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몸으로 살기 -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김진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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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책들도 그렇지만 '쓰는 몸으로 살기'는 독특한 의미로 다가와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주었다. 글쓰기 안내서라는 핵심어를 달고 마주했을때 과연, 글쓰기만큼 그 사람이 확고히 드러나는, 바꾸기 어려운 습관같은 이 행위를 교정할 수 있는 힘이 있을까 궁금했다. 읽을 때는 그렇구나 싶다가도 그 안에 담긴 내용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늘 하던 습관을 버려나가도록 만드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이 안에도 그저 그렇게 흘려보내는 구태의연함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그렇지 않았다. 
 처음엔 다른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여겨졌는데 읽다보니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계기는 " 당신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가요? 95" 하는 질문에서부터 였던 것 같다. 짧게 쓰기와 길게 쓰기에 대해 생각하기도 하고(126), 고쳐쓰기(158)를 종종 생략했던 요즘 나중에 오탈자를 발견하고 황급히 고쳐야했던 때를 떠올리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쓰는 몸으로 살기'의 매력에 마침에 눈을 떴다. 덧붙여 책에서 소개한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235)은 정말 인상깊게 읽은 책이라 함께 추천한다. 

 책을 읽다 그동안 몰랐던 것을 한가지 알게 되었다. 그 깨달음은 " '쓰기 싫다'에서 출발하는 쓰기(148)" 단락에서 시작했는데, 무심결에 '쓰기가 싫은 적도 있었나' 생각해보니 한번도 '쓰기 싫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뭔가를 쓰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써야할 게 너무 많다'거나 '쓰려던 걸 까먹었다'는 상황은 있었을지 몰라도 쓰기 싫었던 적은 없었다. '쓰기'가 싫었던 유일한 상황은 빽빽이 과제를 받아서 통으로 책 내용을 손으로 전부 옮겨 적어야 했을 때 뿐이었다. 쓰는 행위 자체만을 지나치게 많이 해야했을때 였는데 요즘은 필사에도 관심이 있으니 그조차도 싫지 않아졌다.
 책까지 낸 저자가 왜 '쓰기 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내용을 살펴보니 자신이 쓴 글에 그만큼의 무게가 지워지기 때문이었다. 유명한 사람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평가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글에 가치가 매겨지는 것에 대한 책임감 등이 압박이 되었던 것 같다. 반면 먹은 것, 소소하게 경험한 사건, 갑자기 떠오른 생각 같은 것들을 그냥 쓰고 싶어서 쓰는 동안 혹은 과제나 일을 하는 동안에도 밑준비를 하는 과정이 버거웠던 적은 있어도 쓰는 것이 싫었던 적은 없었던 것에는 그런 무거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쓰기 싫었던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대한 발견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되었다는 의미에서도 좋았지만, 이 점이 글쓰기를 대할 때 내가 가진 가장 큰 이점이겠구나 싶어서 의미있었다. 

 글을 쓸 때 되도록이면 불분명한 표현을 쓰지 않도록 하고, 가급적 외래어를 섞어쓰지 않으려 하고, 짧게 쉬운, 그게 어렵다면 정돈된 문장을 쓰려고 한다. 대단한 사람도, 대단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지키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이를 평가하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은 그저 지나치게 어지럽거나 읽기 힘든 글을 쓰지 않도록 스스로 정한 선으로 여겼는데 '쓰는 몸으로 살기'를 읽으며 왜인지,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저 스스로 최소한의 노력을 들여야 할 지점을 만들어놓았다는 것이 결국은 '쓰는 몸으로 살'고 싶어서 였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나와 나의 글쓰기를 빈번히 떠올리면서 부족함과 낯선면을 발견하며 읽었는데 그게 부끄럽기만한 것이 아니라 새롭고 재밌기도 했다. 책에서 알려주는 글쓰기에 대한 조언들은 쓰기의 기술적인 면이나 부담을 줄여주는 데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거기에 더 나아가 나와 나의 글쓰기를 염두에 두고 내용을 파고들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몰랐던 자신을 마주치는 지점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 잘 쓰고 싶어서, 어떻게 써야할지 알고 싶어서 '쓰기'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이 책을 선택한 다른 독자들도 쓰기에 대한 도움을 얻는 것은 물론 자신의 글쓰기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시간을 가지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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