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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미스터 타이거 ㅣ 창비청소년문학 148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6년 5월
평점 :
" "눈이 파라면 세상도 파래?"
"나는 그대와 같은 세상을 보고 있어요."
...
설날 널을 뛸 때, 단옷날 그네를 탈 때, 제 시선 아래 훤하게 트이던 세상을 계손향은 사랑했다. 그리하여 노월 또한 제가 사랑한 시선으로 세상을 내려다보길 바랐다. 그대와 나는 같은 세상을 본다 하였으니. 88"
책을 읽으면서 올해 초에 봤던 [광장]이란 영화가 생각났다. [광장]은 북한 평양의 스웨덴 대사관 서기관으로 파견 온 보리와 교통보안원인 복주의 사랑이야기를 그려냈다. 차가운 겨울의 평양 거리를 배경으로 둘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거리를 두고 같은 방향으로 걷는 것으로 산책을 대신하고, 같은 식당 안에서 다른 테이블에 각자 마주 앉아서 식사를 대신하고, 늦은 시간 혹은 다리 밑의 구석진 곳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서만 대화를 나눈다.
[안녕, 미스터 타이거]는 1883년 미국에서 온 사절단 노월과 조선 한양의 기생인 계손향 사이의 연애담이다. 파란 눈과 노란 머리카락을 가진 서양인이 낯선 시대, 노월과 계손향도 다른 외모를 가진 노월을 신기해하고 적대시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감내하며 함께 거리를 걷는다. 친구인 영월마저 계손향이 노월과 함께 다니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폄하하고 비난하는 시선을 보낼 것이 염려되어 항상 주의를 준다. 이런 편견과 평가의 시선이 아직도 일부 사람들에게 남아있기 때문에 영월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세간의 이목을 피해 서로의 마음을 나눠야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해 닮은 모습을 그린다. [광장]의 두 사람은 결국 감시자들에게 관계가 발각되어 보리의 체류 기간 종료를 고지한다. 처음부터 정해진 이별을 안고 있었지만, 다시 볼 수 없게 된다는 현실 앞에서 보리는 복주에게 함께 떠날 것을 청한다. 마찬가지로 [안녕, 미스터 타이거]의 노월 역시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다리는 가족들이 고향에 있다. 돌아가야 할 곳이 있는 노월과 보내야하는 것을 아는 계손향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 월이의 목소리가 닿은 귓바퀴가 아직 간질간질한데, 월이의 손길이 닿은 손등이 아직 훈훈한데, 세상은 불 꺼진 듯 온통 적막하다. 사람이 난 자리가 이렇게 크다. 고작 한 사람 자리가 너무 크다. 어떤 사람은 누군가에게 온 세상이다. 229"
시대과 배경의 차이가 있지만 [안녕, 미스터 타이거]와 [광장]은 금발의 푸른 눈을 한 이국의 남성과 사회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조선/북한의 여성이 주인공인 것, 외모부터 사고방식, 서로의 처지도 다른 두 사람이 각자의 배경과 사회적 편견을 뛰어넘어 마음을 나누는 순간을 공유한다는 것, 그리고 차가운 현실 앞에서 겪게되는 좌절을 생생히 담아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차별과 통제에서 벗어나 더 나은 곳이 되도록 왜 노력하고 꿈꾸어야 하는지 함께 느끼게 된다.
노월과 계손향이 150년이 가까운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된다면 보리와 복주같지 않았을까. 앞으로 시간이 더 많이 지나고 난 뒤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떤 세상에서 어떤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때는 차별도 금지도 통제와 편견도 없는 세상에서 마음 편히 사랑만 할 수 있을까. [안녕, 미스터 타이거]와 [광장] 문장과 영상으로 그려내는 아름다운 표현을 만끽하며 조심스럽게 키워나가는 투명하고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니 꼭 함께 즐기고 비교도 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