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컬트 TURN 7
전건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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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들이...... 여기에 둥지를 틀고 알을 깔 거야. 62"

 턴 시리즈는 늘 반갑다. 지난 여섯번째 턴 '열세 번째 계절의 소녀들'이 늦봄의 라일락 같았다면, 일곱번째 작품인 '더 컬트'는 여름의 강렬한 더위를 담아낸 듯한 인상을 준다. 서점에서 '더 컬트'의 표지를 보고 화려함에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어두었다. 사람도 인물이 잘나면 얼굴값을 하는 것처럼, 책도 표지가 잘나면 표지값을 한다. 첫 시작부터 순식간에 나안동의 한복판으로 몰입하게 되는 흡입력이 있다. 전형적인 듯하면서도 정확한 흐름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이 속도감있는 서사가 된다. 

 첫 장 '파수꾼'이 끝나는 순간 도파민이 싸악 돌면서 그동안 정리해놓은 인물 관계를 지웠다. 원래 이런 정리를 잘 안하는데 시작부터 심상치않은 속도감으로 전개가 되길래 빨리 읽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적어두었던 것들이 오히려 전개를 따라가지 못해 지워졌다. 괜히 적었네,싶다가 너무 재밌는데?하고 즐거움이 차올랐다. 턴 시리즈는 장르가 주는 재미를 최우선으로, 읽는 즐거움이 보장되어 있다는 점이 언제나 만족스럽다. 

 " "인간이 원래 그래. 자기가 보고 싶은 걸 보고 믿고 싶은 걸 믿지. 그리고 한번 믿기 시작하면 그 믿음을 보상받기 위해 더욱더 믿음에 몰두하지. 그렇게 광신도가 되는 거야." 242"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믿어선 안되는 사람, 믿지 못 할 일들, 믿어선 안되는 것들을 직접 하나씩 읽으며 헤아려 나가야 한다는 말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에덴선교회와 얽힌 인물과 사건들에 가까워지는 과정이 매번 새롭고 놀라워서 단숨에 책을 읽게 된다. 빠르게 넘어가는 책장 사이에서 눈 앞에 장면이 그려지듯 하기 때문에 문장 간의 긴장감이 그대로 전달된다. 책은 뒷이야기가 궁금한만큼 더 빨리 읽어버리면 되니까, 최대 2배속 밖에 할 수 없는 영상물이 아닌게 오히려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미는 확실히 보장될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남은 아쉬움은 종교에 대해 잘 몰라 '더 컬트'안에서 사용된 은유나 상징을 알아채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인데, 처음 봤을 때 매력적으로 느꼈던 표지에 그려진 그림들도 하나씩 의미하는 바가 있겠구나, 뒤늦게 다시 시선이 향했다. 이를 잘 파악해 나갈 수 있을만큼의 받침이 있는 독자들의 감상은 더 재미있을지 오히려 아쉬운 부분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은유와 상징을 잘 정리해둔 감상이나 작가와 함께하는 북토크 같은 콘텐츠가 기대된다.

 읽는 도중 문득 '이것은 하나의 과정이요, 떨어진 조각일뿐이니'란 문장이 떠올라 적어두었다. 각 장을 엮어, '더 컬트'를 관통하는 감상이 다 읽기도 전에 가장 먼저 쓰여진 것이다. 하나의 이야기를 읽었는데 마치 큰 흐름의 중간 부분을 시작으로 접한 느낌이다. 언제고 작가가 '더 컬트'에서 뻗어나가는 삼부작을 완성시켜야 하지 않을까 바라게 된다. 이봉철에서 류백주가 그리고 전승미까지, 계명성회가 도달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고 어디까지 왔는지, 그 끝에 끝까지 다달아야 하지 않을까. 숨차게 치달은 마지막에서 다시 고개를 들어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에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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