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세계 세계의 검찰 - 23개 질문으로 읽는 검찰 상식과 개혁의 길
박용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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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뉴스에 굵직히 보도되고 있는 현안 중 하나가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소식이다. 지난 2025년 9월 18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해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에서 여당의 주도로 처리되었다. 검찰,하면 우리 생활에서 경찰보다는 멀지만 그만큼 익숙히 들어온 수사 기관이 아니던가, 과연 검찰이라는 조직은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가 이목이 집중되는 요즘이다. 

 일반 시민들은 보통 매체를 통해 검찰에 대해 접하게 된다. '형사법에 숙련된 검사와 법정에서 마주쳐야 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재앙(80)'이 되어 '인생이 절단' 날수도 있다는 일반인에게 있어 검찰의 기소, 수사는 실생활에서 뉴스로 볼 수 있는 수사 관련 보도가 주를 이루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하게 다뤄지는 직업군 중 하나로 꼽힐 것이다. 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그러나 상징적인 기관의 존폐 여부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올라와 있는 지금 '검찰의 세계 세계의 검찰'은 대한민국 검찰의 세계를 톺아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검찰이 특정 세력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뉴스를 종종 봐왔다.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사람은 없다는 말을 잘 이용하는 방식의 표적/보복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가. 영화 속에서 항상 주인공의 활약으로 사건이 해결되고 난 뒤에야 경찰이 등장하는 것처럼, 검찰은 정재계의  어두운 면모와 결탁한 집단으로 그려지는 일이 적지 않다. 스토리적 과장이라 하겠지만 검찰 안에서 학벌과 각종 연, 위계로 알력 다툼이 일어나는 장면을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우고 힘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권력을 잡은 집단은 다 그렇지 뭐,하고 문제삼지 않았/못했다. 그리고 그 부작용이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 직접 경험하게 된 것이다. 

 책은 검찰이라는 기관을 다양하게 돌아볼 수 있는 장치를 해두었다. 23개의 질문을 통해 검찰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이 기관이 가진 문제를 드러내 개선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의 콘페이트 사건(66)과 유사한 폐해를 보이는 수원 노숙 소녀 살인 사건(72)을 실례로 소개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상황과 외국의 사례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하여 현재 직면한 구조적 문제점이 어떻게 쌓아올려진 것인지 뜯어보고 어떤 개선 방안이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거리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일부 단락의 끝에는 '더 들여다보기'를 통해 흥미를 끌 수 있는 내용을 덧붙이기도 하고, 궁금할 수 있는 부분을 짚어주며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인상깊은 점은 지난 123 비상계엄과 탄핵, 그 이후의 처리 과정과 다시 치러진 대선을 중심으로 검찰과 사법부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국민 눈높이(214)를 배반한 전례 중 하나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165)과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167),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등을 절차를 빌미로 뭉개기를 시도한 오점, 야당 지도자 시절 이재명 대통령이 6차례 기소를 당한 정치적 표적 수사(170) 등을 다루며 국민들의 공분을 산 정치사와 함께 검찰의 그릇된 행보를 드러내고 있어 문제제기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 수사.기소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말로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믿어 달라고 해서 믿어지는 게 아닙니다. 권한의 오남용을 견제할 충분한 장치가 갖춰져 있어야 그 제도를 통과해 나온 결과를 신뢰한 근거가 생깁니다. 그런 제도 노력은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지닌 영국 같은 나라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첫발도 떼지 못했습니다. 76" 

 스스로를 견제하고 정화할 체계가 없는 집단은 고이고 부패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지난 시간들을 통해 배웠다. 조직 권력의 정점에 선 한 개인의 사유물로 전락한 집단은 특정 정치 세력과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48) 적법 절차에 따른 절차적 정의 마저 권력자 앞에서 기술적 도구가 되어 이용(162)되었다. 국민에 의해 부여된 힘에 취해 자정없이 치달아온 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파멸에 이르게 되는 그 흐름에 검찰이라는 집단이 속해있다는 사실이 유감스러울 뿐이다.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사법부의 문제점도 짚어내며 사법 개혁의 필요성(265)도 함께 강조하며 끝을 맺고 있다. 

 표지와 제목이 주는 인상이 다소 딱딱하고 법과 수사기관에 대한 바탕이 없다면 어렵게 느껴질 내용일지도 모른다는 염려와 다르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좀 더 접근성이 좋은 표지였다면 123 이후 법과 정치, 우리 사회의 구조에 관심을 갖고 감시의 눈을 뜨기 시작한 독자들에게 어필이 될 수 있을텐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현학적이거나 고루한 내용이 아니고 세계의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흥미를 잃지 않도록 설명하고, 아직도 쟁점이 되는 우리 사회의 현안들을 끌어와 이해의 폭을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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