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1월
평점 :
어느날 친구와 한참 이야기를 하다 이제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멸종을 앞둔 위기종처럼 보인다는 말을 했다. 결혼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인 세상에서 자라오다 도착해보니 아무도 결혼하지 않는 세상에 온 것 같아 낯선데, 몰려오는 사람들의 무리가 너무도 당연히 결혼하지 않는 상식을 말하는 것 같아 자칫하다간 그 전의 세상에서도 이 후의 세상에서도 밀려나버릴 것만 같단 이야기였다. 그래서 '필연적 혼자의 시대'가 눈에 들어왔다. 어쩌다 낯선 세상에 불시착해버린 것이 아니라 이것은 필연적으로 도달할 수 밖에 없었던 시대였음을 확인받고 싶었다.
남과 비교해서 부족하거나 결핍이 있는 것을 못견뎌하는 세상에서 왜 사람들은 유독 '전통적 가정'의 형태만은 잃어도 괜찮아하는걸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고 세뇌되어 왔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혼자 살 수 있고, 혼자 사는 삶이 더 이득이라는 계산을 끝낸 것 아닐까. 외부조건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평균적인 교육 수준이 일정 기준을 넘어섰을때 그동안 유지되어 왔던 공식이 깨지고 새롭게 수정된 결과값이 나온 것이다. 이 변화가 생존을 위해 무리를 이루도록 판단내렸던 계산값이 달라졌기 때문인지, 어쩌면 애초의 목표가 달라져 새로운 계산법으로 내린 결과인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이런 분석이나 이유같은건 필요없이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모른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왜 결혼을 하지 않을까, '왜'로 시작하는 질문들은 전 세대의 것이다. 새로운 세대에게 이 자연스러운 현상을 전에 결혼이 때가 되면 당연히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처럼, 그냥 안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세상인 것이다. 왜 결혼을 하는가에 남들이 다 하니까, 종의 유전자를 후대로 잇기 위한 본능이니까 같은 오래된 답들처럼 남들도 다 안하니까, 이 종이 이제는 자연히 사라지게 될 흐름이니까. 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마 저자는 사람은 그렇게 살아갈 수 없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생각하기로 이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부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임과 조건에 대한 부담. 나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세상에서 내가 너를 책임질 수 있을까, 영원하지도 않을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유로 이 관계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게다가 결혼으로 인해 엮이는 관계들도 부담이다. 결혼도 되돌리기 어려운데, 출산은 더더욱이다. 이렇게 멀리 생각하지 않아도 책임을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과정 마저도 부담이다. 취업하고 차나 집을 마련할 돈을 모으고, 한 가구의 가장들이 되기에 거쳐야 할 조건들이 많다. 없으면 없는대로 꾸려나가면 된다지만 부족할 바에야 차라리 없는게 더 낫다고 '낳음 당했다'는 표현까지 나오는 세상이다.
" 내가 만난 1인가구들도 호퍼의 그림 속 인물들처럼 카페, 버스, 빨래방, 그리고 자기만의 방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타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에게 타인의 존재는 어떤 의미도 담겨 있지 않은 백색소음으로 떠돌았다. 110"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정서적으로는 고독한 현대 미국 사회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호퍼의 그림과 1인가구들의 일상속의 뷰가 닮아있다는 점을 역설했는데, 그렇다면 저런 장소들에서 대체 타인과 어떤 관계맺기를 해야하는 것인지 알수가 없어서 의아했다. 카페, 버스, 빨래방, 자기만의 방에서 너무나도 타인의 존재는 의미가 없다. 그 공간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에 타인이 고려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결혼을 하지 않는 새로운 세대들의 특징이라고 규정될 수 있는가. 이들에 대한 어떤 규정들은 결과를 위한 규정같이 느껴졌다.
마찬가지로 '조카바보(281)'같은 것도 형제자매의 자식이어도 아이는 그저 아이일 뿐 조금 더 관심이 가고 예뻐할 뿐이지 프레임만큼 애정을 쏟지 않는다거나 사실 큰 교류나 관심이 없다는 입장인 사람들도 다수 보았다. 이들의 특징이라기 보다는 개인의 성향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 점이 아닐까 생각했다.
" 가족은 장시간 노동에 브레이크를 거는 존재다. ...중략... 혼자 사는 노동자들은 이런 요구를 받거나 걱정 섞인 잔소리를 들을 일이 거의 없다. 언뜻 보면 이는 자유로움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가족으로부터 해방된 시간과 공간을 다시 일에 투입하다 보면, 이들의 일상은 자신도 모르게 일에 잠식당한다. 브레이크 없는 자유는 결국 멈출 수 없는 질주가 된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업무용 인생이 된다. 61"
이 부분에서도 의아함을 느꼈다. 1인 가구의 가장들은 무엇보다 스스로가 이끄는 가정에서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가족으로부터 해방된 시간을 다시 노동에 투입하다니, 요즘은 정해진 값어치 이상의 노동,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업무는 거부하는 '새로운 보통'들이 등장하지 않았던가. 인터뷰 대상의 연령층이 너무 높게 고정되어 있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개인의 삶을 유지해나가는 것을 말하는데 있어 가사노동은 피할 수 없는 화제였다. 밥이라는 것이 대체 뭐길래 "균형 잡힌 식사를 하기 어렵다(29)"는 답이 혼자 살 때 가장 어려운 점 1위일까. 결혼을 해서 가족이 있으면 식단의 균형이 저절로 잡히기라도 한다는 것인가. 이들이 떠올린 균형 잡힌 식사라는 것은 어쩌면 엄마와 살 때 제공되던 엄마의 가사노동의 결과(엄마 아니면 플랫폼 111)였을지도 모른다. 결혼 후 아이가 생겼을 때 아이 식사를 챙기기 위한 변화를 염두에 두었을 수 있지만, 그 역시 엄마의 가사노동 결과일 것이다. 그러니 '엄마처럼'은 살고 싶지 않을지도(25).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는 말. 사실, 엄마들도 이 새로운 세대를 키울 때 비슷한 마음을 담았을 것이다. 분명 결혼해서 가정을 잘 꾸리고 살아가라는 바람도 있었겠지만, 하고 싶은 일도 하고 결혼함과 동시에 사회적인 자신을 멈추지말고 돈을 벌어서 스스로 쓰며 살아가라는 바람도 강하게 담았다. 그동안 지속되어 온 여성의 삶에 대한 의문과 저항이 두 세대의 바람으로 묶여 지금 진통을 겪으며 결과로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왜 혼자서 살아가기로 했을까, 앞으로 우리가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책을 앞에 두고 많이 생각해보며 읽었다. 가보지 않은 길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혼자로 존재하되 함께 가는 방향을 모색하여 나아갈 필요성을 크게 느끼며 '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읽었다. 어떤 내용들은 나의 체감이나 생각과는 다르기도 했지만, 어떤 내용들은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바탕을 짚어낸 듯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뭐든지 혼자 해내는 새로운 시대에 대해 발빠르게 파악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