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은나무숲의 죽다 만 여우 - 2026 뉴베리 아너 수상작 ㅣ 오늘의 클래식
오브리 하트먼 지음, 마르친 미노르 그림, 황세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평점 :
" "사랑받지 못한 영혼은 어디로 갈까?" 225"
[죽은나무숲의 죽다 만 여우]의 제목을 보고 이게 무슨 말일까 다시 읽었다. 항상 같은 계절에 머무르는 숲, 생명이 살지 않은 숲에 죽었으나 영혼이 완전한 안식을 찾지 않은 여우가 살고 있다. 여우는 한쪽 눈을 잃고 귀도 상했으며 털도 고르게 남아있지 않아 사고가 났던 때의 고통을 그대로 안고있는, 보기에 따라 무서운 혹은 혐오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여우의 이름은 클레어. 클레어는 죽은나무숲에 머무르며 길 잃은 영혼들이 가야할 곳을 안내해주는 길잡이다. 영혼들은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나 있는 문들 중 자신에게 맞는 하나의 문을 찾아가야 한다. 금빛으로 빛나는 동쪽은 쾌락계, 즐거움을 추구하던 이들이 간다. 서쪽은 초록빛의 발전계로 노동과 봉사와 노력을 사랑한 이들이 간다. 북쪽, 평화계는 연푸른빛이다. 안식에서 기쁨을 찾는 이들이 간다. 그리고 진홍빛의 남쪽은, 고통계다.
클레어가 머무는 오두막에 길 잃은 영혼이 찾아오면 문을 열어 조심스럽게 맞이해 영혼의 혼란을 가라앉히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살펴 더이상 길을 헤메지 않고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다. 길을 잃은 영혼들은 지친 영혼을 달래줄 무언가를 갈구하며 특유의 갈증(22)으로 괴로워하는데, 길잡이인 클레어의 도움으로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 문으로 가게 되면 다시 길을 잃고 헤매다 갈증에 시달리며 클레어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클레어는 이 일에 매우 전문가이다.
" 클레어는 브릭베인의 쉰 목소리를 떠올렸다. 절대 죽은나무숲 밖으로 나서면 안 된다. 너한테는 여기가 제일 안전해. 94"
상처입은 외모 때문에 다른 동물과 아이들에게 거부당하며 괴물이라 불리는 클레어는 늘 외롭다. 너무 괴로웠던 때 자신의 곁에 아무도 없었던 것이, 가족도 곁에 있어주지 않은 채 혼자였다는 것이 클레어를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였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상처받았다. 클레어는 버섯밭에서 키우는 각색의 버섯들과 특별한 '선장'에게 의지하며 길잡이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클레어가 너무나 싫어하는 오소리의 영혼이 오두막을 찾았다. 그리고 멈춰있던 클레어의 시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어디로 가야할지 읽히지 않는 영혼, 빨리 치워버리고 싶은 오소리의 영혼은 어느 방향으로 보내도 다시 돌아온다. 오소리의 영혼이 갈 곳 없이 헤매는 동안 클레어는 오소리의 이름이 생강촉새라는 것을, 그에게 항상 쓸모없다고 질책하는 아빠와 독특한 이름을 가진 가족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클레어는 교활하고 못된 오소리를 싫어했지만 생강촉새는 달랐다. 클레어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을 챙겨주었다. 생강촉새가 오소리답게 오지랖 넓게 군 질문과 행동들은 클레어의 마음을 두드렸다. 클레어의 멈춰진 세상은 생강촉새와의 만남으로 인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환상적이고 쓸쓸하면서 따뜻하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결국 서로 이어져있다는 것, 우리가 눈 앞의 작은 것들에 매여 머물러있는 동안 놓치고 있는 것을 생각해야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랑받지 못한다고 괴로워하는 클레어를 보면서 제대로 주위를 둘러보았는지, 아무도 날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낙담하기 전에 사랑을 주기 위해 노력해보았는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상처가 남긴 흉터만 기억하다 그 상처를 같이 아파하고 위로해주려고 했던 존재들을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생강촉새는 클레어를 두드린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얽매어있는 클레어에게 질문하고, 클레어가 아끼는 것들을 사랑하는 방식을 일깨워주고, 싫어했던 오소리와도 진짜 친구가 되도록 다가온다. 그리고 클레어가 미뤄왔던 길을 가도록 해준다.
[죽은나무숲의 죽다 만 여우]를 읽고 아이들이 클레어에게 어울리는 문은 어떤 것인지, 어디에 도착했을지 생각해보고 나는 어떤 것을 가장 좋아하는지 어떤 문으로 가고 싶은지 골라보는 독후활동을 해보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더불어 로드킬을 당하는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생태통로, 유도 울타리, 버드 세이버 활용 예시를 함께 찾아보고 공존하기 위한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 내용이 적지 않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성인까지 깊이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따뜻하고 환상적인 동화였다. 마지막까지 감동과 놀라움을 놓치지 않고 독자를 사로잡는 죽은나무숲의 오두막에 기꺼이 방문해본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