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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독한 별처럼
이케자와 하루나 지음, 서하나 옮김 / 퍼블리온 / 2025년 11월
평점 :
" 벚꽃에 향기가 있었던가? 81"
봄이 되면 찾아오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체리블라섬 메뉴를 볼 때 마다 떠올린다. 벚꽃향이 뭘까,하고. 나의 둔감함에도 불구하고 벚꽃향을 모티브로 한 상품들은 다양하게 나오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게 벚꽃향이지,하다가 사실 잘 모르겠단 의문을 품곤 했다. '나는 고독한 별처럼'의 내용도 '이런 세상으로 변할지도 몰라'하고 수긍하다가 사실 잘 모르겠다고 머릿속에서 뻗어나가던 상상을 지우는 일의 반복이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친밀하면서 독특한 소재는 잠깐 어떤 내용인지 훑어보려다 푹 빠져들어 읽게 만든다.
"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 길은 일방통행이었다. 감염된 사람은 타인과의 친화성을 얻었다. 그러면서 점차 세상은 안정을 되찾았고, 사람들은 뇌근균을 받아들였다. 18"
표지에 있는 푸르스름한 버섯 그림을 보다가 버섯을 고르는 일이 이렇게 낭만적이어도 되는가 싶었다. 누군가와 더욱 깊고 친밀하게 교감하기 위해 단 하나의 버섯을 골라야 한다는 말에 어떤 버섯은 인생에 딱 한 번만 먹을 수 있다는 농담을 떠올렸다. 이 농담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인 것만 같아 웃음이 나왔다. 이 중요한 선택을 사춘기 시절에 해야 한다니 너무 무거웠다. 적어도 성인이 되고 나서야 자신을 알고, 책임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어떤 버섯을 고를지 생각해봐도 망설여지는데 중학생인 나에게 평생의 선택을 맡기다니 가장 소름돋는 부분이었다.
'어쩌면 지방으로 가득한 우주'에서는 히스테릭한 공감대를 공유했는데 결국 마지막에 남은 것이 스콘을 먹을 때 클로티드 크림과 잼 중에서 뭘 먼저 바르는지에 대한 궁금증 뿐이었다. 처음엔 클로티드 크림과 잼(137)이라고 했는데 나중엔 잼과 클로티드 크림(210)이라고 해서 추정도 어려웠다. 먹보들은 아무래도 이 문제가 가장 중요하니까. 물론 안정감을 위해서 데본식*이 좋다고 생각한다. 2040년 북극의 얼음이 다 녹아서 없고, 호랑이도 멸종되었다(84)는 문장을 읽다 불쑥 너네가 우리나라 호랑이 다 잡았잖아,하는 생각이 끼어든다. 허술한 생각들 사이로 표제작인 '나는 고독한 별처럼'의 빛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누군가가 태어나면 별이 하나 생기고, 그 사람이 죽으면 별도 같이 지는 세계를 읽으며 아름답지만 달갑지는 않단 생각을 했다. 가끔 누군가와 영원한 이별을 하고 나면 혹은 다시 만나지 않는 오래된 인연을 떠올릴 때면 나와 닿지 않더라도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을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고독한 별처럼'과 같은 세계라면 그 사람의 별이 지고 없다는 사실을 매번 확인하게 될 것 같아 상실을 대체할 길을 찾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다. 더는 만날 수 없다는 부재와 공백(264)에 예니가 무너졌듯 평생 남을 외로움이 밤하늘에 항상 있다면 남은 별들도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일본 작가의 SF소설집이라는 소개만 보고 궁금한 마음이 들어 읽어보았는데 우주, 기계, 과학 같은 코드보다 좀 더 사람의 마음에 닿아있는 지점이 있단 느낌이었다. '나'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SF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