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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동맹이라는 거울 - 한미일 안보 체제의 한계와 가능성
지지와 야스아키 지음, 길윤형 옮김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평점 :
" 전쟁은 일으켜서는 안 되는 것이다. 180"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국제사회의 주된 흐름이었던 세계평화의 시대는 끝이났다. 약 70년간 이어진 세계평화의 시대 역시 허울뿐인 말일수도 있다. 어디선가 항상 전쟁은 벌어지고 있었다. 국제적인 분쟁이 아니더라도 내전이 일어나는 곳들은 있었으니까. 하지만 협력 기구, 조항 등을 만들어 전쟁을 피하려고 했던 최소한의 움직임도 지금 우경화 된 국제 정세 아래 끊겨버렸다. 더불어 이란 전쟁에 협력하지 않는 우방국들의 목록을 만들어 맹렬히 비난하는 미국 대통령의 SNS가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오며 동맹이라는 개념조차 흔들리고 있는 때에 '미일동맹'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떤 비전을 제시하려 하는지 궁금했다.
동아시아의 국제 정세 상 휴전국인 한국과 근접국가인 일본에 미국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언제 다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남북한의 긴장감과 중국과의 견제를 위해, 힘의 균형을 맞추고 유사시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내 약 9만에 달하는 집중된 규모의 군대를 주둔시켰다. 하지만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그동안 유지해왔던 골조에서 벗어나, 동맹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전가하고 미국의 입맛에 맞는 국제분쟁 개입을 요구하며 판을 흔들고 있다. '미일동맹이라는 거울'은 미국의 또다른 동맹국가인 일본이 현 상황에 맞춰 어떤 식으로 시류를 읽고 미국과 협상해왔는지 파악하고 이를 통해 국내의 독자들에게 한미동맹의 흐름을 읽어나갈 수 있는 외부의 시선을 제시하고자 한다.
" 이런 일본의 내부 사정은 [국제정치의] 엄혹한 현실 앞에선 완전히 무력할 뿐 이었다. 그 앞에 어떤 파멸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이제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국제정치의 현실과 '일본의 시점' 사이의 괴리를 파악하고, 이것이 어떤 비극을 불러왔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역사 수업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 아닐까? 18"
역사 수업을 통해 배워야 하는 건 전범국가라는 것이고 반성과 사죄다. 순진하게도 '국제정치의 엄혹한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과오로인해 파멸적인 결말을 얻은 비극적 과거가 아니라. '일본이 엄청난 희생을 지불하며 얻은 교훈(18)'같은 문장이 나올 때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더이상 책을 읽기 어려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미일동맹이라는 거울'을 통해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 말꼬리를 하나씩 잡고 싶지는 않지만 피해자성을 놓지 않으려는 태도가 불쾌하고 회의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1장에서는 미일동맹의 시작점과 주변국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극동 105년 체제'가 반복해서 언급되는데 들어간 적도 없는 체제 아래에 남의 나라를 갖다붙여놓는 것은 뭔가 싶었다. 일본은 관계 없는 전쟁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극동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긴밀한 협력을 요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시종 강조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런 일본을 향해 적대적인 신호(85)를 보내고 대만 유사사태 등의 문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며 거시적인 관점이 부족하다는 관점(89)을 흘린다. 이 또한 불편한 지점이다. 2장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의 지휘권에 대한 변화와 분석이 주를 이루는데 장황한 설명을 표로 정리해놓은 부분들이 이해를 도와 1장보다 더 읽기 편하고 이해가 쉽게 되었다.
3장에서는 분쟁 상황이 발생했을때 일본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상정하고 있는데 "일국평화주의는 일본이 일본 이외의 외국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에 말려드는 것을 싫어한다. ...중략... 즉, '일본적 시점'에 서서 우리 나라는 "말려들지 않는다"는 논리를 아무리 예리하게 만든다고 해도, '제3자적 시점'에 서서 보면 애초에 상대가 이를 받아들여야 항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160" 그토록 강조하는 일국평화주의는 사실 타국의 이해관계에 얽혀 괜한 압박이나 피해를 받는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뜻과 같다. 하지만 그 앞에 평화를 붙여 원치 않는 분쟁에 말려들어가는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고 타국은 이런 일본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고 오히려 약점으로 보고 이를 이용할 것이라는 논조로 일본의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웃긴다. 일본은 과오에 비추어보아 자위권을 두고 "행사해선 안 되는 권리이기 때문에 행사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166" 는 사실을 일본적 시점이든 제3자적 시점이든 명확히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닐까.
4장에서는 유사시 유리한 방향으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어떤 전략을 써야 할 것인가를 분석하고 하고 있는데, 시작부터 태평양전쟁 당시 실패했던 출구전략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남북간에 전쟁이 발생했을때의 상황이나 중국과 대만 사이에 전쟁이 발생했을 때를 두고 상당히 구체적으로 시나리오를 짜, 장래의 위험을 제거하는 것과 현재의 희생을 회피하는 것에 대한 비교분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5장에서는 핵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직접 핵무장을 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이 의외였다. 다만 비핵 3원칙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핵으로 유린됐다는(273) 사실을 배경으로 만들어졌음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역시나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가 결여된 피해자성 강조가 다시금 드러나고 있다.
평소 관심을 두고 잘 아는 분야가 아닌만큼 책을 읽는 동안 오랜 시간이 들었다. 하지만 점차 국제 정세와 한미일 더 나아가 중국과 대만 러시아 등의 극동 관계에 대해 점점 더 생각이 트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동맹 관계에 대한 맹렬한 비난과 의구심을 표현하는 2기 트럼프 행정부의 돌발적인 행보와 불안정한 기운이 더해가는 초불확실성 시대에 끈은 더욱 약해지는 위기의 시점에 지난 관계에 대한 분석이 큰 영향을 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본이 극동 관계를 두고 어떤 식으로 자신들의 위치를 조절해왔는지 그 흐름을 통해 속내를 파악하고 우리의 입장도 정리할 수 있는 도움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보기에 편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은 아니지만 생각에 자극을 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133쪽 마지막 줄 한미연군합사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