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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알로하 하와이 - 스무 번의 하와이, 천천히 느리게 머무는 곳
박성혜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9월
평점 :
하와이는 어쩐지 쉽게 떠나기 어렵단 인상을 주는 여행지였다. 일단 여행객들이 너무 많이 가서 오버 투어리즘 때문에 관광객 혐오가 생겨나고 있다는 나라나, 경기도 무슨무슨시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한국인들이 많이 가서 외국인지 한국인지 모를 나라나, 한번 입국하려면 손가락 지문이며 자잘한 정보를 다 내놔야 한다는 나라같이 가까운 곳들보다 멀다. 멀다는 것은 곧 비용의 문제를 더한다. 항공료도 더 비싼 것이 당연하고, 물가도 근처 나라들보다 높다. 교통이나 간단한 안내문 같은 것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여행하는 편의성도 확연히 달라진다. 신혼 여행이니 휴양지니 해서 아무리 하와이를 많이 찾는다고 해도 여러모로 조금 멀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여행지인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라 '해피 알로하 하와이'의 표지를 보다가 저긴 좀 멀어, 하다가도 어느새 몽글하고 마음이 들뜬다. 옅고 아름다운 물빛을 띄는 잔잔한 바다와 따뜻한 볕 아래에서 무럭무럭 자라기만 했을 것 같은 야자수, 발 밑에서 곱게 뭉그러질 것 같은 모래사장은 이미 지나가버린 지독했던 여름의 더위도 생생한 활기로 기억 보정을 해 되돌아보게 만든다. 머네, 어렵네 조건을 두드려보던 계산기를 치우고 언젠가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이긴 했지, 하고 거기도 모히또를 잘 말아주나 꿈꾸듯 바라게 한다.
'해피 알로하 하와이'는 마치 밀당을 하듯 하와이와 여행과 독자 사이를 조율한다. 그만큼 솔직하단 뜻이기도 하다. 표지만으로도 하와이를 떠올리는 마음이 솔톤으로 올라갔다가 입국심사에서 세컨더리룸으로 끌려(?)가고, 세관에 걸리는 내용이 나오자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렇게 하와이를 많이 가고 잘 아는 작가 조차도 긴장하게 만드는 입국절차는 '내 돈 내고 여행을 즐기러' 가겠다는 사람의 마음에 불필요한 긴장과 불안을 주는 걸림돌이긴 했다. 하지만 막상 어딘지 여유로워 보이는 하와이 사람들의 모습이나 오렌지재스민 향기가 바람에 실려 퍼져나간다는 말에 또 마음이 들뜨고, 따뜻한 나라답게 벌레가 많다고 하면 금새 마음이 식었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를 때 쯤 되면 우선 책으로 만나는 하와이부터 즐기고 보자,고 생각하게 된다.
보기만해도 이 모든 곳을 다녀온 작가가 부러워지는 곳들이 있었다. 오르는 과정은 살벌하다는 코코헤드 트레일의 사진이나, 커다란 바다거북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 여기저기 누워있는 몽크씰들, 아니라곤 하지만 정말 [쥐라기 공원]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모습의 마노아 폴스의 풍경이 그랬다. 언젠가 하와이에 간다면 꼭 알로하 프라이데이 파이어 워크, 금요일밤을 끼워서 가겠다고 적어두었다.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 앞 카하나모쿠 비치에서 단 4분동안 한다는 이 불꽃놀이는 6월부터 9월까지는 저녁 8시, 그 외에는 저녁 7시 45분에 한대서 그걸 놓치고 허탈하고 당황스러워하는 관광객이 되지 않아야지, 힐튼에 있지 못하더라도 꼭 쉐라톤 쿠히오 비치말고 최소한 아웃리거 리프 와이키키 비치 리조트 앞에서 이 짧은 낭만을 누려야지 다짐했다. 이 모든 것이 참 한국인의 여행계획스럽지 않은가 생각하면서.
책에서 만난 카페 'pai(배)'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 전 읽었던 [설탕 전쟁]이라는 책에서 본 하와이 이주 노동과 관련된 역사를 떠올리게 했다. 아픈 역사는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해피 알로하 하와이'의 끝부분에도 진주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때 비로소 하와이가 여행지가 아닌 누군가의 삶이 이어져 온 생활터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그 안으로 들어가 잠시나마 그 곳에서의 삶을 나눠받을 수 있기에 여행이 의미있는 체험이 된다는 것도 상기됐다. '하와이'를 두고 추억과 이상, 마음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매력으로 가득 차 하와이를 다녀온 사람과 가보고 싶은 사람 모두의 마음에 들만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