장의 차이는 있다. 비록 일부 종교나 경제적, 정치적 이점을 위해 이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지만, 사실 길 위에 나서는 평범한 우리들의 갈등과 분열에는 자신의 신념 안에서의 '애국'을 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금 한참 월드컵으로 국가 간의 경쟁을 하고 있는 때여서 애국심이 어떻게 스포츠 경기와 문화 콘텐츠와 연결되어 있는지(141) 생각해 볼 수 있기도 했다. 또한 [대의제, 대표를 통해 참여하기(191)] 같은 내용은 '애국'과 '보수'를 주장하는 일부 무리의 지역 점거로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상황이 시작된 '선거'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계기로 삼기 충분했다. 우리가 경험할 사건들을 지나치게 가깝거나 먼 거리감을 두고 보지 않도록, 또 잘못된 방향으로 이용되지 않기 위해 경계하도록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점은 책을 읽으며 배워나간 내용을 [함께 생각해 봅시다]와 [다음의 책들을 추가로 읽어 보세요]하는 정리 구간을 통해 직접 생각하고 궁금하거나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더 알아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해놓았다는 것이다. 이 질문들은 알게 된 내용을 확인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카페에 갔는데 빠른 주문을 위해 메뉴를 통일하자고 하면 어떤 기분일까?' 같은 질문(134)으로 통일성과 다양성의 균형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일상적인 상황을 비유해 어려움을 낮추고 재미있게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가짜 뉴스에 속을 뻔한 경험이 있는지(251) 묻는 질문도 재미있었다. 워낙 거짓된 정보가 많고 진위를 따지지 않은 채 확대, 재생산되기 쉬운 구조의 인터넷 플랫폼들이 많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정리된 내용을 읽을 때는 다 이해해서 알 것 같았다가도 다음 내용으로 그냥 넘어가면 금새 잊어버리게 되는데, 질문을 통해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조금이라도 틀을 잡을 수 있게 도와 단단한 받침을 만드는 역할을 해주었다.
" 우리는 옳음을 포기해서도 안 되지만 사람을 포기해서도 안 돼요. 제도를 넘어 삶의 양식으로서 민주주의는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땅의 모습일 뿐, 먼저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런 민주주의는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 마음속에 있어요. 물론 우리의 마음속에는 다른 것들도 있죠. 사랑도 있고, 두려움도 있어요. 관용도 있고, 혐오도 있지요. 우리 내면에 서로 갈등하는 목소리들이 있어요. 우리 마음 자체가 광장인 거죠. 284"
천천히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마음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어떤 발자국을 남기며 발전해왔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소개되는 사건들에는 배운 것들도 있지만 직접 경험했던 사건들도 있어서 나라는 사람도 우리나라의 역사적 순간들의 목격자로, 시민으로 성장해 온 어른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앞선, 그리고 함께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무엇이 옳은지, 불의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기를 결의했는지 목도할 때면 자부심, 감동, 두려움, 분노와 부끄러움 같은 다양한 감정이 들곤 한다. 청소년들도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직접 그 현장을 살아냈던 역사적 사건들 안에서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었는지 돌이켜보았을때 부끄러움이 없도록 더 많이 배우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게 된다면 좋겠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게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