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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행성 조사반, 북극곰의 파업을 막아라 - 기후 붕괴 현장에서 마주친 인간과 비인간동물들
남종영 지음, 불키드 그림 / 한겨레출판 / 2026년 2월
평점 :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자신과 함께 유치한데 왜 재밌지 의아함이 따라붙었다. 첫 시작부터 당당히 밝힌 장르가 뭐였더라, 'SF논픽션'이었다. 강경한 어조로 강조하길래 그게 그렇게 특별하기라도 하나 싶었는데, 유치한데 결국은 그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어가게 되는 것을 보니 그의 선택이 맞았다. 전달 방식을 달리하면 달리 걸려드는 독자가 생기게 마련이었다. 처음엔 파닭이니 하는 말들도 너무 사변적이고 이런 형식의 글에서는 큰 매력이 안 느껴진다고 세모눈을 하고 봤는데, 이상하게 자꾸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 궁금해졌다. 머리말부터 '어른들을 위한'이란 것이 붙어서 수상했는데, 이런 걸 다 예상해서 쳐 둔 그물이었을까. 속는 걸 알면서도 재밌게 속아넘어가는 기분이다. 거기에 환경에 대한 깨달음까지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으니 안 넘어갈 이유도 없다. 방학 기간을 통해 책을 읽히고 싶다면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 북극곰의 파업을 막아라'를 선택해서 함께 읽어보자.
어린시절에 자연 다큐를 보면 보통은 세상에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있다는 소개의 내용이었다. 이들이 혹독한 환경과 엄중한 섭리 아래에서 치열하게 살아내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요즘은 대부분 이들이 이렇게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다는 내용의 다큐가 많았다. 그만큼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일까. 책에서 북극곰들의 사냥 방식이 바뀌었다고 한 다큐멘터리(74)를 언급해 떠올랐는데, 몇 해 전 '북극의 눈물'을 보다 북극곰이 위태롭게 헤엄치며 사냥하려는 장면에서 더는 보고있기 괴로워 그만 보고 싶었다. 인간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아니까 시청을 그만두고 죄책감과 동정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들었는데, 그런 체험들은 일상에서의 불편으로 조금씩 남겨졌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그런 직접적인 고통은 적었다. 전달 방식이 부드러운 것은 좋지만 그 부드러움이 충격에서 오는 각인과 변화를 둔화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이 책에서도 실제적인 충격을 전달해주었던 것은 한 사진이었다. 투발루의 마을이 물에 잠겨 어린 아이를 데리고 물을 헤치며 걸어가는 뒷모습이 담긴 사진(154)은 여행지로 유명한 물의 도시들이 가라앉고 있다는 소식보다 강렬한 충격과 위기를 전달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를 신경쓰이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오직 단 하나의 바나나 품종(165)만을 먹고 있고, 그 품종이 취약해지게 되면 지금까지 알던 단 하나의 바나나 맛과 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 "이러다간 우리 사과를 못 먹는 거 아닙니까?" 99" 하는 질문에서 내심 깜짝 놀랐다. 머리 속에서 하던 생각이 그대로 적혀있었다. 그게 이 상황에서 날 법한 생각이던가, 고작 내 입에 과일이 하나 들어가고 말고의 문제로 이 상황을 바꿔버려도 되나. 저 멀리 있는 사람의 생활 기반이 모두 무너져내린다는데도, 제 입에 들어갈 것이 신경쓰이다니 사람이 이렇게 이기적이고 어리석어서 자꾸만 이러다 진짜 큰일이 난다고 반복해서 위기를 경고하고 있는 것이리라.
"거북이 콧구멍에서 빨대 빼는 유튜브 영상은 그만 보시고, 빨대를 종이로 바꾸든지 재활용하든지. 108" 엊그제 읽었던 일본 작가의 책에서 종이 빨대에 대한 불평을 보고는 종이 빨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공통인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 종이 빨대가 내 죄책감을 덜어주는 수단 중 하나여서 음료에 녹아 뭉개지거나 말거나 종이 빨대를 좋아했던 어둠의 종이 빨대단이라 이 부분에서 격한 공감을 했다. 대형 커피 체인이 다시 종이 빨대에서 플라스틱 빨대로 바꾼다는 발표를 한 뒤로 어딘지 마음이 답답했는데 다시 종이 빨대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물범이 사라지면 북극곰도 없다. (216)'는 사실을 물범들도 아는데 기후 위기가 곧 인류의 위기라는 것을 사람들이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다.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 북극곰의 파업을 막아라'는 가르침을 강제하거나 행동을 강요하는 내용은 아니다. 읽으면서 이야기가 이렇게 변화구를 때려도 되는가 싶은 부분도 있었다. '치킨해방전선'과 연대해서 같이 행동하기까지 했으면서 떨어지자 마자 치킨버거를 먹는 홈스와 왓슨의 모습에서 의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소고기를 먹는 일'이 끼치는 영향을 시종 언급하는 것을 보니 슈퍼 저탄소 소를 이용한 그린 워싱(250)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되나 싶다. 지구 곳곳을 누비며 세상의 문제를 파악하며 다니지만 홈스와 왓슨이 그저 관찰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점점 마음에 걸렸다. 뭔가를 더 해야하는 것 아닌가, 이것 참 문제군요. 사실은 이랬군요. 하며 알려주고는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버리는 일이 반복되자 이야기 안에서라도 도움을 주길, 어느 문제 하나라도 해결해주길 바라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정작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편함을 그대로 두고 누가 해결했으면, 괜찮다고 넘길 수 있도록 부채감을 덜어주길 바란 것이 씁쓸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재미있지 않는 내용을 담은 묘한 책이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에게도 필요한 책이니,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생활 속에서 변화와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독후활동까지 해본다면 좋겠다.
... 그런데 30대 6의 경기가 기후변화의 참사(117)이라면 6한 놈들은 어디 빙기에서 야구하나? 6한 놈들의 위기고 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