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 - 돌봄과 상실 너머, 다시 시작된 사랑의 모험
천희란 지음 / 김영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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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는 다시 인간과 인간을 잇는다. 그렇게 고양이가 떠난 자리에도, 여전히 고양이는 존재한다. 137" 

어렸을 때는 뭘 몰랐고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서 오히려 자꾸만 '비인간 동물'과 함께 살고 싶어졌다. 이쯤되면 책임을 질 수 있을 것 같았고, 솔직하자면 빈 마음을 다른 존재로 채우고 싶은 그런 때였다.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었는지는 너무나 잘 체득하게 되었다. 물론 친구처럼 가족처럼 함께하며 행복이 채워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또다른 상실이 반드시 있을 것이란 걸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결정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남은 것은 두 번 다시는 나와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친구들과는 함께 살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나보다 앞서가는 친구들이 날 떠나가며 남은 상처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졌다. 좋아해서 종종 듣긴 하지만 가을방학의 <언젠가 너로 인해>라는 노래를 차마 부르지는 못한다. 노래방에서 갑자기 눈물이나 흘리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테오를 만나 보기 위해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보내는 부분(31)에서는 이상하게 울컥해졌다. 그 조심스럽고 복잡한 마음이 구구절절하게도 정말 구질구질하게도 훅 와 닿았다.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서 그 솔직함에 마음이 뭉그러졌다. 너와 같은 혹은 너처럼 사랑할 다른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닮은 강아지들은 수도 없이 많다. 연예인이나 다름없이 유명한 강아지들도 있고, 잘 훈련받아 똑똑한 강아지들도 많지만 너만큼 예쁘고 특별하고 멍충하고 귀여운, '우리 강아지'는 없었다. 키워보고서야 알게 된 이런 종류의 이별. 물론 고맙게도 이런 종류의 사랑이 있다는 것도 배웠지만 사랑이 큰 만큼 슬픔도 크기 때문에, 마음이 좁은 사람은 도저히 더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 결심은 확고했지만 반려동물을 들이게 된 계기나 더이상 들이지 않기로 결심한 까닭같은 것들은 종종 나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는 이 죄책감, 상처 같은 것들을 최대한 이해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어, 때로 정곡을 찔린듯 하면서도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 디오는 미친놈이었다. 도저히 대체할 수 있는 단어를 찾을 수가 없다. 디오는 보통 미친놈이 아니었다. 166" 

고양이가 열어준 세계 속에는 이별의 눈물바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깽이 디오와 만나 함께 살기를 시작하는 이야기는 혈기왕성한 아깽이답게 이리저리 튀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특히나 테오가 공동육묘를 하는 모습은 당황스러울만큼 놀랍기도 했다. 저도 응석받이이면서 어느날 들이닥친 갓난쟁이 동생을 어떤 마음으로 보살피기 시작한 것일까. 게다가 제가 나서서 디오를 돌보기 시작했으면서도 창가에 가서 깊은 한숨을 내쉬는 것(177)으로 육아 스트레스를 달랬다고 하니, 사람에게서 말을 배운 어린 고양이(193)의 엉뚱한 울음소리처럼 사람같은 비인간 동물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읽다가도 갑자기 웃음이 난다. 

이런 비인간 동물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웃음이 나지만 그들을 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에는 항상 경계심이 남는다. 책을 읽다 가장 마음이 쓰였던 부분 중 하나는 다시 소변 실수를 하게 된 루이에게 눈맞춤을 하지 않는 교정 방법을 썼던 때(67)였다. 나이 먹은 고양이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용변 실수를 하게 된 것이 고양이적으로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눈물이 났다. 용변 실수를 하고 수치스러웠을까, 실패에 괴로웠을까, 일부러 그랬다는 오해를 받아 억울했을까, 주인이 눈을 맞춰주지 않아 속상했을까, 어쩌면 고양이는 뭐 그럴 수도 있지 했을까. 나이 든 고양이의 이야기를 눈물로 해석하는 것도 인간의 입장에서 고양이를 오해하는 방식일까. 

" 분명 인간이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지식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지식이 유통되는 과정은 훌륭한 보호자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생산하는 한편, 반려하기 수월한 이상적인 고양이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 같기도 하다. 198" 

저자 역시 인간에 의해 인간의 영역에서 함께 살아가게 된 비인간 동물 친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깊이 고민한 티가 났다. 인간의 생에서도 사고나 질병으로 긴급한 수술과 연명치료가 필요할 때 어떤 선택이 더 존엄을 고려한 것일까 의견이 분분한데, 하물며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지 못하는 비인간 동물들의 생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는 더더욱 어렵다. 비인간 동물에 대해 말하지만 사실 인간이라는 동물의 세계에서도 같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다. 이 냉혹하고 잔인한 셈 아래에서 같은 인간조차 거래와 학대의 대상이 되는 일이 존재한다. 그러니 이런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세상 안에서 비인간 동물들에 대한 인식과 처우, 권리와 생존의 합의를 논하는 길은 멀어보인다. 

" 비인간 동물이 거래되지 않는 세상, 학대받지 않고 본능에 가깝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아직도 요원하지만, 적어도 그러한 세상이 도래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는 존재한다. 50" 

" 고양이는 인간과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주위에서는 당연히 답을 알 길은 없다. 죽음이라는 관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고양이가 스러져가는 몸을 인식하며 죽고 싶다거나 살고 싶다는 의욕을 느낄 가능성은 없으리라 추측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에게 모든 결정권이 주어졌다 믿어도 되는 걸까. 45" 

하지만 갈수록 인식이 달라지고 있고, 한번 비인간 동물과 함께 살며 세상이 바뀌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모르는만큼 다른 만큼 더 많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변화가 생기고 있다. 애완이었던 대상이 반려하는 존재로 인식의 변화가 생긴 것도 유의미하다. 오죽하면 반려동물들이 한마디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고를 것이냐는 질문에 나의 만족감을 채울 수 있는 사랑한다는 말을 듣기보다 상대의 안위를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아프다는 표현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답이 더 많겠는가. 

욕심껏 '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를 엿보기 위해 책을 꺼내들었지만, 어쩌면 나는 이 책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만큼의 극복은 실패한 사람일 것이다. 종종 귀여운 비인간 동물들에게 온통 시선을 빼앗기곤 하지만, 길을 걷다가도 불현듯 어딘가에 있는 비인간 동물들의 존재를 감지하고 대뜸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마음을 줄 용기는 내지 못한다. '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를 앞에 두고 나만 고양이가 없다며 박탈감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핸드폰 속에 저장해 둔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의 사진으로 귀여워하고 싶은 욕망을 달랠 뿐이다. 이 욕망은 책임보다 나약한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을 다하는 반려인간들과 함께 살아가는 배려를 보여주는 비인간 동물들 모두에게 깊은 경외를 보낸다. 무슨무슨 법으로 사진 매일 열장씩 자랑해주기를, 버려지고 학대 당하는 비인간 동물들이 없도록 세상이 달라지기를 함께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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